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혁 ⓒ 나무엑터스
[엑스포츠뉴스=김승현 기자] 배우 조동혁은 OCN 드라마 '나쁜 녀석들'을 향한 대중의 열기를 몸으로 느낀다. 극 중 살인청부업자 정태수 역을 맡은 조동혁은 부쩍 어린 팬들이 많아졌다.
중학교 2학년 조카를 통해 그 또래의 사인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색다른 현상을 신기해하고, 얼굴에는 미소가 번지는 그를 볼 수 있었다.
영화 '야차'에서 친해진 한동화 촬영 감독과는 평소에도 여행을 다니는 사이다. 어느 날 '나쁜 녀석들' 촬영에 돌입하는 한 감독이 조동혁에게 연락했고, 조동혁은 드라마 줄거리의 실현 가능성 여부에 의아해 하면서도 신뢰감에 출연을 승낙했다. 한정훈 작가가 자신을 염두에 두고 정태수를 그려나간 것도 힘을 실어줬다.
'나쁜 놈 잡는 나쁜 녀석들' 콘셉트를 잘 구현해 낸다면 소위 대박을 칠 것 같다는 예감이 있었다. 신선한 시나리오를 가져갈 수 있는 배우들이 출연한다면 일을 낼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물망에 올랐던 김상중, 마동석, 박해진, 강예원이 합류를 확정했고, '나쁜 녀석들'에 대한 좋은 예감은 굳건해졌다.
지난 7월 크랭크인 전에 조동혁은 3개월간 액션 스쿨을 다니며 체중감량을 감행, 날카로운 정태수를 일찍이 준비했다. 살인청부업자에 맞는 완벽한 액션을 위해, 평소 싫어하는 오래 달리기도 자처하며 몸에 탄력을 붙였다. 정태수의 전매특허, 멋진 발차기도 그 이유가 있는 법이다. 오히려 자신은 제작진이 잘 찍어줬다면서 공을 돌린다.
실제 촬영은 전쟁을 방불케 했다. 초반에 손목에 금이 갔고, 촬영 강행에 치료를 받지 못했다. 손목 보호를 위해 붕대를 칭칭 감아 간신히 촬영을 끝내는 일상의 반복이었다. 주먹 쓰기가 불편했고, 고민 끝에 소품을 활용한 액션 연기를 펼쳤다.
장도리, 망치를 비롯한 다양한 흉기는 액션에 리얼함을 더했고,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고수는 주변 사물을 활용해도 상대를 무찌를 수 있어야 한다'는 근본은 다양한 소품 액션의 장이 돼, 시각적인 만족도를 채웠다. 묵직하고도 강력한 한 방을 지닌 박웅철(마동석 분)과 달리 정태수의 액션은 기교가 있다.
조동혁 ⓒ 나무엑터스
'나쁜 녀석들'은 등장 인물들의 심리를 극명하게 비추기 위해 클로즈업을 주로 사용한다. 몸을 던지는 액션 외에도 상세한 감정 묘사는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아무렇지 않게 살인을 자행하다, 범죄 조직 소탕으로 죄의식을 느끼는, 과묵한 남자의 변화의 물결은 수위 조절 측면에서 고심해야 했다.
특히 정태수가 살인청부업자 동료를 잃게 되는 7회는 자신을 위한 무대였다. 부각된 인물로서 에피소드를 전개하는 부담감이 있었지만, 긴 시간 캐릭터를 연구하면서 쌓은 내공은 이때부터 발휘됐다. 정태수화(化) 된 조동혁은 7회 방송 말미에 박선정(민지아)을 만나는 장면에 희열을 느꼈다. 흐르는 눈물을 억제하는 야수의 모습에서, 처음으로 정태수와 일심동체가 됐다고 봤고, 주체할 수 없는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새삼 깨달은 것은 사전 제작의 장점이다. 쪽대본 드라마는 감정을 잡는 것도 어렵거니와,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고 결말이 틀어지게 돼 스토리에 구멍이 생기기도 한다. 배우들의 분량 감소도 비일비재해 당황스러울 때도 있다. 하지만 철저한 반 사전 제작의 '나쁜 녀석들'은 미리 설계도를 작성했고, 제작진은 튼튼한 뿌리를 바탕으로 배우들이 뛰어놀 수 있게 배려했다.
밑그림은 보전돼 내용은 산으로 가는 일은 없었고, 이야기를 훼손하지 않는 차원에서 배우들의 애드리브를 장려했다. 배우들이 캐릭터를 더 잘 이해하고 있는 만큼, 틀을 깨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사도 수정해 맛있는 양념을 뿌렸다. 이미 첫 방송 전에 마지막 회의 대본이 탈고돼, 배우들은 캐릭터 분석에 만전을 기했고, 스태프도 소품에 세세한 신경을 썼다.
그렇게 조동혁의 확신은 사실이 됐다. 다섯 주인공의 균형 분배가 돋보이는 '나쁜 녀석들'은 연일 OCN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돌파하며, 지상파를 위협하고 있다. 함께 피를 흘리고 면전에 대고 위협을 가한 배우들은 우정을 꽃피웠다. 드라마 촬영 이후 각자 바쁜 스케줄로 자주 만나지 못하지만, 조동혁은 나쁜 녀석들의 아름다운 나날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조동혁 ⓒ 나무엑터스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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