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시장' 윤제균 감독 ⓒ 엑스포츠뉴스 권태완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재용 기자] 푸근한 옆집 아저씨 같은 인상에 차분한 말투…윤제균 감독의 영화는 그의 모습과 무척이나 닮아있다. 자극적이지 않은 따뜻함, '진정성'은 그를 두고 하는 말 같다.
17일 개봉을 앞둔 '국제시장'은 1950년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부산으로 피란 온 덕수(황정민 분)의 다섯 식구를 다룬다. 전쟁통에 헤어진 아버지를 대신해야 했던 덕수는 오직 가족을 위해 헌신하며 우리들의 아버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1950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관통하며 살아온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이 시대의 아버지의 삶을 진정성 있게 그려냈다.
개봉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윤제균 감독은 이번 영화에 대한 부담감이 큰 모습이었다. 극중 주인공의 이름을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 존함으로 사용한 윤제균 감독의 부담감은 어찌보면 당연한 건지도 몰랐다.
"아버지가 대학교 2학년 때 돌아가셔서 아버지에 대한 생각이 늘 머리 속에 맴돌고 있었어요. 그래서 언젠간 아버지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아버지 이야기를 하려면 전체 세대를 표현해야 돼서 많은 돈이 필요하더라고요. '해운대'가 잘 돼면서 본격적으로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했어요."
사실 윤제균 감독의 부모님에 관한 이야기는 그간 알려진 바가 없었다. 그러나 언론/배급시사회 당시 부모님에 대한 질문이 갑작스럽게 나오면서 당시 현장은 울음바다가 됐다.
"극중 이름이 실제 부모님 이름이라는 이야기를 미리 배우들에게 말했다면 얼마나 부담이 됐을까요. 슬픈이야기만 있는 것도 아니고 재미있고 즐겁게 촬영을 해야하는데 부담을 가질 것 같아서 잘되고 나면 이야기 하려고 했어요. 김윤진씨가 공식석상에 오랜만에 울었다고 하더라고요."
'국제시장' 윤제균 감독 ⓒ 엑스포츠뉴스 권태완 기자
각종 시사회를 통해 '국제시장'을 미리 접한 관객들은 '가장은 어떠한 경우에도 가족이 우선이다', '이만하면 나 잘살았지요? 그런데 나 진짜 힘들었어요'라는 대사가 머리 속에 남았다고 입을 모은다. 윤제균 감독의 연출 스타일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대목이다.
"한 장면을 놓고 달려가는 스타일이에요. '국제시장'은 마지막에 아버지 사진을 보면서 하는 대사였어요. 실제 아버지가 암투병으로 돌아가셨는데 당시 어머니랑 여동생을 너가 책임져라고 하셨어요. 그 후 저도 진짜 힘들었어요. 그 대사는 지금 돌아가신 아버지한테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한 것 같아요."
이처럼 윤제균 감독의 '국제시장'은 시작부터 남달랐다.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만큼 '진정성'은 어느 때보다 가득했다. 하지만 관객의 평가와는 또다른 문제다. 20대부터 70대를 표현해 내는 것이 관건이었다.
윤제균 감독은 "40대 배우가 20대에서 70대를 연기 해야했다. 노인분장보다 20대 분장에 더욱 신경을 썼다. 또한 여의도광장, KBS 외관, 흥남철수 등 당시의 모습을 구현해 내기 위해 전 세계를 돌아다녔다"고 밝혀 그간의 노력을 짐작케 했다.
'국제시장'은 특히 덕수 역의 황정민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황정민은 20대부터 70대 덕수까지 흔들림없는 연기를 소화한다. 황정민의 덕수가 중심을 잡아줬기에 관객은 끝까지 몰입할 수 있다. 또한 덕수의 부모로 등장한 정진영과 장영남은 적은 분량에도 진한 여운을 남기며 존재감을 뽐낸다.
"덕수 어머니로는 장영남이 1순위였어요. '하모니' 때 제작자로 처음 만났는데 강인함의 상징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스크린의 에너지가 대단하더라고요. 분량이 적을수록 캐스팅이 중요해요. 정진영과 장영남에 올인했다고 말한 이유가 거기에 있어요. 연기적인 아우라가 있는 배우들이에요."
'국제시장' 윤제균 감독 ⓒ 엑스포츠뉴스 권태완 기자
윤제균 감독은 인터뷰 내내 '국제시장'에 대한 걱정을 늘어놨지만 우려와 달리 '국제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김윤진은 벌써부터 500만 공약을 생각하고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들릴 정도다.
기자들의 칭찬에도 윤제균 감독은 "칭찬을 많이 해주니까 감사하다. 하지만 영화계에 몇 십년간 있으면서 결론 지은건 '흥행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신만이 알고 있다. 기대되지만 실패해도 실망하지는 않을 것 같다"며 신중함을 잃지 않았다.
한국 최초의 블록버스터 재난 영화 '해운대'를 통해 1145만 관객을 동원했던 윤제균 감독은 화려한 CG보다는 담담하게 담은 가족테마 스토리와 부산 토박이에서의 경험을 녹여냈다.
이번 '국제시장' 역시 부산을 배경으로 실제 지명인 '국제시장'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가족이야기로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를 만났다. 윤제균 감독은 앞으로도 '사람냄새' 나는 이야기를 전할 예정이다.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구상 중인데 '꽃분이네' 가족들의 80-90년대 이야기를 하어요. 우리나라 현대사에 80-90년대도 민주화, IMF, 재난사고 등이 있는데 그런이야기를 전하고 싶어요."
항상 어려울 때 아버지가 자신을 지켜준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윤제균 감독. 그의 이야기가 추운 겨울 대중들의 마음 속에도 따뜻한 울림을 전할지 주목된다.
한편 '국제시장'은 '해운대' '1번가의 기적' '낭만자객'을 연출한 윤제균 감독이 5년 만에 메가폰을 잡았으며 황정민을 포함해 김윤진, 오달수, 장영란, 라미란, 김슬기 등이 출연한다. 오는 12월17일 개봉.
조재용 기자 jaeyong2419@xportsnews.com
조재용 기자 jaeyong2419@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