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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빛낼 女스타] ⑩ '빙속 여제' 이상화가 걷는 곳이 길이다

기사입력 2014.01.03 15:56 / 기사수정 2014.01.03 15:56

나유리 기자


[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언제부터인가 세계에 이름을 떨치는 한국 낭자들의 기세가 남성들을 압도하고 있다. 이른바 스포츠 '우먼파워' 전성시대다. 2014년은 소치동계올림픽, 인천아시아경기대회 등 굵직굵직한 스포츠 빅이벤트가 많다. 엑스포츠뉴스는 갑오년을 맞아 2014년을 빛낼 여성 스포츠 스타 10명을 조명했다.<편집자주>

① 여자농구 박혜진
② 여자배구 양효진
③ 여자당구 차유람
④ 클라이밍 김자인
⑤ 쇼트트랙 심석희
⑥ 리듬체조 손연재
⑦ KLPGA 장하나
⑧ LPGA 박인비
⑨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⑩ 스피드스케이팅 이상화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수많은 관계자들이 예측한 금메달의 주인공은 예니 볼프(독일)였다. 그럴 만 했다. 볼프는 2007년 세계종목별선수권대회에서 두 차례나 세계 신기록을 경신하는 등 지난 4년간 '단거리의 여왕'으로 군림해왔다. 

그러나 조용히, 침착하게 볼프의 뒤를 겨냥하는 선수가 있었다. 볼프보다 무려 10살이나 어린 한국대표팀의 이상화였다. 스물 두살의 앳된 숙녀는 혼신의 질주를 마친 후 고글을 벗고 전광판에 새겨진 자신의 기록을 쳐다봤다. 1·2차 합계 76초 09. 볼프보다 0.05초 앞선 우승이었다.

본인 스스로 믿기지 않는듯 잠시 멍하니 빙판을 바라보던 이상화는 김관규 감독의 얼굴을 보자 왈칵 눈물을 터트렸다. 4년 전 토리노동계올림픽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에 울었던 그는 벤쿠버에서 기쁨의 눈물을 마음껏 흘렸다.

그렇게 이상화는 스피드스케이팅의 볼모지인 아시아, 그리고 한국 역사상 최초의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금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신예 스타'의 등장에 외신들도 "이변"이라 표현하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하지만 이상화는 '왕관'을 수여받을 자격이 충분한 선수였다. 휘경여고 재학 시절 대표팀 유니폼을 처음 입은 후 한국 신기록을 세 차례나 세운 그는 밴쿠버올림픽 직전에 열린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실전 감각을 키웠다.

한국 언론이 피겨의 김연아와 쇼트트랙 대표팀의 성적에 주목하고 있을 때 이상화는 스케이트 끈을 더욱 조였다. 마침내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피겨스케이팅에 가려져 서럽기까지 했다. 그러나 오늘은 믿기지 않을 만큼 기쁘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 후 4년. 스피드스케이팅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은 다시 약해졌지만, 이상화의 스케이트는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았다. 동계아시안게임, 세계종목별선수권 대회 등에 국가대표로 참가하며 꾸준히 메달권 입성에 성공한 이상화는 소치동계올림픽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생애 세번째 올림픽 출전과 올림픽 2연패가 눈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상화는 올림픽 2연패의 신호탄을 2013년 1월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2012-13시즌 월드컵 6차대회에서 쏘아올렸다. 500m 경주에서 36초 80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생애 첫 세계 기록을 달성했다. 종전 기록은 위징(중국)이 2012 세계스프린트선수권에서 기록한 36초 94였다.

이상화는 한국 여자 스피트스케이팅 선수로, 처음으로 세계 기록을 달성하는 역사를 작성했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012-13시즌에만 국제 대회에 14회 참가해 한국 선수 최초 월드컵시리즈 종합 우승, 종목별세계선수권대회 2연패 등 무려 12차례의 우승을 차지했다. 

더 큰 '사건'은 그해 11월에 터졌다. 이상화는 11월 10일 캘거리에서 열린 2013-14시즌 월드컵1차대회 500m 2차 레이스에서 36초 74의 기록으로 다시 한 번 볼프(37초 18)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1월에 자신이 작성한 기록 36초 80도 0.06초 단축하며 두번째 세계 신기록을 작성했다. 

다시 6일 후. 이상화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로 무대를 옮겨 월드컵 2차대회 1차 레이스에서 36초 57, 다음날 열린 2차 레이스에서 이 기록을 다시 0.21초 앞당겨 36초 36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1년 사이 세계 신기록을 무려 4차례나 새로 작성한 것이다.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됐던 스타트 능력을 보완하고, 장점인 100~500m 구간의 가속 능력과 결합시켜 얻은 값진 결과다. 어느덧 '이상화의 라이벌은 이상화'라고 불릴 만큼 성장해 세계 무대에 그의 적수는 없어 보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이상화가 오버 페이스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가장 큰 무대인 올림픽에 앞서 지나치게 힘을 빼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다. 이에 이상화는 "오버페이스가 아니라 실력"이라고 당당히 답하며 논란을 불식시켰다. 

이제 '빙속 여제' 이상화는 소치올림픽에서 역사 속 그 누구도 깨지 못했던 마의 36초 30의 벽에 도전한다. 올림픽 역사상 500m 2연패에 성공한 여자 선수는 카트리나 르메이돈(캐나다)과 보니 블레어(미국) 단 2명 뿐이다. 여전히 건재한 볼프와 위징이 강력한 라이벌로 꼽히고 있지만, 이상화는 월드컵2차대회 이후 체력과 컨디션 조절에 집중하며 일찍부터 금빛 담금질에 들어갔다. 

자신이 걷는 곳이 곧 길이 되는 '개척자'의 마음으로, 무거운 국민들의 기대를 어깨에 얹고 출발선상에 선 스케이터 이상화의 질주를 응원한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사진=이상화 ⓒ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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