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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영화 결산] '관객 2억명 시대' 빛만큼 그림자도 짙다

기사입력 2013.12.25 13:30 / 기사수정 2013.12.25 13:31

나유리 기자


[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2013년 한국 영화는 '또 다른 르네상스'로 불릴만큼 많은 관객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았다. 

세계에서 5번째로 2년 연속 영화 관객수 2억명을 돌파했고, 신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신인 감독들이 신고식을 치렀으며 봉준호, 박찬욱, 류승완 등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감독들이 새로운 작품으로 관객들을 찾았다.

부산국제영화제가 18번째 생일을 자축했으며, 전주국제영화제, 부천판타스틱영화제 등이 전보다 커진 스케일을 자랑했다.

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브래드 피트 등 '얼굴 보기 힘든' 세계적인 스타들이 한국을 방문해 '내한 열풍'을 주도 했다.  


▶500만 돌파 10편…관객 2억명 시대

영화진흥위원회 공식 집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올해 국내 영화 누적 관객수가 2억명을 돌파했다.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으로 한국 영화 관객 1억명을 달성한데 이어 외화를 포함한 전체 영화 관객수가 2억명을 넘는 '쾌거'를 일궜다. 인도, 미국, 중국, 프랑스에 이어 세계 5번째 기록이다.

국내 영화 시장에서 한국 영화의 경쟁력은 날로 힘을 키우고 있다. 올해 5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10편 중 한국 영화가 무려 8편에 이른다. 1월 23일 개봉한 '7번방의 선물'이 1281만 관객을 기록하며 2013년 박스오피스 전체 1위를 차지했고, '설국열차'(934만)와 '관상'(913만)이 그 뒤를 이었다. 외화 중에서는 '아이언맨 3'(900만)와 '월드워Z'(523만), '그래비티'(319만)의 약진이 눈에 띈다.



▶2천만명이 선택한 남자, '믿고 보는 배우' 송강호

2013년은 '송강호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송강호는 올해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 한재림 감독의 '관상', 양우석 감독의 '변호인' 등 무려 3편의 영화를 연달아 개봉했다. 한 편이 막을 내리면, 다른 한 편이 개봉하는 식으로 1년 중 절반 이상의 기간 동안 영화관의 간판을 책임졌다. 송강호는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다"고 쑥스럽게 웃었지만 그가 가진 티켓 파워는 절대 우습게 넘길 수 없는 수준이었다.

SF영화 '설국열차'에서 열차의 보안 설계자 '남궁민수'를 연기한 송강호는 크리스 에반스, 틸다 스윈튼, 에드 헤리스 등 외국 배우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뽐냈다. 정통 사극 '관상'에서는 조선 최고의 관상쟁이 '김내경'을 맡아 넓은 연기 폭을 과시했으며, '변호인'에서는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델로 한 인권 변호사 '송우석'을 연기했다. 송강호는 세 작품을 통해 한 해 2000만 관객의 선택을 받은 최초의 배우가 됐으며 아직 그 기록은 이어지고 있다.


▶노덕, 정근섭, 김병우, 허정…신인 감독들의 '강렬한 첫인사'

올해도 어김없이 걸출한 신인 감독들이 강렬한 데뷔전을 치렀다. 노덕, 정근섭, 김병우, 허정 등 신인 감독 4인방이 그 주인공이다. 

엄정화에게 첫 여우주연상을 안긴 작품 '몽타주'의 정근섭 감독은 스릴러와 감성을 절묘하게 교차시키며 세련된 연출로 호평을 받았다. 하정우의 단독 주연작 '더 테러 라이브'의 김병우 감독은 스튜디오라는 작은 공간에서 펼쳐지는 스릴러를 독특한 촬영 기법으로 풀어내 557만 관객의 마음을 훔쳤다. 김민희-이민기 주연작 '연애의 온도' 노덕 감독은, 여성 감독이라는 장점을 살려 권태기에 빠진 현실적인 커플의 실감나는 연애를 그렸다는 점에서 좋은 평을 얻었다. 특히 '연애의 온도'는 올해 가장 볼만한 멜로영화로 꼽힌다.

신인 감독 4인방 중에서는 허정 감독의 흥행 스코어가 가장 좋다. '우리 집에 낯선 사람이 숨어 살고 있다'는 심리적 압박을 활용해 공포를 준 작품 '숨바꼭질'은 560만 관객을 불러모으며 '살인의 추억', '추격자'를 제치고 역대 스릴러 영화 중 가장 많은 관객수를 기록한 작품으로 남았다.


▶Do you know 강남스타일?

유난히 많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한국을 찾은 한 해였다.(왠지 부끄럽지만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도 빠짐없이 등장했다) 그토록 많은 소녀팬들이 90년대부터 내한을 오매불망 기다렸던 '원조 꽃미남'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내한 러쉬의 포문을 열었다. 비록 전성기 시절의 미소년은 없었지만, 한층 안정된 연기력과 어른스러운 매력으로 무장한채 한국을 찾은 디카프리오는 뜨거운 환대를 받고 고국으로 돌아갔다.

영화 '아이언맨' 시리즈로 국내에서 엄청난 인기를 구사하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도 한국을 찾았다. 타국에서도 재치있는 말 솜씨와 능글맞은 매력을 발산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로다주'라는 국내팬들의 애칭에 흡족해했다는 후문. '울버린' 휴 잭맨은 이제 내한 단골 스타다. '한국 사랑'으로 유명한 그는 방한 때마다 예의 바른 모습으로 인기를 독차지 해왔다. 

이 밖에도 맷 데이먼, 브래드 피트, 톰 크루즈, 톰 히들스턴, 크리스 에반스, 틸다 스윈튼, 장쯔이, 양조위 등 많은 외국 스타들이 한국을 찾아 높아진 한국 영화의 위상을 실감케 했다. 


▶김기덕 감독의 '뫼비우스', 사상 초유의 찬반 시사회

영화계에 빛만 존재하지 않았다. 그림자도 있었다. 올 여름 영화계 가장 뜨거운 화두 중 하나는 김기덕 감독의 신작 '뫼비우스'였다. 불의의 사고로 성기를 잃은 남성의 상실감과 섹스에 집착하는 가족이 결국 파멸에 이르는 내용을 다룬 '뫼비우스'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로부터 두차례나 제한상영가 등급 판정을 받았다. 제한상영가 등급 전용 상용관이 국내에 한 곳도 없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개봉 불가 선언이었다.

이에 김기덕 감독은 "영화가 전달하는 진정한 의미를 훼손하며 선정성에만 초점을 맞춘 것 아니냐"며 영등위의 결정을 강하게 비난했다. 또 영화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사상 초유의 찬반 시사회를 열었다. 이후 '뫼비우스'는 3분에 달하는 분량을 한번 더 삭제한 후에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으로 국내 관객들을 만날 수 있게 됐다. 김 감독은 "심장을 도려낸 기분"이라며 비참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세계 최고 영화 시장? 아직 한참 멀었다

한국 영화의 흥행 뒤에는 대기업의 '독과점 횡포'도 분명히 존재한다. 대형 배급사가 여전히 막대한 힘을 쥐고 있는 만큼, 독립영화·소자본 영화·단편 영화의 상영 기회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우리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또 영화 스태프들의 처우 개선도 빠른 시일내에 개선되야 할 부분이다. 한국 영화가 제 2의 전성기를 누리면서 주연 배우들의 몸값은 수억원을 호가하고, 배급사와 투자자들은 날로 비대해지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현장 스태프들은 1000만원을 웃도는(혹은 못 미치는) '연봉'을 받으면서 생계 곤란을 겪고 있다. 한국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적은 임금을 받으며 '꿈을 먹고 사는' 스태프들의 노고를 결코, 절대 가벼이 여겨서는 안될 것이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사진= ⓒ 엑스포츠뉴스DB, '7번방의 선물', '설국열차', '관상', '변호인', '지슬'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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