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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 양심 선언 오역? 성급한 판단이 논란 키운다

기사입력 2014.02.24 11:13 / 기사수정 2014.02.24 11:20

나유리 기자


[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2014 소치동계올림픽이 성대한 막을 내렸다. 그러나 폐막식보다 더 뜨겁게 한국 온라인을 달군 주제가 있었으니, 바로 한 피겨 스케이팅 심판의 '양심 선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100% 오역'은 아니고 '과장'에 가깝다. 물론 주말 내내 주요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를 오르내렸던 키워드인 '양심 선언'은 사실이 아니다.

앞뒤 상황은 이렇다. 소치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김연아가 미심쩍은 판정으로 은메달을 획득한 후 22일(이하 한국시각) 미국의 종합일간지 'USA투데이'의 크리스틴 브레넌 기자가 "심판들이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에 기울어졌었다는 발언이 등장했다(Official says judges slanted toward Adelina Sotnikova)"는 제목의 기사를 작성했다.

여기서 '기울어져 있었다'의 의미는 전체적인 내용상 '편파적이었다' 혹은 '편향적이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기사 내용은 "지난 금요일부터 피겨계를 둘러싼 판정 시비가 여전히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시작해 "주제의 민감성 때문에 익명을 요구한 '피겨계 고위 관계자'가 말하길 '심판들이 명백하게 소트니코바에 기울어져 있었다. 그들이 이렇게 채점을 했다'고 밝혔다(was clearly slanted towards (Olympic gold medalist) Adelina Sotnikova," adding "this is what they can do)"고 보도했다.

또 알렉산드르 라케르니크 전 러시아 피겨연맹 부회장이 이번 프리스케이팅에서 '테크니컬 컨트롤러'로 참여했다는 부분 역시 지적했다. 심판진 외에 별도의 3인으로 구성된 테크니컬 패널이란 선수들이 제출한 프로그램 내에서 계획한 기술들을 제대로 수행했는지 판단해 기본점수 산정에 영향을 미치는 위치다. 테크니컬 패널 중에서도 테크니컬 컨트롤러가 최종 결정권을 가지고 있어 논란이 가중됐다.

앞서 익명을 요구했던 피겨계 고위 관계자는 "(라케르니크가 테크니컬 컨트롤러로 참여한 사실이) 전체 그림을 완성했다"고 덧붙였다. 해석하기에 따라서 다를 수 있지만, 러시아 피겨연맹의 입김이 어느 정도 들어갔을 것이란 이야기에 가깝다. 

이 매체는 또 러시아 출신 테크니컬 패널인 올가 바라노바가 금메달 확정 직후 소트니코바와 기쁨의 포옹을 나눈 사실과 피겨 심판들 개개인의 판정 내용과 점수가 절대 공개되지 않는 점 등을 지적하며 "심판의 부정 행위가 한개 혹은 두세개 있었더라도 영원히 알려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 피겨스케이팅 대표팀의 애슐리 와그너가 "익명 심판제를 제거해야 한다"고 언급한 점을 들며 자신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는 미국 피겨연맹이 올해 여름 국제빙상연맹(ISU) 총회에서 직접 제안할 내용이기도 하다.

기사의 마지막 문단에서는 이번 올림픽 여자 싱글 심판은 아니었지만, 다른 부문에 참여했던 익명의 심판과의 인터뷰가 등장한다. 이 심판은 소트니코바에 대해 "그가 가지고 있는 (재능)만큼의 점수가 아니었다. 분명히 러시아 관중들이 그의 점수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홈 관중들의 뜨거운 환호와 열기 덕분에 소트니코바의 연기가 유독 좋았던 것이라는 분석이다.

익명의 심판은 또 "이탈리아의 캐롤리나 코스트너가 구성점수 요소 마다 1~1.5점은 더 받았어야 한다. 그러나 소트니코바가 더 높은 수행점수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2위에 머문 김연아에 대해서는 "김연아가 모든 면에서 소트니코바보다 훨씬 나았다. 코스트너와 김연아 모두 소트니코바보다 낫다"고 말했다. 

실제 'USA투데이'에 실린 기사의 전체적인 내용은 위와 같다. 정확히 인터뷰에 응한 취재원이 누구인지 확실히 밝히지 않은채 '피겨 심판 양심 선언'이라는 키워드만 듣고 기사를 해석한다면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크다. 

물론 이처럼 외신을 통해 보도된 피겨계 고위 관계자와 실제 소치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심판(여자싱글 판정에는 참여하지 않았더라도)의 멘트가 소트니코바가 금메달리스트에 등극하는 '이변'에 대응하는데 힘을 싣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성급한 판단과 지나친 과장은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사진=김연아 ⓒ Getty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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