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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커버스토리] 소치 여제 '빅3', 이변의 덫 피하려면

기사입력 2014.01.24 13:00 / 기사수정 2014.01.25 10:08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승부의 세계는 냉혹하다. 결과를 예측하기도 어렵다. 특정 종목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과시한 1인자들도 '이변의 덫'을 피하지 못한 경우가 종종 있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는 예니 볼프(35, 독일)였다. 올림픽이 열리기 전 볼프는 여자 단거리의 1인자였다. 그는 2007년 세계 종목별선수권대회에서 세계신기록을 두 차례나 작성했다. 그러나 올림픽에서는 자신보다 10살이나 어렸던 '신예' 이상화(25, 서울시청)에 밀려 고개를 떨궜다.

미셸 콴(34, 미국)은 세계선수권 5회 전미선수권 9회 정상에 오른 '피겨의 전설'이다. 모든 것을 다 이룬 듯 보였지만 올림픽과는 인연이 없었다.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피겨 여자싱글 금메달리스트는 당시 15세 소녀였던 타라 리핀스키(31, 미국)였다.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던 콴은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에 도전한다. 야심차게 금메달을 노렸지만 또다시 새파란 후배에 올림픽 금메달을 내줬다. 사라 휴즈(29, 미국)는 콴은 물론 금메달 후보였던 이리나 슬루츠카야(35, 러시아)를 제치고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흔히 올림픽 금메달은 '신이 내리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실력 외에 승부를 결정하는 것은 경기 당일의 컨디션과 심리 상태 그리고 '행운'이다. 이러한 퍼즐조각들이 하나의 그림으로 맞춰져야 비로소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설 수 있다.

다음 달 열리는 2014 소치동계올림픽을 앞둔 한국은 최소 금메달 4개를 노리고 있다. 가장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는 피겨 스케이팅의 김연아(24)와 스피드 스케이팅의 이상화 그리고 쇼트트랙의 심석희(17, 세화여고)다.

'겨울 종목 여제 3인방'으로 불리는 이들의 기량은 압도적이다. 김연아는 21세기 이후 여자 피겨 싱글의 각종 기록을 갈아치웠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여자싱글 최고 점수인 228.56점으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리고 지난해 3월에 열린 캐나다 세계선수권에서는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점수인 218.31점으로 정상에 등극했다. 여자싱글 역대 최고 점수 중 1위부터 3위까지의 점수는 김연아의 스케이팅으로 작성됐다.

이상화는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이후 확실한 '1인자'로 올라섰다. 2012년 세계스프린트선수권에서 36초94의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상화의 기록은 계속 단축됐다. 특히 올 시즌에는 세계 기록은 4번이나 갈아 치웠다. 4년 전 이상화가 도전했던 상대인 볼프도 이상화보다 한참 떨어져 골인하는 상황이다.

심석희는 여자 쇼트트랙 1000m(1분26초661)와 1500m(2분17초513)에서 세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1000m에서는 올 시즌 월드컵에서 3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그나마 두려웠던 경쟁자인 왕멍(29, 중국)도 부상으로 올림픽 출전이 불투명하다.

이러한 자료를 볼 때 이들의 소치동계올림픽 금메달 획득은 유력하다. 하지만 언제 닥칠지 모를 '이변의 덫'은 이들이 피해야할 '마지막 장애물'이다.



피하고 싶은 '만약의 상황', 어떻게 일어날까


김연아는 점프를 비롯한 기술과 예술성 그리고 가산점에서 압도적인 우위에 있다. 여기에 경기에 임하는 집중력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최악의 상황'은 김연아가 큰 실수를 수차례 했을 경우에 일어난다.

올 시즌은 김연아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이 자주 200점을 돌파하고 있다. 최근 각국에서 막을 내린 자국대회에서는 '점수 인플레'라고 불릴 만큼 선수들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공인 점수가 199.58점인 스즈키 아키코(28, 일본)가 2013 일본선수권대회서 받은 점수는 무려 215.18점이었다. 시니어 그랑프리 우승 경력이 없는 그레이시 골드(18, 미국)도 211.69점을 받았다.

특히 소치동계올림픽은 자국인 러시아 선수들에게 높은 점수가 매겨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 시즌 유럽선수권 우승자인 율리아 리프니츠카야(16, 러시아)가 실수 없이 경기를 마쳤을 경우 높은 점수를 받은 확률이 높다. '일본 피겨의 간판'인 아사다 마오(24)도 올 시즌 그랑프리 2개 대회와 파이널에서 모두 200점을 돌파했다.

김연아가 큰 실수를 반복했을 때와 높아진 점수로 인한 타 선수들의 상승세가 이루어졌을 때 승부는 미궁 속으로 빠진다.

이상화의 상승세는 거침이 없다. 유일한 약점이었던 초반 100m 기록도 보완됐다. 하지만 단거리 종목은 '백분의 일초'로 승부가 가려진다. 500m의 짧은 구간 중 조금의 방심도 허용하지 않는다.

4년 전 밴쿠버에서 이상화는 도전자였다. 추격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부담감이 덜했다. 그러나 지금은 경쟁자의 추격을 뿌리쳐야 하는 '쫓기는 입장'이 됐다. 심리적인 싸움에서는 밴쿠버 올림픽보다 한층 힘들어졌다.

쇼트트랙은 변수가 많은 종목이다. '1인자'인 심석희는 다른 국가 선수들의 집요한 견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너를 돌면서 벌어지는 치열한 순위 경쟁에서 몇몇 선수들은 빙판에 미끄러진다. 아직 ‘17세 소녀’인 심석희가 극복해야할 과제다.



가장 무서운 적수 '이변의 덫' 피하려면?


김연아와 이상화 그리고 심석희도 '자기 자신과의 싸움'만을 남겨 놓고 있다. 김연아는 4년 전 국민들의 큰 기대감을 이겨내고 최상의 연기를 펼친 경험이 있다. 또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서의 '여유'도 가지고 있다.

김연아는 "연습에서도 실수 없이 프로그램을 여러 번 소화해 자신감은 있다"며 "두 번의 대회(골든스핀 오브 자그레브, 종합선수권)를 통해 부족한 점을 보완했다. 언제나 잘할 수는 없지만 연습에서는 충분히 자신감을 가질 만큼 준비가 됐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어 그는 "많은 분들이 올림픽 2연패를 얘기한다. 하지만 나는 여기에 중점을 두지 않고 있다. 어떤 결과가 나와도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남자 피겨 세계선수권 4회 우승에 빛나는 커트 브라우닝은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김연아 스스로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만 있다면 올림픽 우승은 그녀의 것"이라고 밝혔다. 김연아 스스로가 밝혔듯 올림픽 2연패에 대한 부담감을 덜고 실수를 최대한 막는다면 '이변의 덫'을 피할 수 있다.

이상화도 마찬가지다. 그는 "2연패를 하고 싶지만 욕심이 많아지면 실수하게 될 것 같다. 마음 비우고 늘 하던 대로 과정에 충실하면 좋은 결과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이상화는 36.36의 세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올 시즌 최고조에 오른 상승세를 올림픽까지 이어간다면 이변이 발생할 확률은 낮아진다.

심석희도 순위 경쟁의 압박감을 벗어나 자신의 기량을 그대로 발휘하면 꿈에 그리던 올림픽 금메달을 거머쥘 수 있다.

'1인자'의 특징은 한 치의 방심과 약점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모든 부분에서 완벽을 추구해야 가장 높은 봉우리를 정복할 수 있다. '겨울 여제 빅3'가 마지막 과제를 이겨내고 '소치의 여제'로 거듭날까.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사진 = 김연아 이상화 심석희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 ⓒ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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