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트럴리그와 퍼시픽리그가 만나는 교류전, 팬들에게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단순히 다른 리그 팀을 만난다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 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신원철 기자] 일본프로야구는 20일부터 센트럴리그와 퍼시픽리그 소속팀이 상대를 바꿔 경기를 치르는 '교류전'에 들어갔다. '가깝지만 먼 사이', 퍼시픽리그와 센트럴리그의 만남은 팬들에게도 흥미로운 일이다. 단순히 상대 리그 팀과 경기를 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달라진 규칙과 새로운 이벤트는 관심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했다.
2005년 도입된 일본프로야구 교류전은 매년 5월과 6월 사이에 열린다. 첫해에는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각각 3경기씩 6경기, 총 36경기(리그당 6개 구단)를 치르는 방식이었다.
2007년부터 현재 방식이 굳어졌다. 지금은 홈·원정 경기 각각 2경기씩, 총 24경기를 치른다. 24경기 승률을 놓고 우승팀을 결정하며 교류전 1위팀에게는 상금 5천만엔이 주어진다. MVP 및 우수선수 시상도 따로 진행된다. 단순히 '다른 리그 팀과 경기한다'는 것을 넘어 하나의 이벤트로 자리잡았다.
일본야구기구(NPB)는 올해 교류전에서 큰 변화를 시도했다. 원정팀 소속 리그 규정에 맞춰 지명타자 제도 시행 여부가 결정된다. 23일과 24일 한신-소프트뱅크전은 야후오쿠돔에서 열렸다. 후쿠오카에 위치한 소프트뱅크 홈구장이다. 소프트뱅크가 속한 퍼시픽리그는 지명타자 제도가 있다.
그런데 양 팀 선발 투수들은 나란히 9번타자로 타석에 들어섰다. 원정팀인 한신에 맞춰 센트럴리그 규정을 따랐기 때문이다. '로마에서 로마법이 통하지 않는' 재미있는 역발상이다.
이대호는 24일 "이벤트 성으로(이렇게) 하고 있는데, 팬들 입장에서도 재미있고 좋을 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이날 병살타 2개 포함 3차례 더블 플레이를 만들어낸 뒤 "지명타자에 적응하다가 오랜만에 수비 하니까 힘들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평소 투수가 타격하는 장면을 보기 힘든 소프트뱅크 팬들도 '재미있다'는 반응이다.
이대호는 23일 한신전에서 역전 3점 홈런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히어로 인터뷰 중인 이대호 ⓒ 엑스포츠뉴스 DB
▲ 구단의 팬서비스는 또다른 재미
교류전은 센트럴리그와 퍼시픽리그 소속 팀뿐만 아니라 팬들에게도 '교류의 장'이 된다. 경기장 통로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아리타 쿠니코씨 일행은 사는 곳은 다르지만 '한신팬'이라는 이유로 친구가 됐다. 일행 4명 가운데 오사카 출신은 2명뿐. 아리타 씨는 요코하마에서, 친구는 도쿄에서 살고 있었다.
아리타 씨는 "20년 전부터 한신 팬이 됐다"며 "교류전이 있을 때마다 원정 경기를 보러 다닌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오사카 출신 일행은 "봄마다 오키나와에 간다"며 팬심을 자랑(?)했다. 방문 이유는 당연히 한신을 보기 위해서다. 한신은 매년 봄 오키나와에 스프링캠프를 차린다.
경기 전 전광판 '호크스 비전' 한쪽에는 "교류전 기간 한정"이라는 홍보 문구와 함께 경기장에서 판매하는 신메뉴 광고가 나왔다. 광고는 경기 중에도 관중을 유혹했다. 이들 메뉴는 모두 센트럴리그 구단이 본거지로 있는 지역의 특산품이다. '나고야 키시멘', '오사카 명물 모리소바', '간사이 소바메시', '요코하마 살구씨 아이스크림' 등 평소 야후오쿠돔에서 판매하지 않는 각 지역 명물을 맛볼 수 있는 기회였다.
소프트뱅크 마케팅 담당자인 이노우에 이사오 씨는 "교류전 한정 메뉴는 5년 전부터 준비했다"며 "홈 팬들은 물론이고 원정 팬들도 좋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이 아니면 먹을 수 없다'는 점도 있고, 상대 팀을 '먹어버린다'는 의미도 있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일반 메뉴에 비해 매출도 좋다"고 설명했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이노우에 씨는 "아쉽지만 소프트뱅크는 한정 메뉴 외에 특별한 교류전 마케팅을 하고 있지 않다"며 "대신 우승 기념 상품들은 잘 팔린다"는 말로 우승 경력을 자랑했다.
다른 방법으로 팬을 끌어모으는 팀도 있다. 지바롯데 마린스는 교류전 기간 '도발 포스터'를 제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센트럴리그 하위권에 머물러 있는 야쿠르트를 두고 "올해의 제비는 낮게 나는구나. 아아, 날씨가 걱정이야"라고 놀리는(?) 식이다. 야쿠르트를 상징하는 동물이 바로 제비다.
마스코트를 이용한 도발은 주니치에게도 통한다. 주니치 마스코트 '도아라(코알라를 변형한 마스코트)'를 두고 "코알라인데 용? 용인데 코알라? 감독인데 포수? 포수인데 감독?"이라고 도발했다. 주니치 드래곤스의 마스코트가 코알라인 점을 꼬집었다. 또한 감독 타니시게 모토노부는 포수로도 뛰는 '플레잉 감독'이다.
지바 롯데는 교류전을 맞이해 구단 전통인 도발 포스터를 제작했다. 사진 속 마스코트가 들고 있는 포스터에는 야쿠르트의 낮은 순위를 놀리는 문장이 담겨 있다 ⓒ 지바 롯데 구단 제공
▲ 역대 교류전, 소프트뱅크가 압도적 강세
팬들에게 승리만큼 좋은 선물이 있을까. 교류전도 시즌 성적에 포함되는 만큼 질 수 없는 경기다. 30일 오전 현재 교류전 1위팀은 지바롯데다. '도발'할 자격을 입증이라도 하듯 8경기에서 6승 2패를 거뒀다. 한신과 히로시마에 각각 1패를 당했다.
'도발 포스터'에는 한신에 대해 "마군(지바롯데 마스코트)과 마톤(맷 머튼의 일본식 발음), 이름도 비슷하고 사이도 좋았는데…올해는 괴롭혀줄까나"라고 적혀 있다. 머튼은 지바롯데전 2경기에서 각각 4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한편 한신 마무리투수 오승환은 27일 지바롯데전에서 시즌 13호 세이브를 올렸다.
2위는 주니치로 5승 1무 2패, 3위는 오릭스로 5승 3패다. 소프트뱅크는 4승 1무 3패로 5위에 올랐다. 퍼시픽리그 선두 다툼을 펼치는 오릭스(리그 1위)와 소프트뱅크(리그 2위), 두 팀간 승차는 현재 2.0경기다. 교류전에 들어간 이후 반 경기 차까지 좁혀졌던 승차가 다시 벌어지는 분위기다.
'낮게 나는 제비' 야쿠르트가 2승 1무 5패로 교류전 최하위다. 히로시마와 한신(이상 센트럴리그), 라쿠텐과 세이부(이상 퍼시픽리그) 역시 3승 5패로 승보다 패가 많다.
역대 교류전 최다 우승팀은 소프트뱅크다. 소프트뱅크는 2005년 이후 9년 동안 교류전에서 4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2008년(15승 9패)과 2009년(18승 1무 5패), 2011년(18승 2무 4패)과 2013년(15승 1무 8패) 교류전에서 가장 높은 승률을 올렸다. 교류전에서 2회 이상 우승한 팀은 소프트뱅크(4회)와 지바 롯데(2회)뿐이다.
이대호도 교류전하면 할 말이 많다. 이대호는 일본 무대에 진출한 2012시즌 교류전에서 24경기 80타수 26안타(타율 0.325) 6홈런을 기록했다. 2할 3푼대에 머물던 타율은 2할 8푼 3리까지 올랐다. 지난 시즌 성적은 24경기에서 타율 3할 8리, 5홈런 16타점이다.
올 시즌은 35타수 10안타(2홈런) 5타점으로 교류전 강세를 이어가는 중. 그는 "교류전에서 강한 게 아니라, 타격감이 올라올 때 교류전 기간이 왔던 것"이라며 웃었다. 또한 "상대팀(센트럴리그) 경기장에 가보면 규모가 퍼시픽리그 팀보다 작아서 기분이 좋다"는 말도 덧붙였다.
오승환은 교류전 4경기에 등판해 4이닝 3실점(비자책) 3세이브 1패를 기록했다. 28일 경기가 아쉬웠다. 약체 세이부전에서 1이닝 2피안타 2볼넷 3탈삼진 3실점했다. 일본 프로야구 진출 이후 첫 블론 세이브였다. 22경기 만에 나온 기록이다. 그래도 시즌 13세이브로 센트럴리그 구원 1위 자리는 지켰다. 2위는 히로시마의 캄 미콜리오(11세이브)다. 교류전 이후 세이브를 추가하지 못했다.
소프트뱅크 4번타자 이대호와 한신 마무리투수 오승환도 교류전을 통해 재회했다. 시범경기 이후 첫 만남이자 첫 투·타 맞대결이었다 ⓒ 엑스포츠뉴스 DB
<이대호와 오승환의 맞대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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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철 기자 26dvds@xportsnews.com
신원철 기자 26dvd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