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성남, 조용운 기자] 25년 영광의 역사를 마무리하는 자리까지 정해지지 않은 미래에 어수선했다.
11월23일 탄천종합운동장에는 성남을 상징하는 천마와 7개의 별이 프린팅 된 깃발이 나부꼈다. 가장 높은 자리에서 펄럭인 이 깃발은 이날을 마지막으로 더는 탄천종합운동장에 걸리지 못한다.
성남은 23일 열린 대구FC와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8라운드를 끝으로 구단 마지막 홈경기를 치렀다. 성남은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일화축구단이 아닌 시민축구단으로 전환된다.
성남은 모기업인 통일그룹이 지원을 끝으면서 새로운 주인을 찾았고 지난달 이재명 성남시장이 인수를 선언하면서 새출발을 예고했다.
순조롭게 진행되던 인수 절차가 갑자기 암초를 만났다. 성남시 문화복지위원회는 지난 21일 회의에서 성남시가 상정한 시민구단 지원 조례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찬반투표에서 보류를 결정한 성남시의회 새누리당협의회는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시민구단 창단에 공청회도 없었다"는 말로 반대의사를 밝혔다. 25일 예정된 3차 본회의로 미뤄지면서 이번 보류 결정은 시민구단 창단에 암운이라는 해석이다.
성남의 안익수 감독도 답답한 마음을 내비쳤다. 안 감독은 "팀의 가치를 높여 해체를 막는 것이 내 임무였다. 힘들었지만 해냈다는 보람이 있었다"면서 "별 7개를 가지고 가는 역사와 전통 계승에 의미를 뒀었다"고 되돌아봤다.
그랬기에 갑자기 들려온 상정 보류 소식은 날벼락이다. 경기 전날 쉽사리 잠자리에 들지 못했다는 안 감독은 "보류 소식을 들으니 걱정이 더 많아졌다. 영광보다 착잡함이 더 크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서 당부의 말도 건넸다. 안 감독은 "해답이 안 보이면 책을 읽는데 한 구절이 인상깊었다. 높은 지위의 사람들이 사회의 특수성을 이해해 현명한 판단으로 세상을 살찌우길 바란다"면서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강조했다. 시민구단 창단에 정치적인 색깔을 입히지 말아달라는 조용한 당부인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프로축구연맹도 급해졌다. 당장 25일 해결이 되지 않으면 시민구단 창단 문제가 12월로 넘어가게 된다. 이럴경우 다음 시즌을 준비해야 할 드래프트와 일정, 강등팀 조정 등 해결해야 할 산적한 과제들이 많아진다.
연맹의 관계자는 "여러가지 방안을 머리 속에 구상하고는 있다"며 "다음달 이사회를 통해 확실한 방안을 강구할 것이다"고 말을 아꼈다.
지난 시간을 정리하고 끝이 아닌 새로운 출발을 약속하는 자리였기에 어수선함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
[사진 ⓒ 엑스포츠뉴스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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