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박지윤 기자]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신민아도 그렇다."
15살 신민아는 1998년 패션잡지 '키키' 1기 전속모델로 덜컥 연예계에 데뷔했다. 그렇게 16년이라는 시간을 모델, 하이틴스타, CF퀸으로 살아왔다. 그런 그녀에게 '배우'로 방점을 찍을 수 있는 작품이 찾아왔다. 바로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다.
구미호, 귀신…독특한 캐릭터 맡았던 20대
"이젠 편안한 모습 보여드리고파"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서 신민아는 풋풋한 새신부 '미영'을 연기한다. 미술학원에서 아이들의 입시를 돕고, 집에 와서는 철부지 남편에게 잔소리를 쏘아붙이는 캐릭터. 그동안 '구미호', '귀신' 등 독특한 캐릭터를 맡아왔던 신민아의 배우 커리어에서 가장 일상적이고 평범한 캐릭터다.
"20대에는 현실에 없는 거리감 있는 캐릭터를 많이 했어요. 사실 20대 여배우에게 원하는 게 그런 모습인 것 같아요. 신비롭고, 조금 멀리 존재하는 느낌? 이제 나이도 서른 줄에 접어드니 좀 더 편안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1990년 이명세 감독의 를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당시 박중훈, 최진실이 신혼부부의 풋풋한 일상을 연기하며 공감대를 자아냈다. 故최진실이 연기했던 '미영'을 연기한다는 사실에 부담감이 없지 않았을 터. 신민아는 "잘해도 본전"이라는 생각에 부담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사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리메이크 작품인줄 몰랐어요. 그러다 '음이탈신'과 '짜장면신'을 보고 리메이크라는 걸 알게 됐죠. 워낙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니까 부담도 없진 않았어요. 혹여나 원작에 흠이 될 수도 있고, 잘해도 본전이라는 말도 있었고요. 그래도 원작이 갖고 있는 힘을 믿었던 것 같아요."
사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가 영화관에서 관객을 맞기까지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 리메이크 작품이라는 한계 등으로 작품 투자가 원활하지 않았고, 수차례 시나리오 수정까지 이뤄졌다. 이런 과정이 감독과 배우들을 더욱 똘똘 뭉치게 했다. 또 작품에 대한 애착도 깊어졌다. 영화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조정석의 '바지 벗기' 신도 신민아의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평소 아이디어를 내는 편은 아닌데, 시나리오 수정 과정에서 감독님이 저희 의견을 많이 물어봐주셨어요. 저도 상황이 어려우니까 더 으쌰으쌰 하면서 참여하게 됐던 것 같아요. 그렇게 무심코 낸 아이디어인데, (조)정석오빠가 잘 해줘서 재밌게 나왔죠. TV 코미디 프로에서 신혼부부들이 눈만 마주치면 밥상 엎는 그런 장면을 많이 봤거든요.(웃음)"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의 가장 큰 매력은 '공감'(共感)이다.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라서, 직장 생활을 하는 직장인이라서 또는 연애를 하고 있는 커플이라서…. 아니 그냥 여자라는 이유로 영화 내내 고개가 끄덕여진다. 신민아가 '미영' 캐릭터를 구상하며 가장 많은 공을 들인 부분도 관객으로부터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었다.
"이 영화가 신혼부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크게는 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미혼인 여자들도 공감할 수 있는 거죠. 여자라면 한번쯤 느꼈을 그런 기분들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아직 결혼하지 않은 제가 이 시나리오에 공감할 수 있었던 것처럼, 다른 여자 분들도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요?"
16살 중학생 데뷔…이제는 큰 자산
"시간이 절 성숙하게 만든 것 같아요"
16살에 데뷔해 31살이 되기까지, 신민아는 인생의 절반을 스타로 살아왔다. 여배우에게 서른이라는 나이는 막연한 두려움과 같다. 하지만 신민아는 오히려 숫자 30에 대해 '나쁘지 않다'며 웃음을 보인다.
"고등학교 1학년부터 연기 생활을 시작했어요. 능력은 안되는데 욕심만 많았죠. 지금은 연기 자체를 좀더 편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 같아요. 쓸데없는 긴장도 사라졌고.(웃음) 예전이 막연한 욕심이었더라면, 지금은 구체적인 욕심으로 바뀌었어요. 돌이켜보면 어느 1년도 허투루 보내지 않은 것 같아요. 시간이 흐르면서 저도 자연스럽게 성장했다고나 할까요? 가끔 너무 연기 생활을 너무 일찍 시작한게 아닐까 생각도 헀는데, 이제는 오히려 제 강점이 된 것 같아요. 그런 경험이 쌓여서 지금의 제가 있는 거니까요."
나이 얘기는 자연스럽게 결혼으로 이어졌다. 영화를 통해 결혼을 간접 경험한 만큼, 신민아의 결혼관은 상당히 뚜렷하고 현실적이었다.
"주위에 결혼한 사람이 별로 없어요. 예전에는 현실감이 없었는데, 이 영화하면서 '내가 결혼할 나이구나' 생각하게 됐죠.(웃음) 미영과 영민은 맞벌이 부부니까 참 힘든점이 많더라고요. 저는 서로 존중하고 대화로 많이 풀어가면서 극복하고 싶어요. 이상형은 저랑 정신적으로 비슷한 사람이요. 그래야 공감대도 같을 것 같아요."
최근 SBS '런닝맨'에 출연하는 등 신민아의 행보는 상당히 자유로워졌다. 더 이상 신비주의도, 거리감을 주던 '여신'이라는 칭호도 반갑지 않다. 신민아는 이제 편안한 배우를 꿈꾼다.
"저 되게 편안한 사람이에요. 그런데 그동안은 대중들과 약간의 갭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이런 사람이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앞으로도 꾸준히 안 쉬고 일하고 싶어요. 저는 일을 하면서 즐거웠으면 좋겠어요. 재밌고 편한 거. 그게 가장 행복한 것 같아요."
박지윤 기자 jyp90@xportsnews.com
박지윤 기자 jyp9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