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임지연 기자] "체력이 방전될 때까지 뛰라." 'V리그' 막내 구단 러시앤캐시 베스피드의 초보 사령탑 김세진 감독의 명(?)이다. 김 감독의 바람처럼 러시앤캐시 선수들은 쉴 새 없이 뛰고, 몸을 날리며 그라운드를 누볐다. 비록 데뷔전 결과는 아쉬운 패지만, 열정과 가능성을 발휘하기엔 충분했다.
5일 안산 상록수체육관. 원조 '월드스타' 김세진 감독이 이끄는 러시앤캐시가 베일을 벗었다. 경기에 앞서 상대 팀 대한항공 점보스의 일방적인 우세가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러시앤캐시는 형님구단 대한항공을 상대로 접전 끝에 1세트를 먼저 따냈다. 비록 2~4세트 한 점 차 접전을 펼치고도 내리 3세트를 내주며 세트스코어 1-3으로 아쉬운 패를 안았지만, 러시앤캐시 선수단이 보여준 열정과 패기는 그라운드를 가득 채웠다.
경기 후 승리 팀 수훈선수들의 공식 미디어 인터뷰가 진행될 무렵. 러시앤캐시 선수단은 치어단과 함께 경기장을 가득 채워준 관객들에게 앙증맞은 춤사위로 패배의 아쉬움을 달래며, 고마움을 표했다.
2005년 우리캐피탈(현 우리카드) 이후 5년 만에 탄생한 신생팀 러시앤캐시는 지난 4월 한국배구연맹(KOVO)의 창단 승인을 받고 공식 행보를 시작했다. '월드스타'로 이름을 날렸던 김세진 감독이 초대 사령탑에 올랐으며 '배구도사' 석진욱이 수석 코치로 가세, 강영준(우리카드), 한상길(현대 캐피탈), 조국기(대한항공), 김홍정(삼성화재), 김강선(LIG), 김천재(KEPCO) 등 기존 구단의 비보호선수 6명을 영입해 팀을 꾸렸다.
녹록지 않은 발걸음이었다. 경기대 삼인방은 전국 체전 출전으로 개막 1주일 전에서야 팀에 합류했고, 전력의 비중을 차지하는 외인 아스파드 바로티도 다른 구단에 비해 늦게 팀의 멤버가 됐다. 그만큼 선수들끼리 호흡을 맞출 시간이 적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앤캐시는 대한항공과 맞서 팽팽한 경기를 펼쳤다. 특히 바로티(12득점)의 활약이 대한항공의 용병 마이클 산체스(33득점)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지는 상황에서 송명근이 16득점, 강영준이 15득점씩을 올리며 팀의 공격을 이끌었다. 또 발목 부상으로 교체됐던 세터 이민규는 테이핑 후 다시 경기에 나서는 투혼을 발휘하기도 했다.
아쉬운 점은 역시 바로티였다. 어린 선수들이 많은 러시앤캐시이기에 전력의 축이 되는 용병의 역할을 중요했다. 처음 한국 무대를 밟은 바로티는 경기 중 체력 소진을 호소, 집중력이 흐트러진 모습을 보였다. 결국, 김세진 감독은 바로티를 빼고 다른 선수를 투입했다. 김세진 감독은 "우리 용병의 기량이 떨어지는 것을 인정한다. 또 우리 팀이 용병 의존도가 떨어져서는 안 되는 팀이라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경험 부족. 선수들과 초보 김세진 감독 모두 러시앤캐시는 잘 싸우고도 확실하게 기선을 제압하지 못하며 내리 3세트를 내줬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두 번째 세트부터 갑자기 무너졌는데 흐름이 넘어갔을 때 경험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배우는 경기였다"고 평했다.
이어 "결국 나 때문에 졌다. 4세트 4점차로 리드하던 상황을 지키지 못한 점은 전략적으로 어떻게 풀어내야 했을지 아직 감이 안온다. 다시 경기 비디오를 보면서 분석해보겠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지만, 신생팀 특유의 통통 튀면서도 혈기 넘치는 배구를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V리그' 막내 구단 러시앤캐시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임지연 기자 jylim@xportsnews.com
[사진 = 러시앤캐시 선수단 ⓒ KOV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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