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6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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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요한을 지탱한 아버지, 그리고 독립영화 (인터뷰)

기사입력 2015.01.19 22:51 / 기사수정 2015.01.19 22:51

김승현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승현 기자] 배우 변요한(29)은 tvN 드라마 '미생'에서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 한석율 역으로 톡톡 튀는 장악력을 선보였다. 변요한은 대본 리딩 열흘 전에 막바지로 합류했고, 예상과 달리 조용한 성격으로 캐릭터 소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변요한은 "독립 영화에서 어두운 내면을 주로 표하는 역할을 했기 때문에, 한석율 특유의 리듬감은 내게 주어진 과제였다. 촬영장에서 모두 나를 한석율처럼 대해줬기에 무사히 마쳤다. 하지만 촐싹대는 연기는 끝날 때까지 힘들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미생'은 변요한에게 더할 나위 없었던 작품이다. 연출, 대본, 그리고 배우들의 어울림 등 모든 것이 조화로웠다. 특히 현장의 리더인 이경영과 이성민은 더욱 고맙다. 곁에서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학습 효과가 있었고 "나도 세월이 흘러 두 선배님처럼 연기를 할 수 있을까?"라는 위기 의식과 동기 부여를 동시에 안겼다. '아버지'라고 부르며 믿고 따르는 이경영과는 자주 연락을 취한다고 한다.

'미생'은 변요한에게 명장면도 남겼다. 많은 이들이 껄렁껄렁하던 한석율이 성대리(태인호 분)의 부조리함에 부딪혀 머리 스타일을 바꾸며 심경 변화를 암시한 장면을 떠올리곤 한다. 변요한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사실 임시완과의 PT 장면을 최고로 꼽았다. 가장 많이 공을 들였기 때문이다. 임시완이 새벽 촬영을 마치고 변요한의 학교 연습실을 찾았고, 많은 분량의 대본을 낭독하면서 가까워질 수 있었다. 고생 끝에 낙이 오듯, 정성이 들어간 PT 장면에 시청자는 "YES"를 외쳤다.



배우를 꿈꿨던 변요한은 아버지의 '뜻 깊은' 반대와 마주했다. 배우 이전에 강한 정신력을 지닌 아들을 원했던 아버지는 아들을 유학 보냈고, 군대도 일찍이 권했다. 이후 24살 09학번 새내기로 대학에 입학한 변요한은 우연찮게 뮤지컬 오디션을 봤고, 최종 단계에서 낙마하고 말았다. 인생의 첫 실패를 겪은 변요한은 휴학을 하게 됐다.

흔들리는 자식을 잡은 이는 역시 아버지였다. 아들의 자생력을 보기 위해 정글의 세계로 던졌던 아버지는, 학교가 아닌 현장에서 생동감 있는 연기를 배우길 원하는 아들에게 "여러가지 길이 있다. 정확한 목표를 지녀라. 뮤지컬 결과에 절대 흔들리지 마라"고 강하게 다독였다.

사실 독립 영화를 하고 싶었던 마음이 치솟았다. 주변 선배들이 독립 영화의 매력을 설명해줬고, 그 시기에 '토요근무' 감독에 연락이 와서 출연에 응하게 됐다. 독립 영화에 잔뼈가 굵은 변요한의 탄생이었다.

변요한은 사회의 첫걸음인 독립 영화를 통해 연기력을 닦았고, 꾸중과 칭찬을 들으면서 성장해 나갔다. 원하던 장르에서 꽃을 피우자 아버지는 아들을 응원하신단다. 예전에는 아버지가 배우의 길을 극구 반대하신 줄 알았는데, 정신적 기반을 마련해 준 아버지가 정말 감사하다. 스스로도 가혹한 운명의 화살이 아닌 큐피트의 화살이 됐다고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변요한에게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독립영화는 마력과 같다. 그가 꼽는 매력은 바로 '열악하다'는 것이다. 저예산과 정해진 로케이션, 그리고 제한적인 소품으로 고충이 있지만, 불가능한 현장에서도 꽃이 핀다. 그래서 샘솟는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지난달 5일 서울독립영화제 독립스타상을 받은 변요한은 당시 "독립영화를 오래 찍으며 최선을 다하는 법을 배웠고, 힘들어도 일어나는 법을 배운 것 같습니다. 초심을 갖고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알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고 소감을 남겼다. 진부한 수상 소감이지만 독립영화의 열악한 현실을 접한 그가 깨달은, 그리고 남길 수 있는 최선의 발언이었다.

독립영화를 누구보다 갈구하는 이 청년은 대중성이 떨어지더라도 새로운 시각으로 에피소드를 담아내는 독립영화가 르네상스를 만들 수 있는 뿌리라고 굳게 믿고 있다. 그래서 좋은 시나리오 속와 매력적인 역할이 있다면 주저없이 출연하고 싶어한다. 주어진 인물에 맞게 변요한의 몸을 맡길 준비는 돼 있다. 변요한을 지탱한 팔할은 아버지, 그리고 독립영화라고 해도 무리는 없을 것 같다.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사진= 변요한 ⓒ 엑스포츠뉴스 권태완 기자]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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