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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피겨 인사이드] '김연아 제소사건' 교훈, ISU가 변해야 피겨가 산다

기사입력 2014.06.10 07:32 / 기사수정 2014.06.11 00:14

조영준 기자
2014 소치올림픽 여자싱글 시상식을 마친 김연아(왼쪽) 아델리나 소트니코바(가운데) 캐롤리나 코스트너(오른쪽) ⓒ Gettyimages/멀티비츠
2014 소치올림픽 여자싱글 시상식을 마친 김연아(왼쪽) 아델리나 소트니코바(가운데) 캐롤리나 코스트너(오른쪽) ⓒ Gettyimages/멀티비츠


[엑스포츠뉴스= 조영준 기자] 2014 소치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싱글 판정 문제에 대해 가장 강하게 비판하는 이들 중 한 명은 제스 헬름스(미국)다. 

미국의 저명한 피겨 평론가인 제스 헬름스는 지난 2월 열린 소치올림픽 피겨 여자싱글 판정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리고 아직까지 그의 어조는 날카로운 칼날처럼 무뎌지지 않았다.

헬름스는 포털사이트 야후스포츠를 통해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7, 러시아)가 소치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서 부적격하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지난 2월. 소치올림픽 피겨 여자싱글이 끝난 뒤 헬름스는 '스캔들과 사기극 그리고 피겨 스케이팅의 죽음'이란 제목의 칼럼을 기재했다. 이 글을 통해 그는 "러시아의 소트니코바와 율리야 리프니츠카야(17와 같은 스케이터들은 최소한 5년 이상의 훈련과 약간의 운이 합쳐져야 김연아와 카롤리나 코스트너(27, 이탈리아) 그리고 아사다 마오(24, 일본)의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헬름스는 "소트니코바는 쇼트 65점 이하, 프리 135점을 받아 합계 200점 이하를 기록했어야 했다"며 "그들은 베테랑들이 연기 도중 심각한 실수를 하거나 여러 결점들을 노출할 때가 아니면 결코 이겨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헬름스는 "러시아 마피아의 정치 행보가 피겨 스케이팅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거친 표현까지 썼다. 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그는 "소치스캔들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금메달을 땄느냐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심판진들이 제멋대로였다는 점"이라며 심판진들까지 비판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측에 소치올림픽 피겨 여자싱글 판정 문제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결국 기각됐다. 이 문제도 헬름스는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그는 "한국 연맹이 ISU에 이의를 제기한 것은 도둑에게 자신의 범죄를 판결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처사와 극에 달한 ISU의 부패를 비판했다.

헬름스는 "ISU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선을 넘었다. ISU와 이 모든 사태를 초래한 친콴타와 부패한 관리들이 없어질 때까지 보이콧을 해야 할 때가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ISU의 문제는 '곪은 상처'처럼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된 문제다. ISU는 스포츠단체 중 가장 보수적이고 정치적인 집단 중 하나로 알려졌다. 헬름스를 비롯한 몇몇 평론가들은 "부패함이 극에 달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ISU 회장인 옥타비오 친콴타(76) 회장의 장기집권도 비판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 출신은 친콴타는 선수 활동이후 사업가로 활동했다. 이후 스포츠 행정가로도 활동해 1994년 ISU의 회장으로 선출됐다. 이후 20년 동안 장기집권을 유지하고 있다.

친콴타는 일본 유수의 기업을 비롯한 각종 스폰서와 계약을 성사시켰다. 빙상 종목의 흥행에 공을 세웠다는 평가도 듣고 있다. 그러나 ISU의 규정까지 바꾸며 회장직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ISU의 회장 임기는 4년으로 정해져 있다. 이 기간이 지나면 재선에 나서거나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삼성 갤럭시★스마트에어컨 올댓스케이트 2014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는 김연아 ⓒ 엑스포츠뉴스DB
'삼성 갤럭시★스마트에어컨 올댓스케이트 2014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는 김연아 ⓒ 엑스포츠뉴스DB


친콴타는 규정대로라면 올해를 끝으로 회장에서 내려와야 한다. 올해가 재선출로 인한 4년 임기 기간의 마지막 해다. 또한 선거가 이루어질 때 75세 이상의 후보인 경우 출마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었다. 이러한 조항은 지난 2012년 총회를 통해 무너졌다. 친콴타는 자신의 임기 기간을 2년 늘려 2016년까지 연장했다.

'1인 독재체제'는 ISU의 투명성에 훼손을 줄 수밖에 없다. 또한 선수의 실력보다 스포츠 외교력으로 승부의 명암이 엇갈리는 일도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소치올림픽이 열리기 전 친콴타 회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함께 경기장에 앉아 있는 모습이 자주 포착됐다. 두 사람의 친분은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 사이에 무슨 말이 오고갔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러시아가 올림픽 빙상 종목을 휩쓸었다는 점이다. 그 중 기록이 아닌 심판의 채점으로 승부가 결정되는 피겨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러시아는 소치올림픽 피겨에서만 3개의 금메달(단체전, 여자싱글, 페어)을 거머쥐었다. 그 중 여자싱글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시니어 A급 대회 우승 경험이 단 한 번도 없었던 소트니코바가 224.59점으로 금메달을 획득한 일은 놀라운 일이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의문점이 곳곳에서 제기되자 친콴타 회장은 "모든 판정은 엄격하고 공정했다. 러시아 선수에게 유리한 판정은 없었다"며 "심판진은 모두 무작위로 결정됐다"고 덧붙었다.

이번 소치올림픽을 통해 많은 매체는 ISU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 중 헬름스는 가장 비판의 강도를 높여 ISU의 쇄신 촉구에 나섰다.

자본이 지배하는 현대스포츠에서 스포츠 외교력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의 땀과 눈물이다. 최근 북미에서는 친콴타의 퇴진을 주장하는 서명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심판들의 채점으로 선수의 노력 여부가 결정되는 피겨 스케이팅을 생각할 때 ISU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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