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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urn of the Queen] 김연아의 뒤바뀐 도전자 '반전 드라마'의 결말은?

기사입력 2014.02.20 07:54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아무도 예상치 못한 '반전'이 일어났다.

소치올림픽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한 김연아(24)는 예상대로 순위표 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2위와의 점수 차는 불과 0.28점 차에 불과하다. 그동안 압도적인 점수 차로 앞서왔던 이력을 생각할 때 의외의 결과였다.

김연아는 20일(이하 한국시각)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팰리스에서 열린 214 소치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기술점수(TES) 39.03점 예술점수(PCS) 35.89점을 합친 총점 74.92점을 받았다.

이 점수는 올 시즌 쇼트프로그램 최고 점수에 해당한다. 또한 김연아가 세운 역대 5번째로 높은 점수이기도 하다. 김연아는 4년 전 밴쿠버올림픽에서 세운 역대 최고 점수인 78.50점에 3.58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열린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에서 받은 73.37점보다 1.55점 끌어올렸다.

김연아의 연기는 나무랄 데 없었다. 첫 번째 점프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의 비거리는 다른 선수와 차원이 달랐다. 김연아는 어느 때보다 힘차게 도약했고 회전 속도와 높이는 탁월했다. 하지만 가산점(GOE)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김연아는 이 점프로 1.50의 가산점을 받았다. 2점에 가까운 가산점을 기대했지만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두 번째 과제인 트리플 플립도 무난하게 수행했다. 자신의 전매특허인 유나 카멜 스핀은 레벨4를 받았다. 더블 악셀을 성공시킨 뒤 레이백 스핀에서는 레벨3을 기록했다. 아쉬운 부분은 직선스텝의 레벨이었다. 김연아는 한층 부드러운 스케이팅을 구사하며 매끄러운 스텝을 구사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레벨4는 나오지 않았다. 스텝에서 레벨3을 받았고 마지막 과제인 레이백 스핀에서는 레벨3을 기록했다.

영국의 BBC 방송진은 "스텝은 레벨4를 받는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점수가 낮게 나왔다"며 김연아의 점수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경기를 마친 김연아는 "다리가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긴장했다. 점프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다"며 쇼트프로그램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뜻하지 않는 위기가 찾아왔지만 김연아는 최고의 선수 답게 이를 슬기롭게 극복했다.

김연아가 링크를 떠난 뒤 예기치 못한 '반전'이 일어났다.



리프니츠카야-아사다 흔들리는 사이 새로운 복병 등장


소치올림픽 여자싱글 경기가 열리기 전 전 세계 언론은 김연아의 강력한 도전자로 율리아 리프니츠카야(16, 러시아)를 지목했다. 리프니츠카야는 지난 9일과 10일에 걸쳐서 열린 소치올림픽 피겨 단체전 여자싱글 쇼트프로그램(72.90)과 프리스케이팅(141.51)에서 모두 1위에 올랐다. 리프니츠카야의 활약에 힘입은 러시아는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혜성처럼 등장한 16세의 소녀에 모든 이들이 주목했다. 16세의 어린 나이답지 않게 당차고 최고 수준의 스핀을 지닌 리프니츠카야는 홈 어드밴티지의 이점도 안고 있었다.

하지만 리프니츠카야는 자국민들의 엄청난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아직 어린 소녀였던 그는 단체전과 비교해 경직돼 있었다. 점프를 시도할 때 빙판을 박차고 올라가는 힘도 떨어져보였다. 단체전에서 체력을 소모한 탓인지 마지막 점프인 트리플 플립에서는 빙판에 쓰러지고 말았다. 결국 리프니츠카야는 65.23점에 그치며 5위에 머물렀다.

주니어 시절부터 김연아와 경쟁해온 아사다 마오(24, 일본)는 날개가 꺾였다. 단체전을 마친 뒤 아르메니아로 이동해 특훈까지 가졌던 노력은 물거품으로 끝났다. 아사다는 그토록 공을 들였던 트리플 악셀에서 큰 실수를 범했다. 단체전 때와 마찬가지로 빙판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두 번째 점프인 트리플 플립도 회전 수 부족 판정을 받으며 언더로테를 받았다. 마지막 과제인 트리플 루프에 이은 콤비네이션 점프도 실패로 끝났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점수를 기다리던 아사다는 측은해보였다. 그가 받은 점수는 55.51점이었다. 피하고 싶었던 최악의 상황이 현실로 이루어졌다. 선두인 김연아와의 점수 차는 무려 19.41점 차다. 사실상 메달권 진입은 무산됐다.



리프니츠카야와 아사다가 무너지는 사이 새롭게 떠오른 복병은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7, 러시아)와 캐롤리나 코스트너(27, 이탈리아)였다. 소트니코바는 2011년 강원도 강릉에서 열린 주니어 세계선수권 우승자다. 이듬해 시니어 무대에 진출했지만 그랑프리 시리즈를 비롯한 국제대회에서 단 한번도 정상에 등극하지 못했다. 2012년 B급대회인 골든스핀 오브 자그레브에서 유일한 시니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 시즌 러시아 선수권에서는 리프니츠카야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지난달 열린 유럽선수권에서는 리프니츠카야에 밀려 2위에 만족해야 했다. 소트니코바는 러시아의 에이스는 아니었지만 실수가 없는 연기를 펼치며 홈 어드밴티지의 이점을 톡톡히 누렸다.

소트니코바는 기술점수(TES)에서 39.09점을 받아 39.03점을 받은 김연아를 추월했다. 주목할 부분은 가산점(GOE)이다. 소트니코바는 쇼트프로그램 7가지 요소에서 받은 가산점은 무려 8.66점이었다. 7.6점의 가산점에 그친 김연아보다 1.06이나 더 많은 점수를 챙겼다. 지난해까지 특별하게 주목을 받지 못했던 소트니코바는 순식간에 올림픽 메달 후보로 급부상했다.

코스트너도 이변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2012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인 그는 은퇴와 현역 복귀를 반복했다. 지난해 캐나다 런던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는 김연아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올 시즌은 극도의 불안감을 노출했다. 2번의 그랑프리 대회(컵 오브 차이나와 러시아 로스텔레콤 컵)에 출전했지만 각각 3위와 2위에 그쳤다. 유럽선수권에서는 간신히 3위에 입상했다.

코스트너의 소치올림픽 메달권 진입은 힘들 것으로 전망됐다. 27세의 나이에 전성기가 지났다는 평을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스트너는 안정적인 점프 구사와 높은 예술 점수를 앞세워 이변을 일으켰다.

코스트너는 소치올림픽 쇼트프로그램에서 개인 최고점인 74.12점으로 3위에 올랐다. 특히 출전 선수 중 가장 높은 예술점수(36.63)를 받으며 김연아를 0.8점 차로 추격했다.

김연아-리프니츠카야-아사다의 삼각구도로 예상됐던 '빅3'는 김연아-소트니코바-코스트너로 바뀌었다.

하지만 코스트너와 소트니코바는 그동안 프리스케이팅에서 강세를 보이지 못했다. 코스트너의 개인 최고 프리스케이팅 점수는 131.03점(2013 세계선수권)이다. 또한 총점 개인 베스트도 197.89점(2013 세계선수권)이다. 기술의 난이도가 낮은 코스트너는 프리스케이팅에서 큰 점수를 얻지 못한다.

소트니코바의 상승세가 프리스케이팅까지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의 많은 점프 요소를 무리 없이 수행한다. 반면 소트니코바가 쇼트프로그램보다 훨씬 많은 수행을 완벽하게 할지는 의문이다.

소트니코바와 코스트너가 생각보다 많은 점수를 받은 것은 사실이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일관성이 없는 심판 채점으로 선수들의 형평성이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김연아가 여기에 흔들리지 않고 완벽한 연기를 펼칠 경우 이변의 불씨는 프리스케이팅에서 꺼질 가능성이 크다.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사진 = 김연아 캐롤리나 코스트너 ⓒ 엑스포츠뉴스DB 아델리나 소트니코바 ⓒ Gettyimages/멀티비츠]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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