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지켜보는 이상민 감독 ⓒ 삼성 썬더스
[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체중이 5kg 정도 줄었다"며 까무잡잡해진 얼굴을 매만지는 이상민 감독의 얼굴에는 걱정과 희망이 함께 스쳤다. 어느덧 마무리 되고 있는 서울 삼성의 양구 전지훈련장에서 그를 만났다.
삼성 선수들은 모두 입을 모아 양구 훈련을 "지옥"이라 표현했다. 모든 구단이 마찬가지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지만, 그동안 성적이 좋지 않았던 삼성의 각오가 결연한 만큼 여느때보다 훈련 강도가 거셌다.
오전과 오후에는 웨이트 트레이닝, 펀치볼 코스, 러닝 트랙, 자전거 등 기초 체력 단련에 중점을 두고 훈련을 한 후 저녁에는 스티브 영 코치의 주도하에 기술 훈련을 실시한다. 땡볕 아래서 혹은 체육관 안에서 비오듯 땀을 쏟아내는 선수들을 날카로운 눈매로 지켜보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올 시즌부터 삼성을 이끌게 된 감독 이상민이다.
-이제 국내 전지훈련도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사실 신임 감독이나 코칭스태프 선임이 발표되지 않았던 4월부터 스태프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하면 선수들 부상을 방지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래서 필라테스도 한달 정도 했고, 코어 운동도 많이 하고 밸런스 운동을 꾸준히 하면서 부상 방지를 하게끔 해주고 있다. 뛰는 농구를 하기 위해서 첫번째는 체력이다."
-작년이나 재작년보다 훨씬 더 기본적인 체력 훈련에 치중하는 것 같은데.
"그렇다. 기술이야 갑자기 확 느는건 아니니까 기본기부터 하고 있다. 지난 시즌에 부상으로 워낙 고생을 했는데, 선수들이 다치는게 체력적인 부분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새로 오신 스티브 영 코치와도 의견이 잘 맞았다. 물론 선수들은 지금 힘들 것이다(웃음). 날씨도 덥고. 그래도 첫주에는 날씨가 괜찮았다. 햇빛도 거의 없고 비도 부슬부슬 와서."
-임동섭의 부상 재발 소식을 들었다. 정확한 상태가 어떤지.
"다시 수술을 하는 걸로 오늘(7일) 결정이 났다. 지금 차재영을 제외하고는 우리 포워드진이 너무 약하다. 중간이 없다. 그래도 어떻게 하나. 수술 해야지. 아마 재활에 3~4개월 정도 걸리지 않을까 생각된다."
-임동섭이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했다던데….
"정말 열심히 했다. 그래서 (부상 재발 소식을 듣고) 애가 많이 울더라. 첫 시즌에는 신인으로서 멋 모르고 했고, 작년에 하려고 하다가 시즌 아웃 됐고, 올해는 재활도 충분히 했는데 그렇게 됐다. 수술 하자마자 휴가도 안받고 와서 재활했는데 다시 한달만에 부러졌다. 그런데 내가 볼 때는 언젠가 결국 다시 부러졌을 것 같다. 왜냐면 통증도 있었고, 조금 불안했다. 부상 부위를 조이는 나사를 조금 더 큰 나사로 해야할 것 같다. (훈련에서) 뛰는 것도 늘 1등으로 잘 뛰었고, 경희대랑 연습 경기 할 때도 10분만 투입 됐는데도 확실히 공격적인 선수가 들어가니까 다르더라. 나보다 본인이 더 아쉽겠지."
-웨이버 공시됐던 이승준을 삼성이 영입하지 않을까 예상했었다.
"아킬레스건 부상인만큼 빠른 복귀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당연히 관심이 있었다. 내가 원하는 '뛰는 농구'를 하기에는 승준이가 필요하다. 형제지만 동준이랑은 플레이스타일이 전혀 다르다. 안전하게 가기에는 동준이가 좋은데, 신나는 농구를 하기에는 승준이가 좋다. 특히 한 형제가 한 구단에서 뛴 적이 한번도 없었기 때문에 더욱 고려해볼만 했다. 하지만 부상도 그렇고, 내년에 FA라는 것도 조금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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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얼굴이 많이 야위었다.
"부담…을 안느끼려고 했는데 언론에서 너무 관심을 가져주시니까(웃음). 감독 발표된 이후에 아무 이유 없이 5kg 정도 빠졌다. 초반에는 아침 7시부터 인터뷰를 하기도 하고. 사실 나는 '빠른 농구', '즐거운 농구'를 하고 싶은데 그게 뜻대로 되는게 아니지 않나. 만약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나도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고 팬들도 '빠른 농구 하고 싶다더니 저게 무슨 빠른 농구냐'고 할까봐. 그런 부담도 있다."
-감독으로서 지금 선수들에게 특별히 주문하는게 있다면.
"솔직히 지금 선수들이 굉장히 열심히 잘 따라준다. 일단은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많이 심어줄 예정이다. 3년동안 삼성이 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감이 떨어져있고 '또 지겠구나'하는 패배의식에 젖어있다. 팀 성적은 나에게 맡기더라도 자신감이 필요하다."
-코치가 아닌 감독의 시선으로 보니까 또 다른게 보이나.
"특별한게 보인다기 보다는 책임감의 무게가 훨씬 더 크다. 사실 코치 자리도 힘들지만, 맨 위에 올라오니까 더 힘들다. 그래서 살이 빠졌나. 막내코치에서 갑자기 감독이 되다 보니까 '어떻게하면 좋은 리더가 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주변에서도 '좋은 리더가 되는 법' 이런 책들을 많이 선물해주신다. 원래 예민해서 잡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다(웃음)."
ⓒ 삼성 썬더스
-어느 종목을 막론하고, 감독이라는 자리는 스트레스를 빼놓고 생각할 수가 없다. 고민이 많을 것 같다.
"그래도 한번 해보고 끝내야 하는게 아닌가 해서 코치 자리를 수락했었고, 감독까지 승낙했다. 우승도 우승이지만, 내 색깔대로 농구를 하고 선수들이 잘 따라준다면 농구 코트를 떠난다고 해도 미련이 없을 것 같다. 성적 중요하다. 6강 올라가려고 이렇게 힘들게 훈련하겠나(웃음). 나는 그거 물어보는게 제일 싫다(웃음). 4강, 6강 올라가려고 운동하는거 아니지 않나. 물론 리더십이 중요하겠지만, 명장은 선수들이 만들어주는 것이다. 좋은 작전도 선수들이 잘 수행해줘야 좋은 작전이 된다."
-이시준, 이정석처럼 현역때 함께 뛰었던 선수들도 있고, 나이차가 많이 나지 않는 젊은 감독이다. 균형을 잡는 것도 어려운 일일 것 같다.
"오랫동안 같이 농구했던 후배들도 있기 때문에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문)경은이형이 첫해 SK 우승했을때 '형님 리더십'을 한다고 했었는데. 맞는 말이다. 어쨌든 우승해서 성공했으니까. 그게 맞는 것 같기도 하다가 또 배구의 신치용 감독님이나 (유)재학이형처럼 선수단을 휘어 잡아서 우승을 잘하니까(웃음). 이게 맞는 건지 정답이 없는 것 같다. 아직까지는 형처럼 조금 편안하게 해주려고 하는데 이게 끝까지 갈 수 있을까(웃음). 나도 욱하는게 많아서 걱정이다. 아마 연습경기 시작하고 하면…. 어찌됐든 선수들이 잘 따라주니까 그것에 만족한다."
※에필로그
고민에 빠져있는 이상민 감독에 비해 선수들의 평은 조금 달랐다. 생애 처음으로 주장 명찰을 달게 된 이정석은 "아무래도 젊은 감독님이신데다 과거 '형'이라고 부르는 선배인만큼 주장으로서 대하기가 편하다"고 무심한듯 '쉬크'한 답변을 남겼으며, 나이로는 최고참급인 이동준 역시 "이제는 이상민 감독님이 되신 만큼 그동안 지적해주셨던 (플레이할때) 나쁜 버릇들을 고치기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정성을 보였다.
막내 박재현도 "올 시즌에는 꼭 감독님이 원하시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김태주는 "감독님은 분위기를 부드럽게 풀어주시는데, 그 속에서도 보이지 않는 경쟁이 생기게끔 하신다. 그래서 선수들이 강압적인 분위기가 아닌데도 서로 지지 않으려고 열심히 뛴다. 운동량은 훨씬 더 힘들어졌지만 심적으로는 편하다. 감독님은 휘어잡으려고 하지 않아도 워낙 카리스마가 있다. 또 저희가 우러러 보기 때문에 알아서 휘어 잡힐 것 같다"며 찬사(?)를 남겼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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