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피오리아(애리조나), 나유리 기자] "다른건 다 필요 없어요. 꼭 우승이요."
김현수(27,두산)는 "정말 한 게 없는데 어느새 FA가 된 것 같다"며 웃었다. 하지만 그는 '한 게' 많았다. 신고선수 출신으로 두산에 입단해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완벽하게 살렸고, 각종 타이틀을 휩쓸었다. 2008 베이징올림픽을 시작으로 광저우아시안게임, 인천아시안게임까지 국제대회에서 목에 건 금메달만 3개에 달한다. 김현수가 이렇게 많은 것을 이룬 사이 시간이 흘러 생애 첫 FA까지 꼭 1시즌만 남겨뒀다.
김현수의 2015시즌 연봉은 7억5000만원이다. 두산 팀내 역대 최다 인상액인 3억원을 '점프'하면서도 김현수는 언제나처럼 시원하게 사인을 마쳤다. "구단에서 충분히 성의를 보여주셨으니 저는 야구를 잘하는 방법 밖에 없는 것 같다"는 김현수는 "게을리하지 말라고 채찍질 해주시는 것 같다"며 겸손한 소감을 밝혔다.
'FA 대박'이 사실상 확정적인 상황에서도 김현수에게 아쉬운 한가지가 있다. 바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아직 못해봤다는 것. 물론 10년, 20년 동안 현역 생활을 해도 한번도 우승 반지를 끼지 못하고 은퇴하는 선수도 적지 않다. 그러나 김현수가 아쉬워하는 이유는, 충분히 우승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현수가 입단한 이후 두산은 한국시리즈 준우승만 3차례나 차지했다. 첫 경험이었던 2007년 한국시리즈에서는 오히려 신인답지 않은 맹활약으로 김현수의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됐었지만, 2008년과 2013년 한국시리즈는 그렇지 못했다. 긴장감과 흥분이 김현수 본래의 리듬을 깨지게 만들었다.
김현수도 "남들은 (준플레이오프에서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던)2013년이 가장 아쉽지 않느냐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웠던 것은 2008년이다. 그 해에 성적도 좋았고, 자신감이 넘쳤는데 너무 나만 믿었던 것 같다. 내 뒤의 타자가 해결할 수도 있다는 여유를 가지지 못했던게 정말 아쉽다. 우승이 코 앞에 있었는데 내가 두산의 우승을 막은 존재가 된 것 같았다. 2008년으로 돌아가면 정말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돌아봤다.
2008년 김현수는 9회 만루 찬스에서 초구를 건드려 병살타를 쳤었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순간이다. 하지만 김현수는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좋은 공이 오면 초구를 치겠다. 물론 한번 더 생각을 하고 타석에 들어서긴 하겠지만, 정말 한가운데로 들어온다면 초구여도 무조건 치겠다"고 말했다. 후회와 확신이 동시에 묻어나는 대목이었다.
그만큼 김현수에게 우승은 간절한 소망이다. 생애 첫 FA를 맞는 '연습생 신화' 김현수가 팀의 우승과 개인의 영광까지 모두 거머쥘 수 있을까. 그의 2015시즌은 이미 시작됐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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