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기·최우식·정우, '호구'의 전성시대 왔다

[엑스포츠뉴스=박소현 기자] 요즘 대중문화계는 바야흐로 호구의 전성시대다.

한동안은 '나쁜 남자'들이 득세했다. '나쁜 남자'라는 이름의 드라마도 등장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호구다.

한때 원조 호구라고 할 수 있는 '엽기적인 그녀'의 차태현 캐릭터도 있었지만 지금처럼 붐이 일지는 않았다.지난 1월 개봉해 188만 관객을 모은 영화 '오늘의 연애'속 이승기부터 아예 이름부터 호구인 드라마 '호구의 사랑'의 최우식까지 안방부터 스크린까지 호구들이 점령했다. 호구라고 드러낸 적 없지만 영화를 지켜보고 있으면 '아 또 다른 호구가 나타났구나', 라는 생각을 주는 '쎄시봉'의 정우도 있다.

원래 호구의 국어사전 상 정의는 '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착하고 순박한 사람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부정적이고 낮춰보는 뉘앙스가 포함되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각광 받고 있다.

▲ 호구는 여성들의 판타지다 'YES'

호구들의 보여주는 모습은 기존에 많은 지지를 받아왔던 '나쁜남자'와는 궤를 달리하는 모습이다. '나쁜 남자'들은 멋진 외양을 하고 당연하게 여성들에게 상처를 주면서도 그녀들에게서 꾸준히 사랑을 받아왔다. 이제는 그런 나쁘지만 멋진 캐릭터들 대신 여성들도 자신만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남성을 찾는다.

이것은 단순히 물질적인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밀당'과 '어장관리' 혹은 '썸'에 지친 여성들이 이제는 자신에게만 온전히 '관심'을 쏟아부어줄 수 있는 남자를 찾고 있는 것이다.

이승기는 인터뷰에서 자신이 맡은 캐릭터 준수에 대해 "현실에 있을 것 같지만 요새는 있다고 확신할 수 없는 삭막한 시대다. 사랑에는 승자나 패자가 없기에 퍼주는 사랑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었다. 과거처럼 손해를 보며 사랑을 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호구는 여성들을 꿈꾸는 하나의 판타지다.

▲ 호구가 남성들의 판타지일까 'YES'

호구는 남성들의 판타지이기도 하다. 대다수의 남성은 나쁜 남자이기보다는 자신이 호구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호구 역할을 맡은 배우들의 인터뷰에서도 이는 드러난다. 대다수가 퍼주는 사랑을 하고 싶다며 드라마나 영화 속 캐릭터가 자신과 흡사한 면이 많다고 설명했다.

최우식은 "자신과 호구의 모습이 실제로도 비슷하다"고 강조했고, 함께 호흡을 맞춘 이수경 또한 최우식을 향해 "모든 면에서 호구와 같았다"고 덧붙였다. 호구역할을 맡은 배우들은 하나같이 자신과 비슷하다, 주는 사랑을 하고 싶다고 속삭였다.

한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고 순정을 주는 호구를 통해서 자신과 동일시를 하는 모습이다. 이는 배우들뿐만 아니라 대중에게서도 나타난다. "저런 호구가 어디있냐"고 이야기를 하면서도, 자신은 저런 계산적이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만을 위하고 있다는 판타지가 투영되어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호구와 만나는 여자들은 하나같이 그들을 이용하기만 한다. 이른바 예쁜 '썅X'이다. 영화 '건축학개론'의 수지나, '오늘의 연애' 문채원, '쎄시봉' 한효주, '호구의 사랑' 유이까지 하나같이 예쁘지만 속내를 알 수 없는 여자들이다.

그들에게 울고 웃으며 이용당하지만 호구들은 대다수가 해피엔딩을 맞이했다. 물론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지만 말이다. 그것은 그들이 '호구'라서가 아니라 '선구안'이 조금 아쉬웠던 탓일 것이다.

호구들의 전면 등장은 새롭고 재밌다. 천편일률적인 까칠한 재벌남, 혹은 실장님들 대신 그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호구의 또 다른 이름은 순정남이다. 가끔은 고구마를 먹은 것처럼 답답해보이기도 하지만 천성이 나빠 그런 것이 아니기를 알기에 미워할 수 없는 매력덩어리다.

박소현 기자 sohyunpark@xportsnews.com

[사진=이승기, 최우식, 정우 ⓒ 엑스포츠뉴스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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