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3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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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urn of the Queen] 아디오스 김연아, 소치는 외면했지만 전 세계가 인정

기사입력 2014.02.24 08:59 / 기사수정 2014.02.24 13:57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김연아(24)가 참고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지난 21일 2014 소치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싱글을 마친 김연아는 4년 전 못지않은 완벽한 연기를 펼쳤다.

전광판을 보며 올림픽 2연패가 실패했던 것을 확인한 그의 표정은 담담했다. 하지만 키스앤크라이존을 떠나 백스테이지로 들어섰을 때 김연아는 눈물을 쏟았다. 올림픽 2연패에 실패해 흘린 눈물은 결코 아니다. 17년 동안 타온 스케이트를 벗어야하는 아쉬움의 눈물이었다.

김연아는 소치올림픽 결과에 집착하지 않았다. 스스로 올림픽 2연패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거듭 밝혔다. 자신이 준비해온 것을 최대한 발휘하고 싶다는 것. 마지막 무대를 아름답게 장식하고 싶다는 것이 그의 의지였다.

이번 소치올림픽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김연아의 연기는 흠잡을 때가 없었다. 김연아는 2번의 올림픽에서 모두 클린에 성공한 기록을 남겼다. 올림픽 금메달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김연아의 눈부신 연기는 피겨의 전설인 소냐 헤니(노르웨이, 1928, 1932, 1936 동계올림픽 금메달) 카타리나 비트(독일, 1984, 1988 동계올림픽 금메달)의 계보를 잇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소치는 양심을 저버렸다. 26년 만에 올림픽 2연패가 탄생하는 역사적 의미를 버리고 '동네잔치'를 선택했다. '동네잔치'에 어울렸던 주인공은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8, 러시아)였다. 그는 올림픽이 시작하기 전 우승 후보로 거론되지 않았다.

소트니코바는 지난해 세계선수권 9위에 올랐고 시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에서는 단 한 번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순식간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급부상 했다. 러시아의 어처구니없는 홈 텃세는 피겨 여왕의 마음에 큰 상처를 안겼다. 최선을 연기를 펼친 만큼 김연아는 이에 합당하는 결과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피겨 여왕은 소름 돋는 연기도 자국 선수 밀어주기에 급급한 소치는 외면했다.

하지만 김연아는 내색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여제'의 위엄을 잃지 않던 그는 '진정한 승자'였다.



피겨의 전설들과 전 세계 언론이 '퀸 유나' 인정


23일 새벽 열린 갈라쇼에서 김연아는 '이매진'을 연기했다. 영화 '겨울왕국'의 주인공인 엘사를 연상시키는 푸른색의 의상을 입고 등장한 그는 깊이 있는 연기를 펼쳤다. 존 레논의 곡인 '이매진'은 반전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마지막 실전 대회인 소치에서 김연아는 '사랑'과 '평화'를 전했다.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손동작과 표정연기. 여기에 물 흐르듯 부드러운 스케이팅까지 이날의 히로인은 김연아였다.

미국의 USA투데이는 공식 홈페이지 메인화면에 금메달리스트인 소트니코바 대신 김연아의 사진을 게재했다. 이 매체는 "보통 갈라쇼 하이라이트는 금메달리스트의 마지막 무대다. 하지만 이날의 주인공은 김연아였다"고 소개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는 피겨 선수가 설 수 있는 최고의 자리다. 시상식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섰다면 '피겨 전문가'들은 물론 대중들에게 인정을 받아야 한다. 소트니코바는 스케이트를 타는 전문가들은 물론 대중들의 외면을 받았다. 그는 편파적으로 구성된 심판들에게만 잘 보였을 뿐이다.

이와 비교해 김연아는 마지막 무대에서도 전문가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김연아의 올림픽 2연패를 유력하게 점쳤던 카타리나 비트는 독일 방송을 통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판정이다. 코스트너와 김연아의 연기는 소름이 돋게 만들었다. 나는 올림픽 2연패가 일어나길 바라고 있었다"며 강한 어조로 반박했다.

미셸 콴(미국)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믿을 수 없다(Unbelievable)"고 밝혔다. 1948,1952년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딕 버튼(미국)은 자신의 SNS를 통해 "유나 네가 진정한 챔피언이다. 내가 이렇게 평가하는 이유는 네가 더 나은 스케이터가 될 수 있길 믿었기 때문이다. 넌 오늘 (다른 스케이터와 비교해) 존재가 달랐다. 축하한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아이스댄싱 금메달리스트이자 이번 소치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스캇 모이어(캐나다)는 김연아에게 "유나 네가 넘버원이야"라고 말해 화제를 모았다.

해외 언론도 일제히 김연아가 받은 부당한 판정에 의문을 보였다. 미국의 올림픽 중계 방송사인 NBC는 자사 트위터에 "이 결과에 동의하십니까?"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프랑스의 유명 스포츠 일간지 레퀴프도 '스캔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여자싱글 결과를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이 매체는 "러시아 역사상 첫 번째 여자 피겨 금메달은 심판이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진정한 챔피언은 같은 종목의 전문가들과 대중들에게 인정받아야 한다. 소트니코바는 러시아와 극소수의 칼럼리스트에게 인정을 받았을 뿐이다. 반면 김연아는 피겨의 전설이 된 거장들과 동료 스케이터들에게 갈채를 받았다. 또한 전 세계 대중들의 마음을 끝까지 사로잡았다.

17년 동안 이어진 김연아의 마지막 무대는 아름다웠다. 그리고 아쉬움도 진했다. 최상의 연기를 펼친 김연아의 마지막을 외면한 소치의 텃세는 '피겨 역사'에 큰 오명을 남겼다.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사진 = 김연아 ⓒ Getty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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