기사최종편집일 2024-12-01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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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0주년 특집극 '눈길', KBS의 의미 있는 행보

기사입력 2015.02.26 16:27 / 기사수정 2015.02.26 16:27



[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KBS가 광복 70주년을 맞아 제작되는 특집극에서 위안부를 소재로 한 이야기를 다룬다. 이제까지 한국의 드라마에서 다뤄진 적 없는 소재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국제회의실에서는 KBS 1TV 광복 70주년 특집극 '눈길'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책임프로듀서를 맡은 함영훈PD와 배우 김새론, 김향기, 조수향이 참석했다.

'눈길'은 일제의 수탈 속에서 가난이 지긋지긋했던 종분(김향기 분), 그리고 그녀가 동경했던 예쁘고 공부도 잘했던 같은 동네 친구 영애(김새론), 두 소녀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우정을 다룬다.

15세가 되기 전까지 서로 다른 삶을 살아왔지만, 영문도 모른 채 낯선 남자에게 끌려간 종분과 아버지가 갑자기 주재소에 끌려가고 근로정신대에 지원한 영애가 만주로 가는 기차 안에서 같은 운명으로 만나 서로를 보듬으며 이를 함께 견뎌내는 이야기가 그려진다.

KBS 문보현 드라마국장은 '눈길'이 갖는 특별한 의미에 대해 "광복 70주년이 됐고, 한일 국교정상화가 된지 50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근본적인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고, 가슴 아픈 사람들의 문제가 제대로 치유되지 않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공영방송으로서 시대적인 책무를 다 하고, 연속극과 미니시리즈가 주로 방송되는 드라마 시장에서 다양한 드라마를 선보임으로써 시청자들에게 현실의 문제를 보여주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짧게나마 현실과 미래를 어떻게 엮어나가야 할지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책임프로듀서를 맡은 함CP 역시 "대한민국 최초로 위안부를 소재로 다룬 드라마다. 일반적으로 위안부를 떠올리면 연상되는 선정성, 정치색을 최대한 배제하고 두 소녀의 슬프고 아름다운 우정에 대한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려고 했다"고 작품을 소개했다.

이어 "누구나 다 아는 소재이지만, 전쟁이라는 비인간적인 행위가 맑은 영혼들에게 어떤 생채기를 낼 수 있는지 한 번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드라마가 될 것 같다"며 "드라마가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 수는 없겠지만, 인간의 감정에 집중해서 그 문제들에 대해 올바른 질문을 할 수 있다면, 그게 드라마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눈길'이 가진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눈길'은 2000년에 태어난 실제 10대인 김향기, 김새론이 주인공으로 나서 눈길을 끈다.

김향기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어떤 상황인지 깊게 생각해본적은 없던 것 같다. 이 작품을 하게 되면서 그 기간 동안 여러 자료를 찾아보고, 촬영하면서 간접적으로 느껴봤다. 촬영을 마치고 보니 정말 이 분들의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 같았다. 얼마나 억울하고 외로우셨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김새론은 "우리가 기억하고 잊지 말아야 할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 마음이 전해졌으면 좋겠다"며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도 됐지만, 많은 분들이 알아야 할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제가 아니어도 누군가는 꼭 표현해야 하는 작품인 것 같아서 열심히 해보자는 생각으로 용기를 내게 됐다"고 얘기했다.

연출자와 배우들 모두 이 자리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 중 하나는 '생각'이라는 말이었다.

함CP는 "단순히 '일본이 잘못했다, 일본이 사과하고 책임져야 한다'의 차원이라기보다는 비인간적인 문제에 대해 한, 일을 막론하고 양심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는 것이 맞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만든 저희로서는 더 바랄게 없는 것 같다"며 "궁극적으로는 일본에서도 이 드라마를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는데, 그건 너무 큰 욕심일 것 같다"고 유쾌하게 상황을 마무리했다.

그만큼 위안부 문제는 드라마로 만들어내기 어렵고, 조심스러운 소재임에 틀림없다. 함CP는 "드라마 PD를 오래 하고 있지만, 이런 소재를 드라마로 하겠다고 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어려운 프로젝트였는데, 이나정 PD와 유보라 작가가 준비를 잘 해줬다"고 이들에 대한 믿음 역시 함께 내보였다.

KBS가 올해를 앞두고 밝힌 신년 방송 지표는 '광복 70년, 미래 30년 100년의 드라마'였다. '눈길'은 오는 28일과 3·1절인 다음달 1일 방송되며 역사적인 의미 역시 함께 되새길 예정이다. 역사와 드라마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담은 KBS의 도전이 특집극을 통해 어떻게 드러날지 시청자들의 기대를 모은다. '눈길'은 오는 28일과 3월 1일 오후 10시 30분 방송된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사진 = '눈길'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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