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빈, 조인성, 현빈 등 톱스타들이 얼음물 샤워에 동참했다 ⓒ 유튜브
[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요 며칠 사람들 사이의 화제는 단연 아이스 버킷 챌린지(Ice Bucket Challenge)다. 연예인부터 운동선수, 정치인 등 각계각층 유명인들이 너도나도 '얼음물 샤워'에 동참하며 관심을 끌고 있다.
SNS를 필두로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아이스 버킷 챌린지는 미국 루게릭병 협회(ALS)가 환자들을 돕기 위해 고안한 모금운동으로 7월에 시작됐다.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 빌게이츠와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 팝스타 저스틴 비버, 레이디 가가 등 유명 인사들이 잇따라 참여했다.
루게릭병은 근육이 수축, 경화되는 질병으로 1930년대 미국 뉴욕 양키스 야구단의 전설적인 4번타자인 루게릭이 이 병에 걸리면서 그런 이름을 얻게 됐다. 얼음물을 끼얹는 퍼포먼스는 차가운 얼음물이 닿을 때처럼 근육이 수축되는 고통을 함께 느껴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한국에서도 배우 최민식과 조인성, 원빈, 현빈, 김희선,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 축구선수 손흥민, 야구선수 류현진 등등이 나섰다. 한국 참여자들은 주로 한국 ALS 협회나 한국의 루게릭병 환우를 위해 설립된 승일희망재단에 기부하고 있다.
스타들의 아이스버킷챌린지 열풍이 계속되고 있다 ⓒ 전효성, 클라라SNS
이처럼 유명인들이 앞장서서 동참한 덕분에 루게릭병이라는 난치질환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졌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자그마한 손길을 내미는 '기부' 정신도 폭넓게 번지고 있다. 또 스타나 유명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그들의 영향력이 얼마나 강력한 지를 재확인시키는 동시에 그런 영향력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이 사회를 얼마든지 밝고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도 보여주었다.
일각에서는 아이스 버킷의 유행에 대해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기도 한다. 순수한 기부로 시작된 운동이 재미삼아 축제처럼 이뤄지고 있을 뿐 아니라 심지어는 이미지 세탁이나 속 보이는 마케팅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례로 시크릿 전효성은 흰 티를 입고 물세례를 받다 검정색 속옷을 노출해 황색언론의 먹잇감이 됐고, 배우 클라라는 강남 한복판에서 물을 뒤집어 써 보여주기 식이 아니냐는 삐딱한 시선을 받았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가 포털 사이트 검색어를 휩쓸고 화제가 되자 연예인 소속사에서는 이와 관련된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홍보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얼음물 세례를 웃으며 즐기는 유명인들의 영상이 루게릭병 환자의 고통을 체감하게 하기 보다는 재미 위주로 흘러간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런 우려가 일리가 없는 건 아니다. 캠페인의 본질은 오간데 없고 대중의 눈길을 끌기 위한 '쇼'로 변질되는 흐름은 지양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기부'라는 행위가 반드시 엄숙하고 진지한 형식을 띨 필요는 없다. 지나치게 심각하게 접근하다보면 오히려 도움을 받는 이들로 하여금 자신이 '동정'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할 수가 있다. 기부를 하는 측이 즐겁고 신나는 모습을 보이면 받아들이는 쪽도 덩달아 미소로 화답하게 되는 법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캠페인은 유쾌한 기부문화라는 새로운 '씨앗'을 지구촌에 널리 퍼뜨린 매우 뜻깊은 시도라고 할 수 있다. 흔히 얘기하는 재미와 감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격이 아닐까.
그러니 웃고 장난치고, 때론 섹시하게 '얼음물 붓기 놀이'를 한다고 해서 눈살을 찌푸리지 말자. 이따위 '쇼' 같은 행위가 루게릭병 환자들을 위한 무슨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겠냐며 거창하게 나오지도 말자. 기부는 문제를 구조적, 근본적으로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기부라는 따뜻한 마음조차 사라진다면 이 사회가 얼마나 비정하고 삭막하겠는가.
연예계는 도박이다, 마약이다, 음주운전이다, 폭행이다 하며 잊을만 하면 터지는 불미스러운 사건들 탓에 지탄을 받는 경우가 많다. 그에 비하면 연예인들의 자발적인 아이스 버킷 참여는 얼음물만큼이나 대중들의 마음을 시원하고 상큼하게 '샤워' 해주고 있다.
자기잇속이나 이미지관리 차원에서 아이스 버킷을 이용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뭐 그러면 좀 어떤가. 대다수 연예인과 유명인들이 정말로 흔쾌히, 어떤 사심도 없이 즐겁게 기부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그 정도의 흠집은 흠집으로도 여겨지지 않는다.
미국에서 시작된 아이스 버킷 챌린지는 우리 연예인들에게도 새로운 챌린지(도전)의 느낌을 주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 느낌을 잘 살려서 션-정혜영 부부 같은 제2, 제3의 '기부천사'가 계속해서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