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승현 기자] 대중은 외부 이미지가 풍기는 분위기를 갖고 그 배우를 평가하곤 한다. 그러한 면에서 박효주는 '여형사'의 느낌이 짙다. 영화 '추격자', 드라마 '추적자 THE CHASER'에서 그녀가 선보인 캐릭터의 잔상이 강렬하다는 의미다.
여느 배우가 그러하듯, 박효주도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고 싶었다. 연기 스펙트럼을 협소하게 할 수 있는 고착화된 이미지를 탈피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여배우, 아니 여자라면 예뻐 보이고 싶은 원초적인 욕구도 있었다. 마침 tvN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3' 캐스팅 제의가 왔고, 박효주는 이 찰나의 순간을 놓칠 수 없었다.
최근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박효주는 "극 중 내가 맡은 홈쇼핑 대리인 이민정은 맏언니지만 애교 있는 인물이다. 나와 비슷한 면이 있었고, 촬영 기간 그녀를 통해 박효주를 여실히 보여줬다"라고 밝혔다.
발칙한 자유연애주의자 이민정은 '인스턴트 사랑'을 즐긴다. 많은 남성과의 연애를 즐기는 모습에서 대차고 쿨해 보이지만 그녀 역시 천상 여린 여자다. 자신을 진심으로 보듬어 주지 않는 남성을 만나지 못한 것에 외로움을 느끼고, 직장 생활에서 사회의 냉혹함을 맛보게 된다.
"이민정은 자신의 모자란 것을 인정하는 순수함과 솔직함이 가장 큰 매력이다. 쿨해 보이지만 어딘가 공허한 쓸쓸함이 있다. 연애에 대해 상처받기 싫어 마음의 장벽을 치고 깊은 사랑을 나누지 않는다. 남자를 많이 접하지만, 진정한 사랑에 노출되기 싫어하는 가녀린 여자다"
로맨스로 밝은 결말을 맞이했지만, 이민정은 조기 폐경, 혼전 임신 등의 소재로 캐릭터를 풀어나갔다. 명과 암을 동시에 지녔기에 누구라도 붙잡고 하소연할 이야기가 많은 인물이었다. 회사 동료들에게 이러한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뒤, 아무런 위로와 조언이 없었을 때는 특히나 슬펐고, 역할에 몰입했던 나머지 실제로도 마음이 아팠단다.
"이민정이 은근 서러운 장면이 많다. 그러면서 직장인들의 애환을 어느 정도 알게 됐다. 무엇보다 사무실에 존재하는 칸이 유난히 신경 쓰였다. 의사소통 단절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이 작은 벽이 중요한 순간에 가장 큰 장벽으로 다가와 서러움을 배가했다. 그래서 신주연(김소연 분)이 칸막이를 넘어 내게 손길을 건네던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함께 출연한 김소연, 남궁민, 성준, 윤승아, 박유환 등과 친해져 종영은 더욱 아쉽게 다가왔다. 지금도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 연락을 주고받으며 안타까움을 조금이나마 달랜다. 소중한 사람들과의 만남과 비견되는 성과는 연기 인생의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는 것이다.
"이 드라마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로맨틱 코미디물과 거리가 먼 박효주가 과연 이런 장르를 소화할 수 있을까?'라는 시선이 팽배했었다. 의심을 품고 바라보는 사람들이 대다수였고, 이를 걷어내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 이미지 전환과 드라마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효과를 거뒀다"
'로맨스가 필요해3'를 통해 박효주는 정말 로맨스가 필요해졌다. 아기자기한 로맨스가 주는 활력의 늪에 빠져, 쉽게 헤어나오지 못한 모습이었다.
"다소 어두웠던 여형사 역할은 당분간 접어두고 싶다. 그동안 작품을 통해 주로 털털한 면이 비쳤는데, 사실 나는 애교 많고 귀여운 구석이 있다.(웃음) 앞으로 로맨틱 코미디물에서 활약하는 긍정적인 박효주를 기대해 주셨으면 한다"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사진 = 박효주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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