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5.02.04 06:57 / 기사수정 2015.02.04 11:00
3일 방송된 MBC 일일드라마 ‘압구정 백야’에서는 조나단(김민수 분)이 결국 사망하는 내용이 담겼다. 조나단은 병원에서 조직폭력배가 휘두른 주먹에 맞아 벽과 바닥에 머리를 세게 부딪쳐 쓰러졌고, 그대로 즉사했다. 백야(박하나)는 충격에 실신했으며 나머지 가족도 그의 죽음을 확인한 뒤 오열을 금치 못했다.
임성한 작가의 전작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평이하게 흘러가던 ‘압구정 백야’는 조나단의 죽음으로 극적 전환을 맞았다. 서로에 대한 마음을 채 접지 못했던 화엄(강은탁)과 백야의 사랑이 이뤄지고, 생모 서은하(이보희)를 향한 백야의 증오심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임성한 작가다운 전개다. 임 작가는 전개 방식에 있어 유독 ‘죽음’을 애용한다. 앞서 ‘하늘이시여’, ‘보석비빔밥’, ‘신기생뎐’, ‘오로라 공주’ 등에서도 등장인물이 난데없이 죽은 바 있다. ‘보석비빔밥’에서는 치매에 걸린 이태리(홍유진)가 차에서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고, ‘하늘이시여’ 소피아(이숙)는 '웃찾사'를 보며 웃다 돌연사했다. ‘신기생뎐’에서도 다모(성훈) 할머니 애자(박영주), 라라(한혜린) 할아버지 금시조(이대로) 등이 연달아 숨을 거뒀다.
‘오로라 공주’는 비이성적인 죽음에 정점을 찍었다.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열 명이 넘는 인물들이 하차해 보는 이를 기함하게 했다. 논란 속에 MBC가 공식홈페이지에 하차할 배우를 미리 알리는 ‘우스운’ 일도 벌어졌다.
‘압구정 백야’에서 백야의 오빠 영준(심형탁)은 교통사고로, 조나단은 폭행으로 숨졌다. 심장마비나 돌연사처럼 황망하게 그려지진 않았지만, 전작에서의 전례가 있어 ‘압구정 백야’에도 관심이 쏠렸다.
캐릭터의 죽음은 여느 드라마에서도 종종 일어나는 일이고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소재다. 차이가 있다면 임 작가는 죽음의 과정에 개연성을 부여하지 않는다. 때로 복선이 등장하긴 하나, 그의 작품 속 죽음은 대부분 즉흥성이 강하고 급하게 이뤄진다. 사람 죽는 일이 참 쉽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3일 ‘압구정 백야’ 제작진은 “시청자에게는 다소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조나단의 죽음은 드라마 전개과정에서 계획된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조나단의 죽음이 화엄과 백야가 이뤄지기 위한 필수 장치이긴 하다. 하지만 꼬인 실타래를 개연성 있게 전개해나가지 않고 단순히 죽음으로 쉽게 풀어가려는 방식은 아쉽기만 하다. 이날 서은하는 조나단의 죽음을 슬퍼하면서도 “하늘의 뜻인거야. 백야 우리 집에 못 들어오게”라고 독백했다. 어이없는 죽음도 하늘의 뜻으로 합리화한다.
게시판이나 포털사이트에는 “임성한의 데스노트 시작되나”, “임성한 작가라 예상 가능했던 전개”, “코미디인가”등 부정적인 반응이 담긴 댓글이 다수 올라왔다.
하지만 시청자의 반발심을 비웃기라도 하듯 시청률은 순항 중이다. 죽음이 암시된 2일 방송분은 1.4%P 상승한 14.7%의 전국 시청률을 기록했다. 3일은 15.4%로 자체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논란 덕에 대중의 관심이 더욱 높아진 모양새다. 그러나 시청률과 화제성만으로는 ‘좋은’ 드라마가 될 수 없다. 몰입도와 중독성 면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작가인 만큼 논란과 이슈가 아닌, 짜임새 있는 전개로 시청자의 공감을 얻길 바라본다.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사진 = 압구정 백야 ⓒ MBC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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