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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탕탕 월드컵 동행기①] 사방에 축구선수들…이래서 브라질이구나

기사입력 2014.06.15 01:37 / 기사수정 2014.06.15 02:07

조용운 기자
14일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리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펜 페스트에 2만 여명이 몰려 월드컵 경기를 즐기고 있다. 포르투 알레그리(브라질) 이준일 통신원
14일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리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펜 페스트에 2만 여명이 몰려 월드컵 경기를 즐기고 있다. 포르투 알레그리(브라질) 이준일 통신원


[엑스포츠뉴스=이구아수(브라질), 조용운 기자] 미국 마이애미를 떠나 월드컵이 열리는 브라질에 도착한지 사흘째 아침이 밝았다. 마이애미에서 산토 도밍고를 거쳐 상파울루 그리고 이구아수로 이어진 장시간 경유와 비행에 녹초가 돼 곯아 떨어졌던 첫날, 졸린 눈을 간신히 뜨고 축구대표팀을 따라간 둘째날까지 이구아수의 시계는 더욱 빨리 지나가고 있다.

'브라질에 진짜 왔구나'하는 생각은 잔뜩 비를 머금은 먹구름 낀 하늘을 본 사흘째 아침에야 느꼈다. 브라질에 도착할 때만 해도 온몸에서 긴장과 경계를 드러냈던 기자였다. 마이애미 전지훈련을 마치고 브라질행 비행기에 오를 때 측근으로부터 "몸조심하라"는 소리를 질릴 만큼 들었다. 그만큼 기자에게는 브라질이 '치안 부재'의 '무서운 나라'로 경계 대상이 돼 있었다.

월드컵이 하루하루 다가올수록 한국에서 바라본 브라질은 '가지 말아야 할 곳'이었다. 강도를 안 만날 수 없는 나라, 그래서 늘 뺏겨도 무관할 50달러를 몸에 지녀야 하는 나라, 다혈질에 총기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나라까지 브라질 취재가 잡힌 뒤 만에 하나 생길 불상사에 걱정의 시간을 보낼 정도였다. 한창 깨가 쏟아질 신혼 6개월 입장에서 더욱 막막한 소식이었다. 

'괜한 걱정이었나'하는 생각은 상파울루에서 830km 떨어진 이구아수에 도착하자 들기 시작했다. '천혜의 자연' 이구아수는 경직된 기자의 온몸을 녹였다. 이구아수 폭포로 유명한 관광지인 이구아수는 정세가 불안한 기사 속 브라질과 달랐다. 비행기에서 내리자 마자 느껴진 선선한 바람과 자연경관은 브라질을 안전한 나라로 인식하게끔 했다. 

공항에서 차를 타고 대표팀 숙소까지 내달린 길은 더욱 장관이었다. 길게 뻗은 도로, 양쪽에 우거진 나무들과 크게 표나지 않는 건축물들 모두 피로했던 시야를 풀어주기에 충분했다. 빅토리아 폭포, 나이아가라 폭포와 함께 세계 3대 폭포로 꼽히는 이구아수 폭포는 2시간여 취재진의 눈을 쏙 빼놓았다. 폭포 바로 밑으로 접근할수록 장대한 자태에 넋이 빠졌고 치안과 정세 불안한 브라질은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세계 3대 폭포로 알려진 이구아수 폭포를 브라질 영토에서 바라본 모습. 이구아수(브라질) 조용운 기자
세계 3대 폭포로 알려진 이구아수 폭포를 브라질 영토에서 바라본 모습. 이구아수(브라질) 조용운 기자


문제는 덩달아 월드컵 열기와도 살짝 멀어진 점이다. 조용한 도시에 머물러서인지 아직 이구아수는 월드컵의 뜨거운 열정이 도착하지 않고 있다. 브라운관을 통해 네이마르의 원맨쇼를 즐기고 스페인이 무너지는 모습을 볼뿐 반응이 미지근하다.

허나 반대로 그래서 브라질이 축구의 나라였다. 상파울루에서 이구아수 비행편을 기다리며 본 브라질 사람들은 축구와 24시간을 함께 했다. 축구 경기를 틀어놓고 죽어라 소리를 지르는 것이 아닌 축구선수들이 늘 주변에 있었다. 한 나라의 인기 척도를 알 수 있는 광고에서 브라질 축구 선수들은 가장 인기 있는 모델들이었다. 어디를 가도 브라질 축구 선수들의 얼굴이 눈에 도배됐다.

상파울루 공항에서 만난 한 가족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브라질 축구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동양인이 옆에 앉아 있어 신기한지 말을 건네온 60대 할머니는 간간이 기자 입에서 나온 네이마르와 오스카, 카카 이름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브라질 대표팀의 선수 전원을 알고 있는 듯 선수 이름을 열거한 할머니는 기자의 발음을 일일이 고쳐주며 브라질 축구를 찬양했다.

조용한 휴양지 이구아수에 넘어와서도 장소마다 브라질 유니폼이 전시되어 있고 축구가 하는 시간대에 삼산오오 모여 탄성을 지르는 모습에서 브라질에 월드컵 특수가 없는 이유가 이해됐다.

12일 브라질 상파울루의 과를류스 공항에서 만난 브라질의 한 가족은 낯선 기자에게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브라질 축구를 얘기하느라 신이난 모습이었다. 상파울루(브라질) 조용운 기자
12일 브라질 상파울루의 과를류스 공항에서 만난 브라질의 한 가족은 낯선 기자에게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브라질 축구를 얘기하느라 신이난 모습이었다. 상파울루(브라질) 조용운 기자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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