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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하라, 인기를 얻을 것이다"…'그런 남자' 열풍의 이면

기사입력 2014.03.27 07:35 / 기사수정 2014.03.27 08:44

한인구 기자


▲ 그런 남자

[엑스포츠뉴스=한인구 기자] 다른 형식으로 '썸(some)'을 타는 두 노래가 있다. Bro(브로)의 '그런 남자'와 걸그룹 벨로체의 '그런 여자'다. 음원이 발매된 '그런 남자'는 소유×정기고의 '썸'과 실시간 차트에서 엎치락뒤치락하며 1위를 넘보고 있다. '그런 남자'는 화제와 논란을 함께 몰고 왔다. 또 '그런 여자'는 이 곡을 패러디했다. 각각 남녀의 서로 다른 입장을 대변하지만 음악 자체의 완성도는 뒷전이라는 점에서는 같다.

Bro는 21일 '그런 남자'를 발표했다. 그는 보수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일베) 회원임을 자처했다. '그런 남자'는 데이트나 결혼 비용 등을 남성에게 의존하려는 여성을 비하하는 신조어인 '김치녀'를 비난하는 내용을 담았다. 노래가 공개되자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하는 등 화제의 중심에 섰다. 메신저의 대화 내용을 옮겨놓은 듯한 뮤직비디오도 눈길을 끌었다.

그러자 벨로체가 25일 '그런 남자'의 음악과 뮤직비디오를 패러디한 '그런 여자'를 유튜브에 올렸다. '그런 남자'가 남성의 입장에서 일부 여성을 한심하게 지켜본 노래라면, '그런 여자'는 여성의 입장에서 자기만 생각하는 남성을 바라본 곡이다. '그런 여자'는 유튜브에 공개된 뒤 '그런 남자'와 함께 온라인을 달궜다. 

물론 두 곡이 대중의 관심을 받을 수 있었던 건 가사가 공감을 얻었기 때문이었다. 두 곡은 완벽한 이상형을 꿈꾸지만 이는 자신만의 생각일 뿐, 그런 사람이 당신을 만날 일은 없다고 꼬집는다.

'그런 남자'는 '키카 크고 재벌2세는 아니지만/ 180은 되면서 연봉 6천인 남자/ 네가 아무리 ×소리를 해도/ 환하게 웃으며 쿨하게 넘기는 남자/ 왕자님을 원하신다면/ 사우디로 가세요/ 일부다처제인 건 함정'이라는 가사를 담았다. '그런 여자' 역시 '밥을 먹어도 가끔 말없이 계산하는 그런여자/ 기념일을 지나쳐버려도/ 환하게 웃으며 모든걸 이해해주는/ 성형하진 않아도 볼륨감이 넘치는/ 너를 위한 에어백을 소유한 여자/ 그런 여자가 미쳤다고 너를 만나냐'라는 노랫말이다.

상대 이성에게 품은 불만을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젊은 남녀의 마음 한 켠에 도사린 불만을 시원하게 긁어주면서 인기를 타고 있는 것이다. 카카오톡으로 표현한 뮤직비디오도 젊은층 문화를 잘 간파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황선업 대중가요평론가는 "돈만 따지는 이성에 대한 거부감이 커진 상황에서 '그런 남자'가 인기를 얻었다. 반전있는 가사 등도 재미를 줬다"고 평가했다.

 또 '그런 남자'는 '일베'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런 남자'가 공개된 뒤, '일베'에서는 호의적인 반응이 쏟아지면서 음원을 밀어주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런 호응 속에서 '그런 남자'는 실시간 음원 순위 상위권을 차지했다. 그러나 '그런 남자'의 직설적인 가사는 오히려 여성들에게 반감을 불러일으켰고, '그런 여자'의 인기로 이어졌다.

황선업은 "'그런 남자'가 실시간 차트 1위까지 할 노래인가는 의문이다. 특정 사이트와 연결됐고 노골적인 가사로 음악성보다는 대중적인 논란에 힙입은 것 같다. '그런 여자'도 마찬가진데 '그런 남자'가 이슈가 되자 숟가락만 얹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반야 대중가요평론가는 "특정 사이트에서 음악을 밀어주는 것은 좋지 않다.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특정 사이트 입맛에만 맞는 곡이 발매되고 인기를 끌 것 같아 걱정이다"고 밝혔다.

두 곡은 모두 음악적인 완성도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황선업은 "가사도 깊이가 없다. 직설적인 메시지만을 담은 듯하다. 노래 또한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반야도 "공을 많이 들인 노래는 아니다. 좋은 노래를 제작하겠다는 것이 아닌 특정한 의도로 논쟁이 되기를 바라는 것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좋은 현상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최근 오랜 시간 공들인 가수들의 앨범이 잇따라 공개되고 있다. 이선희는 데뷔 30주년을 맞아 25일 정규 15집 앨범 'serendipity(세렌디피티)'를, 이승환은 4년만에 26일 정규 11집 'fall to fly-前(폴 투 플라이)'를 발매했다. 싱글 앨범이 대세로 자리잡은 요즘 오랜만에 등장한 '가객'들의 정규 앨범이다. 그러나 현재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이처럼 공들이고 음악적으로 숙성된 작품들이 아니라 대중을 자극함으로써 반사적으로 이익을 얻는 곡이어서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논란'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걸 음악팬들이 보여줄 때가 아닌가 싶다.

한인구 기자 in999@xportsnews.com

[사진 = Bro '그런 남자' ⓒ '그런 남자' 앨범 자켓]

한인구 기자 in999@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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