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서영원 기자] 바야흐로 야구시즌이 돌아왔다. 일본프로야구에서 활약하고 있던 이대호와, 새롭게 한신 타이거즈에 입단한 오승환의 합류로 국내 팬들의 관심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오승환이 만나게 될 센트럴리그 타자들
오승환의 한신 타이거즈는 센트럴리그 소속이다. 야쿠르트 스왈로스에서 뛰던 임창용 이후 오랜만에 한국인 선수가 던지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오승환과 만날 타자 중 주의 깊게 봐야 할 타자들은 누가 있을까. 지난해 일본프로야구에서 초특급 활약을 펼친 외국인 타자는 3명으로 압축된다. 주니치 드래곤즈의 헥터 루나, 요코하마 DeNA베이스타즈의 토니 블랑코, 야쿠르트의 블라디미르 발렌틴이다. 루나는 부상으로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지만 뛰어난 콘택트 능력으로 85경기 115안타 타율 3할 5푼을 기록했다. 블랑코는 41홈런 136타점의 괴력을 뿜어낸 강타자다. 우타자인 블랑코는 41홈런 중 좌(23), 중(12), 우(6) 각각 눈에 띄게 차이가 났다. 당겨친 홈런이 많았다. 좌투수에게 타율 2할 7푼 6리, 우투수에게는 3할 5푼 6리를 기록했다. 상대에 따른 성적 구분이 뚜렷했다.
발렌틴은 더 설명이 필요 없는 지난 시즌 일본프로야구 최고의 거포다. 가정문제로 언론에 화제가 됐지만 무시할 실력은 아니라는 평가다. 발렌틴은 지난 시즌 60홈런 131타점을 달성했다. 한신의 나카니시 키요오키 투수코치는 발렌틴의 아시아신기록 홈런속도에 대해 "외국인이 홈런 달성하는 건 둘째치고 제정신이 있다면 정면으로 던지겠나?"라며 투수들이 발렌틴과 승부를 피한 것이 '외국인 차별'에만 있지는 않다고 이야기했다. 가장 조심해야 할 타자들은 요미우리에 있다. 요미우리는 라인업 전체가 응집력과 펀치력을 갖추고 있다. 아베 신노스케, 쵸노 히사요시, 사카모토 하야토, 무라타 슈이치 등 중장거리 타자들이 오승환의 세이브 방해꾼이 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쵸노는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한일전에서 오승환을 상대로 홈런을 기록한 기억이 있는 선수다. 이외에 요미우리는 다카하시 요시노부, 카타오카 야스유키 등 수준급 타자들을 두루 보유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출신 호세 로페즈와 대결도 눈여겨 볼만하다.
지난해 우타자 로페즈가 기록한 18홈런은 모두 좌월홈런이었다. 극단적으로 당겨치는 스타일로 몸쪽공은 위험하다. 좌타자 아베 역시 32홈런 중 27홈런이 당겨친 우월홈런이었다. 지난해 두 선수에게 몸쪽 높은 공은 사냥감이 되기 일쑤다. 사카모토와 쵸노, 무라타는 일명 광각타법이라 불릴 정도로 좌-중-우 고르게 타구가 뻗어나가는 '스프레이 히터'들이다. 일본의 야구전문지 베이스볼매거진은 2014시즌 전망 선수명감집을 통해 각 팀 타격 수준을 점수화했다. 요미우리는 100점, 요코하마는 90점, 한신은 80점으로 평가받았으며, 주니치, 야쿠르트, 히로시마는 각 75점을 받았다. 외국인 선수 특유의 견제도 없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연 이 모든 것을 이겨내고 한신의 수호신으로 등극할 수 있을까. 2014시즌 오승환이 기대되는 이유다.
이대호가 만나게 될 퍼시픽리그 투수들
이대호는 지난해 오릭스 버팔로스를 떠나 소프트뱅크 호크스로 둥지를 틀었다. 팀을 옮겼지만 퍼시픽리그에서 뛰는 상황 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대호가 만날 투수들은 약간의 변화가 있다. 올해부터 이대호는 친정 오릭스를 상대하게 된다. 오릭스는 일본프로야구 최상급 투수 가네코 치히로가 버티고 있다. 가네코는 지난해 다나카 마사히로 열풍에 묻혔지만 평균자책점 2.01, 15승 8패, 223.1이닝, 200삼진의 괴력을 보였다. 130km의 싱커부터 150km대의 직구까지 구종만 8개에 이른다. 제구가 좋고, 이닝이터로 경기를 지배하는 스타일이다. 지난해 다나카에게 약한 모습을 보였던 이대호에게는 가네코라는 새로운 산이 생긴 셈이다.
퍼시픽리그는 예로부터 투수들이 강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상위팀부터 하위팀까지 에이스 만큼은 무시할 수 없다. 이대호는 각팀 에이스들과 또다시 진검승부를 펼치게 된다. 성장세가 돋보이는 투수는 라쿠텐의 노리모토 다카히로, 미마 마나부다. 두 선수는 작년 다나카를 도와 선발진의 한 축을 구축했다. 특히 미마는 많은 이닝을 던지진 않았지만 클라이막스 시리즈부터 기량이 만개해 올 시즌 기대가 높다. 라쿠텐은 신인 마쓰이 히로키도 선발투수로 나서 이대호와 맞대결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세이부의 키시 타카유키, 키쿠치 유세이도 원투 펀치로 이대호와 만날 예정이다. 두 선수는 극단적으로 직구 비율이 높고 구속과 제구력을 겸비하고 있다. 지바롯데는 니시노, 카라카와 유키, 와쿠이 히데아키가 요주의 인물이다.
이대호의 홈구장 야후오크돔은 전형적인 투수구장으로 불리는 곳이다. 펜스 높이가 5.89m로 왠만한 홈런성 타구도 펜스를 강타하는 안타로 바뀐다. 홈런타자 이대호에게 홈구장 펜스 높이는 마이너스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해 이대호의 야후오크돔 타율은 0.227로 부진했다. 반대로 플러스로 작용할 점도 있다. 바로 소프트뱅크 투수들을 만나지 않고 오릭스 투수를 만난 다는 것이다. 오릭스는 가네코 개인과 대결은 기대할 만 하지만 그 이하 투수들은 약하다는 평가다. 소프트뱅크는 올해 투수진 보강을 통해 센트럴리그 요미우리 자이언츠 못지 않은 투수력을 보유하고 있다. 셋츠 타다시, 모리후쿠 마사히로 등 선발-중계를 가리지 않고 뛰어난 투수들을 만나지 않게 된다는 점은 다행스럽다. 이대호는 2013시즌 소프트뱅크 상대로 타율 0.289 2홈런만 남겼다. 팀의 우승을 위해 소프트뱅크로 옮긴 이대호. 과연 퍼시픽리그의 난적들을 뚫고 정상으로 향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다나카의 뒤를 잇는 ML 진출 후보
일본야구는 지난 해 다나카 마사히로의 메이저리그 진출, 블라디미르 발렌틴의 아시아신기록홈런으로 뜨거운 한해를 보냈다. 야구 팬들의 관심은 다나카에 이어 미국 땅을 밟을 선수들로 모아진다. 올 한해 일본야구에서 메이저행이 유력한 선수는 누가 있을까. 가장 첫 번째로 손꼽히는 선수는 마에다 켄타다. 다나카와 동갑내기로 히로시마 도요카프의 에이스를 맡고 있다. 지난 해 재계약 당시 2014시즌 종료 후 포스팅시스템에 참가하겠다는 선언을 했다. 다양한 변화구와 구속이 높게 형성되는 장점이 있지만 호리호리한 체격으로 피지컬에 의문을 품게 하고 있다. 또 2010~2013시즌까지 연 평균 208이닝을 던져 어깨 상태에도 물음표를 던지는 이들이 많다. 마에다와 함께 관심을 받는 선수는 가네코 치히로. 그러나 가네코는 이미 요미우리에서 관심을 표명하고 있고, 적지 않은 나이로 인해 포스팅시스템에 참가하지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이 지난 뒤 가네코는 일본 내 FA가 된다. 때문에 미리 의사를 타진한 마에다를 제외하면 포스팅시스템 진출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올 시즌 종료 후 해외 FA 자격을 취득하는 선수는 많다. 우치카와 세이이치, 쿠리야마 타쿠미, 아사쿠라 켄타, 고야노 에이이치, 타무라 히토시 등 꽤나 이름값 있는 선수들이 있다. 그러나 이들의 빅리그 진출을 속단할 수 없다. 이들은 현재 일본야구에서도 강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이밖에 투수로 우츠미 테츠야가 해외 FA 자격을 보유하고 있지만 적지 않은 나이, 요미우리 내 입지를 고려했을 때 역시 해외진출을 추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다나카 신드롬에 묻혔지만 올해도 와타나베 슌스케가 보스턴 레드삭스에 입단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고, 명성이 부족해도 마이너리그에 도전하는 일본 선수들이 많다. 메이저리그 팬들의 관심사는 마에다에게 향한다. 다나카 보다는 부족한 관심일지 모르나 또 한 명의 일본산 '라이징 스타'가 탄생할지 여부는 올해 일본야구의 주요 관전포인트 중 하나다.
서영원 기자 sports@xportsnews.com
[사진=오승환, 이대호, 다나카 ⓒ 엑스포츠뉴스DB]
김덕중 기자 djkim@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