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소름 돋는 대역전극, 우리가 알던 한국 쇼트트랙이 돌아왔다. 노골드로 신음하던 한국 쇼트트랙이 태극낭자의 역주로 고개를 다시 들었다.
심석희(17·세화여고), 박승희(22·화성시청), 공상정(17·유봉여고), 조해리(28·고양시청)로 구성된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18일(한국시각)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팰리스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선에서 중국과 캐나다를 제치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중국에 패색이 짙었던 레이스를 뒤집었다. 27바퀴를 도는 3000m 계주에서 대표팀은 초반부터 선두로 내달렸다. 세계랭킹 1위 다운 초반 퍼포먼스에 금메달이 당연해보였다. 그러던 레이스가 순간 달라졌다. 중반 들어 중국에 1위를 내줬고 마지막 바퀴까지 역전을 해내지 못했다. 그때 마지막 바통을 이어받은 심석희가 무섭게 질주했고 반 바퀴를 남기고 중국을 추월하면서 기다리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심석희의 마지막 역주에 한동안 막혔던 금맥이 뚫렸다. 쇼트트랙은 한국 동계스포츠의 전통적인 메달밭이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달랐다. 남자 대표팀은 노골드가 유력하고 여자도 박승희(500m)와 심석희(1500m)가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따냈지만 기대하던 금메달 소식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대표팀은 내우외환에 시달렸다. 안으로는 소치 입성 전부터 성추행 코치로 시끄러웠고 대회 도중에는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발 후폭풍으로 국민의 응원을 받지 못했다. 쇼트트랙 선수들은 자신들이 죄인인냥 고개를 들지 못했고 심석희는 은메달을 따고도 "죄송하다"는 말로 심경을 표했다.
어느덧 말썽꾸러기로 전락한 쇼트트랙이지만 가장 어려운 순간 우리가 익히 알던 모습으로 돌아왔다. 마지막 바퀴까지 포기하지 않은 투혼과 슈퍼 에이스의 눈부신 역주로 뒤집어내는 모습은 1994 릴레함메르올림픽부터 2006 토리노올림픽까지 여자 계주 4연패를 해냈던 여왕의 모습 그대로였다.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한 한국 낭자들은 태극기를 들고 빙판 위를 돌며 눈물을 흘렸고 4년의 아픔과 대회기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냈다.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
[사진=한국 대표팀 ⓒ Getty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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