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5.01.31 07:00 / 기사수정 2015.01.31 16:17
상큼발랄, 배우 정혜성(23, 본명 정은주)을 위한 단어가 아닐까 할 정도로 밝고 독특하다. 무궁무진한 매력이 숨어 있을 것만 같다.
MBC ‘오만과 편견’을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눈여겨 봤을 터다. 정혜성은 시원시원한 마스크에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미모의 5년 차 수사관 유광미 역을 소화해냈다. 앞서 ‘감자별’, ‘기분 좋은 날’ 등에 출연했지만, 이번 작품으로 대중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게 됐다. 많은 이들에게 알려진 소감을 물으니 함께 작업한 이들에게 공을 돌렸다. “감독님에게 정말 감사하다”며 겸손해한다.
“연기에 대해 모르고 잘하지도 못하는 저를 뭘 믿고 캐스팅하셨는지 모르겠는데 정말 감사해요. 못할 때마다 '네가 알아서 해'라고 할 수도 있는데, 끝까지 저를 살려주려고 노력하셨어요. 대본을 볼 때도 다이렉션을 많이 주시고 감독님이 다 안고 가려고 해주셨어요. 없어도 모를 법한 캐릭터가 될 수도 있었는데도 감독님과 작가님이 끝까지 잡아주셨죠.”
비중이 크진 않았다 하지만, 존재감은 다른 배우들과 비교해 뒤지지 않았다. 유광미는 얼굴도 몸매도 능력도 올바른 완벽 얼짱 수사관이다. 제 색깔에 맞게 연기한 정혜성 덕에 미모만 뛰어난 그저 그런 캐릭터가 아닌, 극에 없어서는 안 될 인물로 존재감을 발산했다. 그는 “그냥 흘러갈 수도 있었는데 상대배우 덕을 많이 본 거 같다”며 수줍게 웃었다.
“존재감 없이 4, 5회부터 나오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최)우식 오빠가 유광미와 이장원의 대본을 많이 살렸어요. 오빠가 외국에서 오래 살아서 틀에 박힌 생각을 안 해요. 대본 보는 눈이 독특하더라고요. 본인만 살 수 있는데도 저를 살려주는 역할을 많이 했죠. 다 상대배우 덕인 것 같아요.”
웰메이드 검사물에서 감초 노릇을 톡톡히 한 만큼 ‘오만과 편견’에 대한 정혜성의 애정은 남다르다. 시즌2 이야기가 나오자 “페이를 안 받고서라도 무조건 오케이(OK)죠”라며 망설임 없이 답한다. 옆에 있던 매니저를 바라보며 "그래도 괜찮죠?"라고 물어보는 모습에 웃음꽃이 핀다.
“일본에서 ‘히어로’ 시즌2 처럼 시즌제가 잘 됐잖아요. 비교하긴 어렵겠지만 '오만과 편견' 시즌2가 나와서 사회의 많은 것을 반영하고 더 이야기했으면 좋겠어요. 감독님과 작가님, 최민수, 손창민 선배님 등 배우들도 정말 좋고 화기애애해서 개인적으로도 시즌2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말 한마디, 표정, 제스처까지 밝은 기운을 머금었다. 처음 만난 기자에게 “언니”라고 부르는 친화력도 지녔다. 남들에게 새침한 ‘여배우’가 아닌 인간 정혜성으로 보이고 싶단다.
“제 안에 다양한 모습들이 있지만, 밝은 모습이 좋은 것 같아요. 사람들이 저로 인해 밝은 기운을 느꼈으면 해요. 기분 좋고 편안하길 바라요. 제가 푼수짓을 할 때마다 너 여배우니까 가만히 좀 있으라는 말을 스태프와 배우들에게 듣곤 해요. 하지만 여배우라고 해서 새침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웃음)
혜성처럼 연예계에 나타난 정혜성. 중학교 때부터 대형 매니지먼트사에서 캐스팅 제의를 받았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연예인 데뷔가 무산됐다. 그럼에도 배우가 되고 싶은 마음을 잃지 않은 덕에 결국 연기를 하게 됐고, 우연한 기회에 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2009)에 캐스팅돼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 이후 ‘아름다운 그대에게’(2012), ‘특수사건 전담반 TEN2’(2013), ‘감자별 2013QR3’(2013), ‘기분 좋은 날’(2014) 등에 출연하며 차곡차곡 경험을 쌓았다. 2월 방송되는 KBS 2TV 새 월화드라마 '블러드'에도 캐스팅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데뷔가 2009년이라고 되어 있는데 사실 ‘감자별’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봐야 할 것 같아요. 성격이 자유분방해서 적성에는 확실히 맞아요. 연기 외에는 다른 직업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답니다.”
연기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열정은 그를 노력파 연기자로 이끌었다. ‘오만과 편견’ 종영 후에도 대본을 다시 읽으면서 놓친 부분을 되새기고 고쳐야 할 부분을 파악했다. ‘감자별’ 등 다른 작품의 대본도 모두 간직하고 있다고 했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아직은 제 위치와 역할을 정확하게 파악하는데 급급해요. 하지만 큰 배우가 되기 전까지의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최종 목표는 이순재, 나문희 선배님처럼 죽을 때까지 연기하는 거에요. 손창민 선배님처럼 즐겁게 연기하는 배우가 돼야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그때까지 훈련이라 생각하고 노력하려고요. 나이 들어도 제 직업에 자부심을 갖고 열정을 다하고, 또 오만하지 않은 배우가 되길 바라요.”
밝은 매력을 발산하면서도 어느새 진지해진다. 다양한 매력의 소유자인 만큼 하고 싶은 연기도 많을 터다. 어떤 연기를 하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사랑’이라는, 뜻밖의 소박한 답이 돌아왔다.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 ‘연애의 목적’ 같은 작품에서 사랑하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여자든 남자든 사랑할 때 가장 빛나는 법이니까요. 해피한 사랑이든 아픈 사랑이든 막장 사랑이든 인간의 깊은 감정을 연기하고 싶어요.”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사진= 정혜성 ⓒ 김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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