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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서의 삐딱하게] 유명인의 자살, 어김없이 고개드는 '베르테르' 망령

기사입력 2013.12.13 13:32 / 기사수정 2013.12.13 13:32

정희서 기자


▲ 베르테르 효과

[엑스포츠뉴스=정희서 기자] "베르테르 효과는 유명인의 자살에 영향 받아 일시적으로 자살이 전염되는 현상을 일컫는 불충분한 용어이지만, 우리는 늘 그 효과 안에 살고 있다."-천정환 '자살론'(2013)

우리나라 일 평균 사망자수는 730명, 그중 4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8년 연속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특히 유명인의 자살 소식과 함께 사회의 자살률이 급증하는 현상을 보이며 '베르테르 효과는 이미 공론화됐다. 자살률 증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살 방법까지 모방하는 경우가 많아 하나의 심각한 사회 문제로 자리 잡았다.

고(故) 최진실의 전 매니저 박모(33) 씨가 지난 26일 오후 2시 10분께 서울 강남구의 한 여관에서 향년 33세의 나이로 숨진 채 발견됐다. 박 씨는 지난 2008년 당시 故 최진실의 곁을 마지막까지 지키며 그와의 끈끈한 관계를 보여줬다. 그는 최진실의 사망 이후에도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종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 결과 박씨 곁에서 수면제와 신경안정제가 발견됐고, 박 씨가 약물을 복용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 씨의 죽음을 두고 최진실의 죽음으로 인한 베르테르 효과가 아니냐고 추측하고 있다.

2008년 10월 2일, 최진실의 자살 소식은 전 국민에게 충격을 안겼다. 최진실은 배우 안재환의 죽음과 관련한 악성 루머에 시달리다 죽음을 택했다. 늘 건강한 미소를 보이며 국민 여배우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최진실의 극단적인 선택에 많은 이들은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최진실의 죽음에 대한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동생 최진영의 자살 소식이 전해졌다. 최진영은 별다른 유서를 남기지 않았고 고인이 된 누나를 평소에 그리워했다는 점이 자살의 원인으로 추측될 뿐이었다. 지난 1월에는 최진실의 전 남편인 야구코치 조성민이 생을 마감했다. 이어 최진실의 마지막을 지킨 매니저 박 씨의 비보 소식까지 전해져 비운의 가족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월 자살예방협회가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2008년에는 약 1만 2천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월 평균 1천200명이 자살을 택한 가운데, 유명 연예인의 자살 소식이 전해진 10월에는 1천793명으로 급증했고 그 여파는 다음달 1천 288명까지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 큰 문제는 이들과 같은 방법으로 자살한 사람도 비슷한 비율로 늘었다는 것이다.

최진실이 화장실에서 압박붕대를 이용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압박붕대를 이용한 자살사건이 크게 늘었다. 또한 안재환이 차 안에서 연탄불을 이용해 자살한 것이 알려지면서 이후 '연탄불 자살'은 아직까지도 빈발하고 있다. 자살에 대한 미디어의 효과가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준 일례다.

앞서 지난 2005년 2월 22일 영화배우 이은주가 자살한 이후 일일 평균 0.84명이던 자살률이 다음 날 일일평균 2.13명으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면서 베르테르 효과는 유명인의 자살 소식과 항상 따라 나왔다. 오늘(28일)도 최진실 매니저의 자살 소식과 함께 베르테르 효과가 하루 종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상위권에 오르며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에 언론의 자살에 대한 지나친 묘사와 미화, 자극적인 헤드라인이 베르테르 효과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2004년에는 보건복지부와 한국자살예방협회,  한국기자협회가 '자살보도 권고기준'을 채택한 바 있다. 해당 권고기준에서는 "언론은 자살을 영웅시 혹은 미화하거나 삶의 고통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오해하도록 보도해서는 곤란하다"고 명시돼있다. 잇따른 유명인들의 자살 소식과 이에 따른 언론 보도행태가 문제시되면서 미디어 가이드 라인을 지켜야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개개인이 자신의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물론 자살 방지를 위한 각계 각층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희서 기자 hee108@xportsnews.com

[사진 =故 최진실 추도식 ⓒ 엑스포츠뉴스 DB]

정희서 기자 hee10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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