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서프라이즈(애리조나), 나유리 기자]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 넥센 히어로즈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원동력도 '자율 속 기강'에 있었다.
넥센은 가장 대표적인 자율 야구의 팀이다. 스프링캠프 훈련에서도 이 부분이 정확히 드러난다. 넥센 선수들이 공식적으로 소화해야 하는 훈련은 오전, 그러니까 점심을 먹기전에 모두 다 끝난다. 보통 오전 9시부터 그라운드에 모여 단체로 워밍업을 한 후 수비, 주루, 배팅, 불펜 피칭 등의 연습을 소화하고 마무리 스트레칭까지 끝나면 정오에서 오후 1시 사이. 이후에는 '엑스트라'로 편성된 당일 몇몇 선수를 제외하고는 자유다.
하지만 훈련이 '자율'이라고 해서, 팀 분위기까지 '자율'은 아니다. 그 중심에는 '캡틴' 이택근이 있다. 이택근은 올해도 주장을 맡게 됐다. 선수단 주장은 생각보다 쉬운 자리가 아니다. 선배와 후배들의 사이에서 의견을 조율해야 하고, 함께 낸 결론을 코칭스태프나 프런트에 전달하는 역할도 맡는다. 24시간 자기 자신만을 챙기기에도 모자란 프로야구 선수의 일과를 생각해보면 부담감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그래도 든든한 '다단계' 조력자들이 있어 이택근의 어깨는 한결 가볍다. 바로 박병호와 서건창이다. 이택근은 "사실 우리 팀이 연령대가 애매하다. 워낙 젊고 어린 선수들이 많아서 주장을 맡을 수 있을만한 연차도 많지 않다. 86년생인 병호도 다른 팀이었다면 어린편이었을텐데 넥센에서는 중고참급"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주장 이택근이 후배들의 좋지 않은 모습을 보게 됐을 때, 후배들에게 직접 혼을 내거나 지적하지 않는다. 대신 후배들이 보는 앞에서 박병호나 서건창을 나무라면 오히려 효과가 훨씬 좋다는게 이택근의 설명이다. 그래서 넥센 선수단은 늘 화기애애한 분위기이면서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
이택근은 "사실 병호나 건창이가 나 때문에 고생이 많다. 내가 어렸을 때는 선배의 말이 곧 법이었지만 요즘 어린 후배들은 그렇게 배우지 않았다. 그래서 당연히 생각의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후배들이 내 마음을 잘 헤아려주기 때문에 나도 주장이라는 자리가 마냥 부담스럽지만은 않은 것 같다"고 칭찬했다.
물론 아이러니하게도 넥센의 성적이 좋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이택근도 FA로 넥센에 복귀한 후 해마다 개인 성적이 상승하고 있고, 박병호와 서건창 모두 리그 정상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이택근은 "후배들에게 떳떳하고 당당하게 기강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선배들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 나부터 열심히 하고, 나부터 최선을 다하면 후배들도 믿고 따라올 수 있다. 모두가 이 같은 마음으로 최선을 다한다면 경기에 져도 상관이 없다. 그렇지만 자연스레 좋은 성적이 날 수 밖에 없다"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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