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용석 ⓒ 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김승현 기자] 이지애 전 KBS 아나운서가 전직 국회의원이자 방송인 강용석에게 화해의 손길을 건넸다. 지금은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는 이지애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다 줬습니다"로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이지애는 "나의 이름 앞에는 이제 '아나운서'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는다. 나의 이야기가 대한민국 대다수의 아나운서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며 혹 이로 인해 그 이름에 누를 끼칠까 염려가 되기도 하다. 다만 한 전직 정치인의 발언으로 빚어진 이 논란에 대한 화해를 정식으로 요청하고 싶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지애는 강용석이 지난 2010년 7월 전국 대학생 토론대회에 참석한 대학 동아리 학생들과 회식을 하던 중 "아나운서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를 할 수 있겠느냐"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아나운서를 모욕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것을 거론한 것이다.
그녀는 "아직도 그 얘기냐 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나운서들의 상처는 꽤 깊었다"라며 과거 강용석의 발언을 언급하며 "여러 가지 의미에서 그의 이야기는 맞는 것도 같다. 9년 차 아나운서로서 나는 나의 많은 것을 내주었기 때문이다"라며 "이 발언으로 인해 정치인의 옷을 벗으며 오랜 시간 마음 고생했을 그 분과도, 아직도 오해하고 있을 일부 대중과도 이제는 화해하고 싶다"고 끝을 맺었다.
지난달 29일 서울서부지법 제2형사부(오성우 부장판사)는 여성 아나운서에 대한 비하 발언을 한 혐의(모욕 등) 등으로 기소된 강용석에게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이 벌금형은 강용석의 발언을 기사화한 모 언론사 기자를 강용석이 허위보도로 고소한 데 대한 '무고죄'를 적용한 것이었다.
정작 강용석이 여성 아나운서에 대해 했던 "(여성이) 아나운서가 되려면 모든 것을 다 줄 각오를 해야한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모욕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것이다. 세간을 시끌시끌하게 했던 강용석의 발언이 무죄로 판명되면서, 논란은 수면 아래로 가라 앉는듯 했으나, 이지애의 글로 인해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강용석의 생각을 듣고자, 그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아쉽게도 닿지 않았다.
법률적으로 보면 강용석은 여성 아나운서들을 비하하거나 모욕하지 않았던 것이 된다. 재판부는 강용석이 해당 발언을 할 당시 아나운서가 그 자리에 동석하지 않았고, 특정 단체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개인적인 모욕감을 느끼는 강도가 희석됐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법적 문제를 떠나서 당시 강용석의 발언으로 이지애처럼 대부분의 여성 아나운서들은 '모욕감'에 몸서리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강용석은 비록 법률적인 책임에서는 벗어났을 지몰라도 '인간적인 도리'라는 측면에서는 여전히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본다. 물론 해당 발언 이후 강용석 자신도 무척 마음의 상처와 내상을 입었을 것이다.
정치인의 옷을 벗고 방송인으로 거듭난 그는 스스로 말하듯이 자신의 이미지를 '세탁'하는데 성공했다. JTBC '썰전'에서는 사안에 대한 쓴소리와 돌직구를 서슴지 않으며 합리적인 보수의 아이콘으로 떠올랐고, '유자식 상팔자'에서는 아들과 함께 예능감을 뽐내며 '종편의 왕자'가 됐다. 방송에서 그가 보인 자연스럽고 솔직한 모습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호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방송가를 누비는 강용석은 그래서 더욱 과거의 발언을 '털고' 가야할 필요가 있다. 법적으로 종결이 됐으니 더이상 거론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강용석이 그동안 방송을 통해서 거듭 사과해왔고, 해당 발언이 나오면 어쩔 줄 몰라하며 진땀을 흘리는 모습을 보면, 그의 마음 한 구석에는 짐이 있는 듯 보였다. 이런 점에서 이지애가 공적으로 '화해'를 요청한 만큼 이에 응하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싶다.
강용석 자신은 어쩌면 억울하고 과도하게 자신이 여론 재판을 받았다고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상대편 여성 아나운서들의 입장을 생각해 본다면 자신의 억울함만을 크게 생각할 이유가 없다.
여론으로 보나, 아나운서들의 입장에서 보나 강용석이 자기 발언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에 따른 사과가 이어지는 것이 맞다. 더이상 시간을 끌면서 유불리를 따지거나, 자존심을 내세운다면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털고 썰어버리는데 주저없던 강용석이 이번에도 '화끈'하게 화해 요청을 받아들임으로써 앞으로 마음의 부담을 덜고 더욱 맹활약하기를 기대해 본다.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