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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록 달성' 박한이 "꾸준하게 잘하고 싶다"

기사입력 2014.08.01 22:45

나유리 기자
박한이 ⓒ 엑스포츠뉴스DB
박한이 ⓒ 엑스포츠뉴스DB


[엑스포츠뉴스=광주, 나유리 기자] 삼성 라이온즈 박한이가 대기록을 달성했다.

박한이는 1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전에서 3번타자-우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이날 경기전까지 올 시즌 99개의 안타를 기록중이던 박한이는 2회초 2사 주자 2루 상황에서 KIA 선발 송은범의 4구째를 노려 쳤다. 이 타구가 중견수 이대형의 키를 훌쩍 넘기는 적시 2루타로 연결됐고, 박한이의 시즌 100번째 안타가 됐다.

이로써 박한이는 2001년 프로 데뷔 이후 14년 연속 세자릿수 안타를 때려내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KBO 역사상 박한이를 포함해 단 두명만 가지고 있는 기록이다. 박한이의 한 시즌 개인 최다 안타는 지난 2003년 작성한 170개다.

다음은 박한이의 일문일답.

-14년 연속 세자릿수 안타를 달성했다. 양준혁(16년 연속)에 이어 역대 두번째 기록이며 현역 선수 가운데 최장 기록인데.

"안 다치면 칠 수 있는 기록이니까, 내 경우엔 특별히 굉장히 기쁘다는 느낌은 없다고 해야할까. 그런데 이런 건 있다. 양준혁 선배, 이승엽 선배(12년 연속 기록중)와 이름을 나란히하는 기록을 갖고 있다는 점이 뿌듯하다. 다른 파트에서 내가 어떻게 그 선배들과 이름을 같이 올리겠는가. 지금으로선 양준혁 선배의 기록을 깨는 게 내 야구인생의 목표다. 그 기록을 넘어서야만 나에겐 정말 큰 의미의 결과물이 될 것 같다."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6라운드 44순위로 삼성에 지명됐던 선수다. 엄밀히 말하면 6라운드 선수는 당장은 큰 기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프로 첫 경기부터 어떤 마음가짐으로 뛰었는가.

"앞만 보고 달렸다. 뒤도 안 보고 미친듯이. 뒤돌아보면서 후회할 여유도 없었다. 삼성 입단 당시(97년 지명, 2001년 입단, 데뷔) 김응용 감독님이 나를 예뻐하셨다. ‘야구장에선 미친듯이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첫 시즌을 뛰었다. 지금이야 나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했으니 뒤돌아보며 생각할 겨를이 있지만, 신인 때는 화려한 고참 선배들 사이에서 미친듯이 앞만 보고 달렸다. ‘야구장에서 죽어야 한다’는 심정이었다."

-기억나는가. 데뷔전(2001년 4월5일 대구 한화전), 데뷔 타석에서 기습번트로 첫 안타를 만들었다. 공식기록은 포수앞 번트 내야안타로 남아있다. 배짱이 두둑한 선수였는가.

"(웃음) 데뷔 첫 경기부터 송진우 선배를 상대로 첫 타석을 앞두고 있었다. 워낙 좋은 공을 던지고, 제구력도 좋은 투수였으니, 배짱이고 뭐고 부담부터 앞섰다. 1번타자로서 어떻게 살아나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기습번트라도 대 보자’는 결론을 내렸다. 어떻게 댔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어쨌든 안타가 돼 살았다. 다음날 “한이야, 너 송진우 선배가 번트 수비가 얼마나 좋은 선수인지 알고 번트 댔냐?”는 얘기를 선배들로부터 진짜 많이 들었다. 그때 번트 안타는 운이 좋았던 것 같다."

-그 기습번트 안타에서 출발해 지금까지 왔다. 1700개가 넘는 안타로 이어질 거라 당시에 상상이나 했나.

"그때는 전혀 못했다. 1700개를 넘길 수 있다는 건 상상도 못 했었고, 그저 내 자리에서 하는 데까지 열심히 하자는 생각이었다. 사실 더 쳤어야 한다. 앞으로도 더 해야 한다. 체력적으로는 자신 있으니까."

-연속 시즌 세자릿수 안타의 위기가 있었는가.

"류중일 감독님 취임 첫해인 2011년에 완전 슬럼프였다. 타율이 2할5푼(0.256)이었고 최종 안타수는 110개였다. 정말 잘 치고 싶은데, 당시엔 치면 정면, 또 치면 무조건 정면이었다. 왜 그렇게 타구들이 야수 정면으로 가는지, 야구공이 밉기까지 했다. 2군도 다녀왔던 해다. 그때가 무척 힘들었고 위기였다고 생각한다."

-세자릿수 안타를 기록하면서 유달리 기뻤던 시즌은 언제였는가.

"아무래도 힘들었던 2011년과 이듬해 2012년이다. 그때부터 많은 야구팬들이 연속 시즌 세자릿수 안타 기록에 대해 관심을 보여준 것 같다. 많은 분들이 인정해주시면서 ‘꾸준함’이란 말로 나를 평가해주기 시작한 것 같다."

-꾸준함의 대명사, 참 좋은 말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본인 입장에선 화려한 홈런타자를 꿈꾼 적은 없는가.

"(웃음) 왜 없겠나. 당연히 있다. 14번째 시즌을 치르고 있는데 통산 홈런 100개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이날 99호 홈런 기록)  (나보다 후배인) 애들은 벌써 다 넘어섰는데. 나도 가끔은 화려한 타격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화려한 타격을 하는 선수들이 타이틀도 따면서 골든글러브 투표에서 강점을 갖지 않는가. 나도 뭔가 화끈한 게 있었으면 좋겠는데, 야구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진 않았다. 이제는 내 장점이 무엇인지 확실해졌으니 꾸준함으로라도 계속 잘 해서 연속 기록을 깨고 싶다. 그렇다면 내 장점이 정말 의미있는 기록으로 남게 될 것 같다."

-후배 타자들 가운데 연속 시즌 세자릿수 안타를 꾸준하게 칠만한 선수가 눈에 보이는가.

"많은 이름들이 떠오르는데 결국엔 김현수와 손아섭을 꼽고 싶다. 큰 부상 없이 안 아프고 열심히 뛰는 선수들이다. 그게 나와 닮은 점인 것도 같고. 어쨌거나 안 아파야 연속 시즌 세자릿수 안타가 가능하다."

-지난해 11월 FA 계약을 했다. 계약을 채우면 2017년 11월이 된다. 만 38세 시점이다. 그때까지 이어지면 연속 시즌 신기록을 세울 수 있다.

"자신은 있는데, 해봐야 알 것 같다. 류중일 감독님께서 계속 나를 믿어주신다면 기록을 깨지 않을까.(웃음) 올시즌 초반에도 잘 맞은 타구가 계속 잡히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감독님이 나를 믿어주시고 계속 기용을 하시니까, 나도 잘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느껴졌다. 그래서 타율과 안타수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삼성이란 팀에서만 14년을 뛰면서, 지도자였든 프런트였든, 나를 믿어주시는 분들이 항상 계셨기 때문에 지금까지 온 것이 아닐까. 그게 아니었다면 지금쯤 밑바닥에 있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마지막 질문. 2009시즌 종료후 결혼했다. 부인의 내조가 지금의 기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정말! 정말로 큰 힘이 되고 있다. 내가 힘들 때 아내가 옆에 있어 고맙다는 생각을 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고맙다. 게다가 딸까지 함께 있는 요즘은 야구 인생이 행복하다. 가족과 인사하고 야구장에 나가는 게 재미있다. 총각 시절에는 때때로 야구장 나가는 게 왜 그리 싫었는지.(웃음)"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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