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신원철 기자] "그 뒤로 팬들이 싫어하는 행동은 안 하게 됐어요"
박용택은 '페어플레이상' 수상 소감을 전하며 '2009시즌'을 언급했다. 홍성흔(당시 롯데)과 타격왕을 놓고 경쟁하던 박용택은 그해 9월 25일 롯데전에 출전하지 않았다. 롯데는 시즌 최종전, LG는 다음날 넥센과의 경기를 앞두고 있었다.
이날 LG 투수들은 홍성흔에게 제대로 된 타격 기회 대신 볼넷 4개를 더해줬다. 9회말 2아웃 마지막 타석에서야 승부에 들어갔지만, 홍성흔이 안타를 치더라도 박용택의 타율을 앞설 수 없게 된 뒤였다. 홍성흔은 류택현의 공을 받아쳐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경기를 마친 홍성흔의 타율은 3할 7푼 1리(425타수 158안타). 잠실구장은 롯데팬들의 야유로 끓어올랐다.
박용택은 다음날 넥센전에 1번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첫 타석 볼넷에 이어 나머지 세 타석에서는 모두 범타가 나왔다. 최종 타율은 3할 7푼 2리(452타수 168안타). 단 1리 차이로 박용택이 '수위타자상'을 가져갔지만 후폭풍이 거셌다. 한동안 박용택에게는 불명예스러운 수식어들이 따라다녔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2013년 12월 10일. 박용택은 골든글러브 본상 시상에 앞서 '페어플레이상'을 수상했다. 그는 "제가 이 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많이 쑥쓰럽다"며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그는 "야구를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제가 2009년에 페어플레이 하지 못했던 일이 있다는 걸 아실 거다"라고 이야기했다. 아직 그의 마음속에는 그때의 후회가 남아있는 듯했다. 그는 목이 멘 듯 어렵게 수상 소감을 마쳤다.
시상식이 끝난 뒤 박용택은 '페어플레이상' 수상 소감에서 2009년 이야기를 꺼낸 이유를 밝혔다. 그는 "시즌을 마치고 보니 이런저런 (안 좋은) 이야기가 많은 걸 봤다"며 "페어플레이가 뭔가. '정정당당'인데 (당시 선택은) 그런 부분을 거스르는 행위였다"라고 회상했다. 그는 당시 선택을 "(그동안)야구를 아쉽게 하다가 뭔가 얻게 되면서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얻은 교훈. "팬들이 싫어하는 행동은 안 하게 됐다"는 것. 그 결과가 '페어플레이상'으로 돌아온 셈이다.
박용택은 이날 본상인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도 가져갔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수상, 2009년을 합하면 개인 통산 세 번째 '황금장갑'의 주인이 됐다. 올 시즌 타율 3할 2푼 8리, OPS(출루율+장타율) 0.828로 소속팀 LG의 가을 야구 진출을 이끌었다.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서는 17타수 8안타(0.471)로 팀 내에서 가장 높은 기록(5타수 이상 기준)을 남겼다.
신원철 기자 26dvds@xportsnews.com
[사진=LG 박용택 ⓒ 엑스포츠뉴스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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