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임지연 기자] 올 시즌 대대적인 변화를 시도한 두산 베어스의 선택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지난해 정규시즌을 4위로 마감한 두산은 포스트시즌 16경기를 치르며 삼성의 통합 3연패를 위협했다. 두산이 보여준 저력 때문일까. 많은 야구 전문가들은 올시즌을 앞두고 두산을 ‘삼성 대항마’로 꼽았다. 하지만 두산은 2014시즌 59승1무68패로 6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두산은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가장 변화가 큰 팀이었다. 내부 FA 3명이 팀을 떠났고 2차 드래프트와 트레이드를 통한 선수 이동도 있었다. 또 9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사령탑을 교체했다. 두산은 준우승이라는 성적을 낸 김진욱 감독을 마무리캠프 도중 경질했다. 당시 두산은 “프로팀의 최종목표는 우승이다. 팀을 가장 효과적으로 이끌기 위해 내린 선택”이라고 했다.
김 전 감독을 대신해 프로 1군 감독 경험이 전무한 송일수 감독이 새롭게 두산의 지휘봉을 잡았다. 두산은 베일에 싸여있던 송일수 감독에 대해 “원칙과 기본을 중요시한다. 또 경기 중 상황 대처능력이 뛰어나 창의적이고 공격적인 야구를 구사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두산은 5월 한 달을 제외하고 투타 밸런스 붕괴와 엇박자로 강팀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포스트시즌 문턱도 밟지 못하고 쓸쓸한 가을을 보내게 됐다. 송일수 감독 역시 팀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고, 여러 가지 상황에 대비하지 못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두산의 선택은 실패로 돌아간 셈이다.
● 장점 사라진 야구
두산은 장점이 뚜렷한 팀이다. 어느 구단과 견주어도 남부럽지 않은 야수층을 보유했다. FA와 2차드래프트로 베테랑이 떠나 우려의 목소리도 컸지만, 새로운 선수들이 떠난 이들의 공백을 잘 채웠다. 두산 타선은 30홈런 이상을 때리는 거포는 없지만, 짜임새도 좋고 선수별 개개인의 작전 수행 능력도 좋다. 발야구로도 정평이 나있는 팀이다. 두산은 지난해에도 마운드가 고전했지만 타선을 앞세워 가을야구 무대를 밟기도 했다.
올시즌 두산은 5월 팀 타율 3할4푼으로 불을 뿜었지만 이후에는 큰 힘을 쓰지 못했다. 민병헌과 정수빈, 오재원 등이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고 홍성흔도 전성기 못지않은 활약을 펼쳤지만, 지난해만큼의 폭발력은 없었다.
시즌 시작에 앞서 송일수 감독은 "이기는 야구, 1점이 소중한 야구를 하겠다"고 했다. 송 감독은 그 말대로 선취점을 중요시했고, 경기 초반부터 번트 작전을 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작전은 실패로 이어지기 다반사, 오히려 대량 득점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두산은 발야구가 강해 발 빠른 주자가 1루에 있어 충분히 상대 배터리를 흔들 수 있는 상황에서도 많은 번트 작전으로 주자를 진루시키는 선택을 하곤 했다. 장점으로 꼽히던 발야구는 사라지고, 아웃카운트를 버리는 상황이 연출되곤 했다.
두산의 이러한 작전 야구는 ‘타고투저’로 표현되는 올시즌과 어울리지 않았다. 투수들 보다 야수들의 힘이 더 센 시즌, 두산 마운드는 ‘지키는 힘’이 부족했다. 선발 노경은이 부진에 빠지면서 마운드 전체가 흔들렸다. 여기에 시즌 중반까지 잘 버텨주던 불펜들도 하나 둘 무너졌다. 마운드 위에 선 투수는 1~2점을 지킬 수 없는 상황, 송 감독이 추구한 1~2점을 얻는 야구는 승리보다는 더 많은 패배로 연결됐다.
또 화수분 야구라는 팀의 특징을 살려내지 못한 한 해이기도 했다. 냉정하게 올시즌 두산에서 활약한 새로운 얼굴은 2년차 좌완 투수 함덕주가 전부다.
● 어긋난 승부처, 무너진 투타 밸런스
두산이 기대만큼의 성적을 거두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은 단연 마운드 부진이다. 무너진 선발진은 5회 이상을 채우기도 어려웠고, 선발이 일찍 무너짐에 따라 불펜 투수들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5월은 타선의 힘으로 버텼으나, 6월부터는 투타 밸런스가 붕괴되면서 부진이 시작됐다.
두산은 어떤 처방전도 내리지 못했다. 노경은이 등판할 때마다 패만 쌓고 있음에도 부진한 선수를 계속 기용했다. 5선발을 두고도 실험이 계속됐다. 당시 송 감독은 “2군에도 올릴만한 선수가 없다”고 했다. 시즌을 앞두고 준비한 ‘플랜 B'가 없음을 스스로 밝힌 셈이다.
마운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두산은 싸워야 할 때와 버텨야 할 때를 구분하기보다 총력전을 했다. 그 단적인 예가 7월 마무리 이용찬이 빠졌던 무렵이다. 최근 송일수 감독은 올시즌 중 가장 힘들었던 시기로 마무리 이용찬이 금지약물 복용으로 출장 정지를 받았던 무렵을 꼽았다.
이용찬은 7월4일부터 팀이 치르는 10경기에 등판하지 못했다. 두산은 이용찬이 빠져 엔트리 운영이 어려운 처지에서도 올스타전 브레이크를 앞두고 상위 팀들과의 승차를 줄이기 위해 투수 운용을 무리하게 몰고 갔다. 이용찬이 경기에 나서지 못한 10경기 동안 다른 필승조 정재훈 6경기(5⅓이닝), 윤명준 7경기(9⅓이닝), 이현승 7경기(6이닝)에 나섰다. 이닝이나 투구수도 문제였지만, 연투가 많았다.
승차를 줄이는 것과 마운드 운영 모두 실패했다. 8월부터 부진하던 유희관이 살아나고 유네스키 마야가 합류하면서 선발이 안정되는 듯 했으나, 7월에 힘을 뺀 나머지 두산 필승조는 8월 줄줄이 부진했다. (정재훈 7월 2.89→8월 16.50, 이현승 7월 3.86→8월 9.00, 윤명준 7월 4.76→8월 8.44 평균자책점)
부진을 거듭한 노경은을 계속 기용한 부분도 아쉽다. 만약 노경은의 부진이 시작되던 무렵, 그를 2군으로 내려 보내 스스로를 돌아보게 했다면 다른 결과를 받아들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평가가 따른다. 노경은이 6~8월 보여준 모습은 5선발 후보들이 기록한 성적보다 더 나빴다. 당장 어려워도 노경은에게 시간을 줬더라면, 오히려 9~10월 4위 경쟁이 막바지에 이른 때 팀에 큰 도움이 됐을 수도 있다.
송일수 감독은 부임 첫해를 돌아보면서 “60점이었다”라고 자평한 뒤 “내년에는 80점은 넘어야 만족스러운 시즌일 될 것이다. 마무리캠프 부터 올시즌 부족했던 부분을 잘 채우겠다”고 했다. 송일수 감독의 첫 시즌은 실패와 함께 많은 숙제를 남기며 막을 내렸다.
임지연 기자 jylim@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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