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일본 축구가 상승기류를 탔다. 최근 불어닥친 비판 여론과 컨페더레이션스컵 악몽을 불식시키며 강인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는 모습이다.
세계의 눈과 귀도 찔끔했다. 지난 남아공월드컵 준우승팀 네덜란드를 압도했고 최대 다크호스 벨기에마저 꺾는 파죽지세를 선보였다. 이에 월드컵 참가국들 사이에선 '일본 축구, 다시 보자'는 구호아래 일본 경계령이 일부 발동한 눈치다.
모든 결과물엔 원인이 있기 마련. 서서히 본색을 드러내고 있는 일본 스시타카도 역시 예외는 아니다. 그들 평가전엔 남다른 비밀이 숨어 있다. 바로 다름 아닌 '엔도 타임'이다. 브라질에서 일본을 만나는 팀이라면 이 엔도 타임을 경계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
엔도 타임 유발자는 바로 엔도 야스히토(감바 오사카)다. 최근 슈퍼 서브로 변신한 엔도는 이전과는 다른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지난 두차례 평가전이 더욱 그랬다. 두 번 모두 후반 조커로 기용된 엔도는 패스 시발점 역할을 해내며 일본 중원을 더욱 견고히 하는 역할을 해냈다.
이로 인해 엔도 타임이 구현됐다. 본래 의도했던 바는 아니었다. 그동안 각종 대회와 A매치에서 엔도는 늘상 주전 미드필더로 낙점받았다. 하지만 최근 문제가 발생했다. 30대 중반에 이른, 적지 않은 나이와 잦은 부상 탓에 90분 풀타임 출전에 대한 부담감이 생겼다.
일본은 엔도 대체자 물색부터 나섰다.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은 지난 동아시안컵을 엔도 대체자 낙점의 적기로 삼았다. 국내파 미드필더들을 다양하게 실험하면서 대체군을 추출했다. 그 결과, 야마구치 호타루(세레소 오사카)가 자케로니 감독의 마음을 훔치면서 각종 평가전에서 기용되고 있다.
하지만 야마구치만으론 부족했다. 일본 패스축구의 사실상 핵이나 다름 없는 엔도의 존재감을 따라가기엔 역부족이었다. 이에 차선책으로 유럽 원정 평가전에서 자케로니 감독은 '전반엔 야마구치, 후반엔 엔도'라는 중원 운영 방식을 구축했다.
이는 곧 만점 효과를 안겨다줬다. 무엇보다 엔도의 농도 짙은 활약상이 자케로니 감독을 흡족케 했다. 전반전 휴식으로 체력 부담을 던 엔도는 날카로운 패스와 공수 조율로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엔도가 투입된 이후 일본도 공수 밸런스가 맞아 들어가기 시작했다. 지난 벨기에전에선 후반 투입이후 감각적인 패스로 혼다 게이스케(CSKA모스크바)의 골을 돕기도 했다.
두차례 평가전에서 엔도 타임의 효과는 지대했다. 일본은 엔도가 투입된 후반전부터 전반과 다른 공격력과 수비력을 보이면서 동점, 역전에도 성공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상대들도 혀를 내둘렀다. 일본을 상대한 아르옌 로벤(바이에른 뮌헨)은 "후반전은 졌다는 생각마저 들었다"는 말로 엔도 타임의 위력을 대변했다.
엔도 타임과 함께 일본은 각종 고민들도 덜었다. 가장 고무적인 부분은 원톱 문제 해결이다. 일본 대표팀을 두고 늘상 지적되던 부분 중 하나가 원톱 부재였다. 하지만 이번 유럽 평가전을 통해 카키타니 요이치로(세레소 오사카), 오사코 유야(가시마 앤틀러스)가 각각 벨기에, 네덜란드를 상대로 골맛을 보며 해결책으로 급부상했다. 여기에 혼다의 폭발적인 공격력까지 더해진 일본은 월드컵 대비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엔도 야스히토 (C) Gettyimages/멀티비츠]
김형민 기자 sport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