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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페디엠] 여유로운 김연아, 초조한 아사다 왜?

기사입력 2013.12.08 07:28 / 기사수정 2013.12.09 11:13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같은 날 한 선수는 동유럽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시즌 첫 대회를 마쳤다. 또 한 명의 선수는 자국에서 열린 올 시즌 '왕중왕전'에서 1위에 올랐다.

김연아(23)와 아사다 마오(23, 일본)는 1990년 같은 달인 9월에 태어났다. 두 소녀는 모두 어린 시절부터 스케이트를 탔고 어려서부터 '천재성'을 드러냈다.

전 세계에 가장 먼저 알려진 쪽은 아사다였다. 그는 10대 초반 트리플 악셀을 성공시켜 일본 열도를 흥분시켰다. 아사다는 "여자 선수 최초로 4회전 점프를 경기에서 성공시키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주니어 시절 최고의 자리에 오른 그는 거침이 없었다. 그러나 피겨 스케이팅의 변방인 한국에서 또 한 명의 천재가 등장했다. 김연아는 출전하는 대회마다 메달을 획득하며 새 바람을 일으켰다.

2004-2005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과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웃은 쪽은 아사다였다. 반면 김연아는 아사다에 이어 2위에 만족해야 했다. 차기 시즌에는 두 사람의 상황이 역전됐다. 김연아는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모두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2년 뒤인 2008-2009시즌부터 김연아는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섰다. 그는 가장 큰 적이었던 '부상'이란 올가미를 벗어던졌다. 특히 2009년 미국 LA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207.71점의 점수로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신채점제 도입 이후 여자 선수로는 최초로 200점을 넘기는 업적도 달성했다.

아사다는 주니어 시절 가볍게 점프를 구사했다. 그러나 시니어 시절로 접어들면서 기복이 심한 약점을 드러냈다. 김연아와의 라이벌 관계도 시간이 흐르면서 무색해졌다. 두 선수는 꿈의 무대인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시상대에 오르는데 성공했다. 김연아가 가장 높은 곳에 있었고 그 다음 높은 곳에는 아사다가 있었다.

이 때 두 선수의 점수 차는 23.06점 차였다. 라이벌이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의 점수 차였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끝난 뒤 두 선수는 새로운 목표인 2014 소치동계올림픽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 올 시즌은 올림픽이 열리는 시즌이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사다는 지난 7일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에 출전해 204.02점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두 번의 트리플 악셀에서 모두 실패했다. 올 시즌 두 번의 그랑프리 대회(스케이트 아메리카 NHK트로피)와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모두 200점을 넘어섰지만 고질적인 약점은 여전히 극복하지 못했다.

이와 비교해 김연아는 편안한 마음으로 시즌 첫 대회를 치렀다. 오른쪽 발등 중족골 부상으로 그랑프리 시리즈 출전을 취소한 그는 새 프로그램을 점검할 실전 대회를 찾았다. 그리고 크로아티아에서 열린 골든스핀 오브 자그레브를 선택했다.

김연아는 아사다보다 비교적 여유있는 상황이다. 4년 전 올림픽 금메달 획득의 꿈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3월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서는 여자싱글 역대 두 번째로 높은 218.31점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과 비교해 기량은 퇴보하지 않았다. 점프의 높이와 비거리는 여전했고 프로그램을 소화하는 노련함은 성장했다. 김연아는 이번 골든스핀 오브 자그레브에서 더블 악셀(쇼트프로그램)과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프리스케이팅)에서 실수를 범했다. 아직 몸상태가 100%가 아닌 점을 감안할 때 이 정도의 실수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김연아는 모든 포커스를 소치동계올림픽이 열리는 내년 2월로 맞추고 있다. 최고의 연기를 펼친 4년 전의 기량이 여전하고 몇몇 요소에서는 진화 중이기 때문에 여유를 가질 수 밖에 없다.

반면 아사다는 김연아와 비교해 초조하다. 국내에서 김연아가 전 국민적인 성원을 받듯 아사다 역시 일본 국민들의 기대감을 어깨에 짊어지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수많은 이들의 기대감을 받은 그는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이 될 소치에 모든 것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같은 날 다른 곳에서 연기를 펼친 두 선수의 점수 차는 0.47점이었다. 1점이 안 되는 점수 차지만 김연아는 여전히 아사다에 앞서 있다. 김연아는 경기를 마친 뒤 M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소치동계올림픽이 앞으로 두 달 반 정도 남아있다. 몸상태를 끌어올리기 위한 시간은 충분하다고 본다. 올림픽에서는 완벽한 프로그램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아사다는 트리플 악셀에 실패한 점에 '분함'을 표시했다. 김연아의 경우 모든 기술이 안정적이고 점프의 퀄리티는 여전히 뛰어났다. 몸상태를 100% 끌어올리고 체력적인 문제를 해결할 때 밴쿠버 동계올림픽과 캐나다 런던 세계선수권대회와 같은 경기력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이와 비교해 아사다는 올 시즌 예술점수(PCS)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지만 고질적인 약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트리플 악셀의 회전 수 부족과 두발 착지 그리고 몇몇 점프의 불안함은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승리한 김연아의 자신감은 4년 뒤에도 작용하고 있다. 방심을 허용하지 않은 여유로움은 올림픽 2연패에 대한 부담감도 덜어낼 수 있다.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사진 = 김연아 ⓒ Getty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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