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쌍 길이 '무한도전'에서 자진 하차한다 ⓒ 엑스포츠뉴스DB
[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어제(23일)는 MBC '무한도전'이 9주년을 맞는 날이었다. 그러나 때 아닌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리쌍 멤버 길(본명 길성준)이 음주운전으로 불구속 입건돼 '무한도전’에서 자진 하차하기로 한 것이다. 제작진이 그의 의사를 받아들임에 따라 '무한도전'은 당분간 6인 체제로 녹화를 진행하게 됐다.
23일 마포경찰서에 따르면 길은 오전 12시 30분경 서울 마포구 합정동 인근에서 양화대교 방면으로 승용차를 운전하고 가던 중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됐다. 길의 혈중 알코올농도는 0.109%로 면허취소 처분에 해당하는 수치다.
음주운전 자체가 민감한 사안인데다 세월호 참사로 전국민이 비통에 빠져 있는 가운데 들려온 소식이어서 누리꾼들의 비난이 거셌다. 공교롭게도 '무한도전'이 9년 째 되는 날이기도 해 여론은 더 악화됐다.
누리꾼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그가 출연하고 있는 ‘무한도전’에 쏠렸다. 그도 그럴것이 장기 프로젝트인 ‘스피드 레이서’ 특집에도 당장 차질이 생길 수 있게 됐다. 길을 포함한 멤버들은 5월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2014 코리아 스피드 페스티벌'에 참가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그가 하차한 상황에서 계획대로 특집이 진행될 지는 미지수다.
'무한도전' 제작진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최대한 시청자 여러분이 불편하지 않은 방향으로 신중하게 조율해서 방송할 예정이다. 특히 최근 촬영을 마친 특집 중 일부는 방송을 하지 않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스피드 레이서 특집 외에도 2014 브라질 월드컵 응원단 특집 등 다양한 장기 프로젝트가 계획돼 있지만 길의 하차로 인해 일정 부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브라질 월드컵 응원단 특집에서 그가 작곡한 응원곡이 사용되지 못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사실 길의 하차 위기는 이번 뿐만이 아니었다. 2009년 '무한도전'의 새 멤버로 합류한 그는 부적응한 모습을 보여 '무한도전' 골수팬들의 비판을 받았다. 2011년 5월 '무한도전-조정특집'에서는 8인승 보트를 들고 낑낑대며 물로 옮기는 멤버들 사이에서 혼자 무성의한 태도를 보여 논란이 됐고 2012년 9월 '슈퍼7콘서트' 공연을 유료화하기로 해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다. 길이 소유한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건물을 둘러싼 임대료 논란이 빚어질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그는 자진하차 의사를 밝혔지만 우여곡절 끝에 '무한도전' 멤버로 계속 활약할 수 있었다. 이후 길은 풍부해진 예능감으로 프로그램에도 자연스럽게 적응하기 시작했다. 이번 음주운전 파문과 자진 하차는 그래서 '무한도전'에게 더욱 뼈 아픈 일이 됐다.
'무한도전'이 9주년을 맞았지만 길의 하차로 뼈 아픈 날이 됐다 ⓒ 엑스포츠뉴스DB
2005년 4월 23일 '무모한 도전'으로 시작해 9년 째 사랑 받고 있는 '무한도전'은 최근 몇년 사이 위기론에 시달렸다. 매너리즘에 빠져 지루하다는 혹평을 받기도 하고 예전만 못하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장수 프로그램답게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저력을 발휘해왔다.
10주년을 향해가는 '무한도전'은 길의 불명예스러운 하차로 또 한 번의 위기를 맞았다. 6인 체제로 가기에는 이미 '무한도전'의 일상이 된 길의 존재감이 선명하게 남아 있을 테다. 이럴 때 일수록 남은 멤버들이 흔들리지 않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때다. 9년이라는 세월이 단순하게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증명해 보여야 한다. '무한도전'다운 돈독한 팀워크와 진정성 있는 웃음으로 갑작스레 찾아온 위기를 타파할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