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두라스 루이스 수아레스 감독 ⓒ Gettyimages/멀티비츠
[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참 얄궂은 운명이다. 온두라스와 에콰도르가 만난 이날 양 팀의 감독은 애제자들을 향해 칼을 겨눠야 했다.
온두라스과 에콰도르는 21일(한국시간) 브라질 쿠리치바에 위치한 아레나 다 바이사다에서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 예선 E조 2차전에서 한판승부를 벌였다. 결과는 에콰도르의 극적인 2-1 역전승으로 마무리됐다.
외나무 다리에 선 두 팀이었다. 모두 1패씩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만약 진다면 고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길밖에 없었다. 절체절명의 위기는 운명의 장난을 만들어냈다. 양 팀의 감독은 상대팀의 애제자들을 상대해야 하는, 불편한 승부를 받아들여야 했다.
온두라스와 에콰도르의 두 감독은 상대팀과의 인연을 갖고 있었다. 먼저 온두라스의 루이스 수아레스 감독은 에콰도르 출신이다. 지난 2004년부터 에콰도르를 이끌었고 2006년 독일월드컵 본선에서는 에콰도르를 이끌고 2승 1패를 기록하며 16강 진출을 이뤄냈던 추억을 갖고 있었다. 당시에 동고동락한 제자들이 있는 에콰도르를 맞아 온두라스를 이끌어야 하는 입장에 처했다.
경기 전 수아레스 감독은 "현재 에콰도르에 4명에서 5명 정도는 내가 직접 지휘한 바 있는 선수들"이라면서 "그들을 잘 알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 에콰도르 사령탑, 레이날도 루에다 감독 역시 마찬가지였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함께 했던 온두라스와 마주하게 됐다. 당시 루에다 감독은 온두라스를 28년 만에 본선으로 이끈 후 1무 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바 있다. 온두라스에게는 영웅이나 다름 없는 인물이었다.
루에다 감독은 "온두라스 감독으로서 나는 환상적인 시간을 보냈다"면서 "되도록이면 안 하고 싶은 경기다. 난 아직도 온두라스 선수들을 사랑한다"며 식지 않은 애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두 감독의 마음은 경기에도 그대로 드러났다. 경기 초반 조심스러운 경기 운영을 펼쳤다. 전반 중반부터 불이 붙었다. 전반 31분 상대 수비수 실책을 틈 타 카를로스 코스틀리(레알 에스파냐)가 강력한 왼발로 선제골을 터트렸다. 에콰도르도 가만 있지 않았다. 3분 뒤 에네르 발렌시아(파추카)가 동점골을 뽑아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후반 20분에 승부는 갈렸다. 에네르 발렌시아가 다시 한번 온두라스의 골문을 갈라 결승골을 기록했다. 스승의 가슴에 비수를 꽂은 에콰도르에게도, 애제자들로 인해 승리를 놓친 수아레스 감독에게도 승부의 신이 야속했을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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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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