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이제 윤석민과 이용규는 없다. '명예회복', '명가재건'을 꿈꾸는 KIA 타이거즈가 또 다른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KIA는 지난 시즌 완전히 자존심을 구겼다. 128경기 51승 3무 74패로 9개 구단 중 8위를 차지했다. 특히 신생팀 NC 다이노스에도 뒤졌다는 사실은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시즌 초반 거침없이 1위를 질주할 때만 해도 11번째 우승이 가까이 있는 것 같았지만, 후반기 '날개 없는 추락'을 겪으며 다음 시즌을 준비해야 했다.
▲ 양현종이 심상치 않다
시즌 종료 후 윤석민이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택하며 KIA는 사실상 '에이스'를 잃었다. 더욱이 시범경기 첫 등판에서 김진우가 부상을 입으면서 선발진에 구멍이 날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양현종이 심상치 않다. 지난 시즌 9승 3패 평균자책점 3.10을 기록했던 양현종은 완벽한 부활을 꿈꾸며 스프링캠프 때부터 구위를 다듬어왔다. 이어 시범경기에서 3경기 14⅓이닝 11탈삼진 무실점 평균자책점 '제로'로 완벽에 가까운 피칭으로 상대 타선을 압도하며 16승으로 다승왕에 올랐던 2010년 못지 않은 활약을 펼쳤다. 때문에 양현종은 장원준(롯데), 김광현(SK)과 함께 '新 좌완 트로이카' 시대를 예고했다.
데니스 홀튼부터 양현종, 김진우, 송은범으로 이어지는 4선발 로테이션은 확정적으로 구축됐지만, 5선발 자리는 아직까지 오리무중이다. 선동열 감독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서재응, 박경태, 임준섭의 경쟁을 예고했지만, 서재응이 시범경기에서 부진하면서 현재로서는 박경태와 임준섭이 조금 더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KIA의 불펜은 아직도 고민거리다. 유동훈과 곽정철이 부상으로 스프링캠프에서 중도 하차했고, 심동섭, 한승혁, 박지훈 등 젊은 투수들이 여전히 불안하다. 박성호와 김태영이 합류했지만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 '모 아니면 도' 외인 3인방 활용도
스프링캠프 막바지부터 선동열 감독이 가장 아쉬워했던 부분은 현행 KBO 규정상 외국인 선수 3인방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질적인 뒷문 불안을 안고있는 KIA는 외국인 선수 3명 중 2명을 선발과 마무리 투수로 나머지 한명을 야수로 채웠다. 그러나 현재 한 팀당 외국인 선수 3명 보유, 2명 출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선동열 감독은 홀튼이 선발 등판할 경우, 브렛 필과 하이로 어센시오 중 1명의 기용을 애초에 포기해야 한다.
외인 3인방의 활약 여부도 관심사다. 홀튼은 시범경기에서 3경기에 등판해 안정적인 피칭을 선보였다. 일본리그에서 6년간 활약했고, 퍼시픽리그 다승왕을 차지했던 만큼 한국리그에 매우 빠른 속도로 적응했다. 반면 어센시오와 필은 아직까지 확답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어센시오는 상체 위주의 피칭만으로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구위와 구속을 지니고 있지만, 안정감이 떨어지고 한국 타자들에 대한 분석이 100% 완료되지 않았다.
필 역시 시범경기에서 보여준 모습만으로는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선동열 감독은 잠재력을 조금씩 터트리고 있는 김주형을 1루수로 기용하고, 필을 외야수로 기용하는 것을 '베스트 시나리오'로 꼽는다. 그러나 필이 아직까지 외야수비에서 다소 매끄럽지 못한 모습을 보인데다 트리플A에서 주로 1루수로 뛰었던 점을 감안하면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 외야에 뜬 절치부심 3인방
KIA의 외야수 신종길, 이대형, 김주찬은 각자 다른 이유로 절치부심하고 있다. 2012시즌 종료 후 FA 대박을 터트리며 KIA로 이적한 김주찬은 지난 시즌 초반 그야말로 '메이저리그급' 활약을 펼치며 상승세를 이끌었다. 그러나 부상으로 인한 공백이 길어지며 본인에게도, 팀에게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 시즌이었다.
'슈퍼소닉' 이대형도 FA 계약을 통해 고향팀 유니폼을 입게 됐다. 이대형은 안정적인 수비력과 빠른 발을 앞세운 도루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타격 능력에 다소 아쉬움이 남았었다. 그러나 이용규가 KIA를 떠난 뒤 현재 가장 유력한 톱타자 후보는 이대형이다. 이대형 역시 시범경기에서 팀내 타율 1위(0.357)과 출루율 1위(0.514)를 기록하며 기대감을 드높였다.
신종길은 지난 시즌 규정 타석을 채운 타자 중 KIA의 유일한 3할 타자였다. 올 시즌에도 지난 시즌의 기세를 이어가겠다는 계산이다. 특히 '절친' 이대형과 한 팀에서 뛰며 '테이블세터'로서의 시너지 효과도 함께 기대된다.
반면 데뷔 후 처음으로 연봉이 삭감된 '키스톤 콤비' 안치홍과 김선빈 역시 명예회복을 벼르고 있다. 나지완과 김주형이 '거포본능'을 얼마만큼 발휘하느냐도 주목할만한 포인트다.
▲ 주전 포수? 그래도 노련한 김·차 듀오
여기 재기를 꿈꾸는 또 다른 듀오가 있다. 바로 포수 김상훈과 차일목이다. 지난 시즌까지 번갈아가며 주장을 역임했던 두 사람은 올 시즌 재기를 꿈꾸고 있다. 선동열 감독은 시범경기 중반까지 "김상훈, 차일목, 백용환, 이홍구를 경쟁시켜 주전 포수 2명을 결정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현재 상황으로서는 김상훈과 차일목이 주전 포수 자리를 사실상 확정했다.
두 사람은 KIA가 10번째 우승을 차지했던 지난 2009년 주전 포수로 팀 마운드를 이끌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도루저지율이 낮아 상대팀에 쉽게 진루를 허용할 수 있는 것이 단점으로 꼽히지만, 경험이 많은 만큼 투수들이 믿고 따른다는 장점도 있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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