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임지연 기자] 두산 베어스가 채 1년도 안돼 사령탑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두산은 21일 제10대 사령탑으로 김태형 감독을 선임했다. 당초 송일수 감독의 계약은 3년이었기에 기대에 못 미친 성적을 보였음에도 경질보다는 유임에 무게가 실리는 듯 했으나 두산은 이번에도 지난 시즌처럼 재빠르게 감독 교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두산은 지난해 11월 27일 김진욱 감독을 경질했다. 한국 시리즈 준우승까지 이끈 감독을 경질하는 것에 대해 일각에서 비판이 제기되자 당신 두산은 “우승 최적기에서 김 감독이 보여준 모습에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후임으로 프로 1군을 지휘한 경험이 전무한 송일수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두산은 '무명'에 가까웠던 송일수 감독에 대해 "원칙과 기본을 중요시한다. 또 경기 중 상황 대처능력이 뛰어나 창의적이고 공격적인 야구를 구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송 감독은 팬과 구단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고, 시즌 성적 6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남기고 쓸쓸히 퇴장하게 됐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송 감독은 그동안 두산이 닦아온 스타일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두산은 ‘미라클 두산’ ‘허슬 두산’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닐 만큼 특유의 뚝심과 끈지로 상대를 괴롭히는 팀 컬러를 자랑했다. 이는 두산 팬들의 자부심이기도 했다. 그러나 올시즌에는 이런 모습을 좀체 보여주지 못했고, 중요한 승부처에서도 맥빠지는 경기를 종종 보여 팬들을 실망시켰다.
그렇다고 송 감독이 자기 스타일을 뚜렷하게 팀에 입힌 것도 아니었다. 타선의 힘을 믿지 못하고 소극적인 번트작전으로 흐름을 끊는가 하면, 최악의 시즌을 보낸 노경은 등 마운드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수완있는 대처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잃어버린 팀 컬러'를 되찾기 위해 두산은 김태형 감독을 선택했다. 김태형 감독은 두산에서 잔뼈가 굵은 포수출신으로 20년넘게 두산맨이었다. 그런 면에서 팬들과 선수들도 김감독에게 거는 기대가 남다를 것으로 보인다. 아닌게 아니라 김 감독도 감독 선임 직후 "두산의 잃어버린 색깔을 되찾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두산은 '무리수'라는 여론을 무시하고 김진욱 감독을 내치고 송일수 감독의 손을 잡은 것이 '패착'이었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 됐다. 어떤 감독을 덕아웃에 앉히느냐에 따라 '한해 농사'가 좌우되는 프로야구에서 감독 선임은 언제나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그동안의 프로야구 역사는 잘 보여준다.
'감독은 파리목숨' '감독 잔혹사'같은 말이 돌 정도로 한국의 프로야구 감독들은 불안정한 고용'에 시달린다. 프로의 세계에서 '성적이 모든 것'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지만, 장기적인 안목으로 감독을 선택하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각 구단이 자기만의 고유한 스타일과 컬러를 유지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그래야 팬 문화도 덩달아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3년만에 가을 야구에 결석하며 자존심을 구긴 두산이 내년에는 잃어버린 컬러를 회복하며 화려하게 부활해 '야구 명가'라는 타이틀을 되찾을 수 있을까. 김태형 신임 감독의 어깨가 그 어느 때보다 무겁게 됐다.
임지연 기자 jylim@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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