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일우는 '야경꾼일지'로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김한준 기자
[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2006년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꽃미남 스타 반열에 올랐던 때가 있었다. 그 후 그는 풋풋한 꽃미남 연기자에서 자신만의 연기 영역을 구축한 배우로 한 단계씩 성장해 나갔다. 어느덧 자신의 작품을 책임질 수 있게 된, 배우 정일우(27) 이야기다.
그는 지난달 종영한 MBC 드라마 '야경꾼일지'에서 귀신 보는 왕자 이린 역을 맡아 주축 배우로 활약했다. 한 작품을 이끄는 주연 배우임을 다시금 입증해 보인 그는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최선을 다했다"며 당시를 되돌아봤다.
"작품을 선택할 때 감독님과 작가님, 캐릭터 등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요. 결정하기 전에 대본도 수없이 읽고요. 그런 면에서 '야경꾼일지'는 굉장히 욕심냈던 작품이었어요. 캐릭터가 워낙 좋았고 잘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드라마는 항상 시간에 쫓기다 보니 아무래도 완성도 면에서 아쉬운 점이 있었던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럼에도 최선을 다해 연기했어요."
판타지 사극이라는 장르적 특성상 그는 화려한 액션을 비롯해 로맨스, 코믹, 진지 등 복합적인 감정이 녹아있는 장면들을 소화해냈다.
"밤도 많이 샜고 다치기도 많이 다쳤어요. 그만큼 노력도 많이 했고요. 따로 액션을 배울 시간이 없어서 현장에서 무술 감독님에게 가르침을 받았어요.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다 보니 액션이 힘들어지더라고요.(웃음) 액션만 하면 괜찮았을 텐데 감정과 액션을 복합적으로 표현하다 보니 더 힘들었어요."
힘들었던 만큼 얻은 것도 많다. 사실 '야경꾼일지'는 청춘 로맨스와 귀신 쫓는 야경꾼들의 이야기 사이에서 길을 잃은 탓에 작품성 면에서는 호평받지 못했다. 그러나 월화극의 전체적인 부진 속 시청률 1위를 유지했고, 정일우 역시 상당한 호연을 보여줬다.
"이번 작품 덕에 여유와 자신감을 얻게 됐어요. 한편으로는 연기가 어렵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됐고요.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이 잘 맞아야 캐릭터가 빛이 나잖아요. 시작할 때는 100%라고 생각했는데 하면 할수록 어려워지더라고요. 그래도 90% 정도는 됐다고 생각해요. 한 작품을 잘 마무리했다는 데서 성취감이 드네요."
정일우가 자신의 연기관을 털어놓았다. 김한준 기자
'거침없이 하이킥'(2006)으로 데뷔한 정일우는 올해로 연기생활 9년 차를 맞았다. '돌아온 일지매'(2009), '아가씨를 부탁해'(2009), '49일'(2011), '꽃미남 라면가게'(2011), '해를 품은 달'(2012), '황금무지개'(2013) 등에 출연하며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작품 한 편으로 스타덤에 올랐다가 소리 없이 사라지는 이들이 부지기수인 연예계에서 10여 년 동안 꾸준히 한길을 걸어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는 "점점 오기가 생긴다"고 이야기했다.
"연기에 대해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무엇인지 정의 내리기도 힘들고 배움의 끝도 없죠. 분명한 건 대충 연기를 하면 다 보여지기에 항상 노력해야 한다는 거에요. 그래서 더 연기의 매력에서 빠져나오기 힘든 것 같기도 하고요. 연기는 자기와의 싸움인데 절대 지면 안 된다고 생각하니까 오기가 생겨요."
정일우는 자격 있는 배우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김한준 기자
연기에 대해 잘 알지 못한 채 의욕만 불태웠던 스무 살 정일우는 어떻게 해야 캐릭터를 깊이 있게 그려낼 수 있는지를 아는 스물여덟의 연기자로 발돋움했다. 그런 그에게 연기관을 물었더니 금세 진지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연기할 땐 잠을 안 자게 돼요. 드라마는 평생 남는 건데, 졸린다고 대충하면 나중에 제 자식들이 창피해 할 거 같아서요.(웃음) 벌써 데뷔 10년이 다 돼 가요. 그동안 믿고 지지해주는 팬들에 대한 책임감이 더 커졌죠. 10년, 20년 뒤 저 자신에게 창피해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진지하게 연기하려 노력해요."
앞만 보고 바쁘게 달려온 그는 어느덧 이십 대의 막바지에 다다랐다. 이제는 성급함을 버리고 여유롭게 작품에 임하게 됐단다. '배우' 정일우는 오늘도 자신의 꿈을 위해 연기의 길을 부단히 걸어가고 있다.
"그동안 허무하게 보낸 시간이 많았던 것 같아요. 공백기도 다른 배우들에 비해서 길었고요. 시간이 가는 게 아깝지만 압박감을 내려놓는 법을 알게 됐어요. 앞으로의 목표요? 자격 있는 배우가 됐으면 해요. 어떤 역할을 맡아도 소화를 잘하는 배우라는 소리를 듣고 싶답니다."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