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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민의 피버피치]'GK 변화론' 우리가 정성룡을 흔드는 이유

기사입력 2013.10.22 00:33 / 기사수정 2013.10.24 21:08

김형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세계 축구계는 지금 골키퍼 대란을 맞이했다. 일명 '쓰던 골키퍼도 다시 보자' 운동이 도미노처럼 각국에 전파되는 양상이다.

유럽이 특히 그렇다. 이미 변하지 않을 줄만 알았던 스페인 골문은 이제 이케르 카시야스(레알 마드리드)의 전유물이 아닌 지 오래고, 잉글랜드 역시 조 하트(맨체스터 시티)에 대한 재평가가 잇다르고 있다.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최근 들어 주전 수문장 정성룡(수원 삼성)에 대한 의문부호가 곳곳에서 빗발친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과 2012년 런던올림픽 등 굵직한 대회들을 누빈 정성룡을 우린 왜 흔들고 있는 것일까

우려 섞인 혹평들 '정성룡은 둔하다?'

골키퍼에도 유형들이 있다. 개성만점의 골키퍼 세계에서 호응도가 높은 부류는 두 가지, 안전한 골키퍼와 민첩한 골키퍼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대표팀의 몫이다. 대표적으로 골키퍼 풍년으로 유명한 독일은 안정된 레네 아들러(함부르크)보다 순발력이 좋은 마누엘 노이어(바이에른 뮌헨)를 주전으로 더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정성룡은 굳이 따지자면 안전한 골키퍼에 속한다. 오랜 경험과 쉽게 흔들리지 않는 경기력으로 매경기 무난한 활약을 펼치며 안정감에서 강세를 띄고 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이 이상을 요구하고 있는 모습이다. 가장 우려받는 부분은 바로 둔하다는 것이다.

사실 순발력은 골키퍼 덕목 중 차순위에 속한다. 가장 우선시되는 것은 안정감이다. 하지만 순발력은 엄청난 효과를 내포하고 있다. 한 골을 막은 거나 다름 없는 결정적인 몸놀림은 팀의 사기를 끌어 올리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실제 정성룡은 이 문제에 관한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브라질전과 말리전에서 내준 3골 중 세트피스에서 나온 2골은 조금 더 빠른 움직임이 동반됐다면 선방했을 거란, 아쉬운 평가들이 뒤따랐다.

리그에서의 활약도 정성룡의 발목을 잡았다. 이번 시즌 리그 28경기에 출전해 31골을 실점, 경기당 평균 1.10골을 내줬다. 이는 한창 좋았던, 2010년 남아공월드컵 출전 당시 0.93(30경기 -28)의 실점율을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인 결과다.

성적과 둔함이 부각되며 정성룡의 넘버원 타이틀에 반기들이 생겼다. 골키퍼 역시 경쟁체제로 들어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는 곧 현실에도 반영된 모습이다. 현재 포지션별 경쟁이 한창인 홍명보호에 골키퍼 역시 예외를 두지 않고 있다.

큰 경기에 강한 정성룡, 경쟁의 최대 변수

골키퍼 기용에도 대표팀 원칙은 적용된다. 홍명보 감독은 경기마다 가장 좋은 컨디션을 보인 골키퍼를 선발로 기용하고 있다. 지난 두차례 평가전 모두 상대적으로 컨디션이 좋았던 정성룡이 골문을 지켰다.

얼마든지 변수들은 존재한다. 특히 월드컵마다 막판 선발멤버가 급변했던 골키퍼의 경우 마지막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에선 모두의 예상을 깨고 김병지 대신 이운재가 선발 수문장으로 나섰고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선 정성룡이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번 브라질월드컵 역시 골키퍼는 최대 격전지다. 정성룡과 김승규(울산 현대) 등이 실험 무대에 오른 가운데 이범영(부산 아이파크), 신화용(포항 스틸러스),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등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특히 신화용은 지난 FA컵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신들린 선방으로 화제에 올라 대표팀 승선 가능성을 높였다.

아직까진 '디펜딩 넘버원' 정성룡이 근소한 우위에 있다. 무엇보다 경험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큰 경기에 강하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정성룡은 유난히 큰 경기에 강한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현재까지 A매치 54경기에 출전해 47골을 실점해 경기당 평균 0.87골을 실점했다. 리그의 저조한 기록을 불식시킬 만한 결과물이다.

또한 큰 대회에서 유독 좋은 활약을 펼쳤다. 시초였던 남아공월드컵을 비롯해 2011년 아시안컵, 2012년 런던올림픽 등 주요 대회에서 안정된 선방으로 대표팀의 호성적에 기여했다. 자신만의 장점인 탁월한 킥력 역시 그를 돋보이게 했다. 특히 와일드카드로 출전했던 런던올림픽에선 영국 현지 언론들로부터 이범영과 함께 "한국을 구한 영웅들"로 불려 진가를 인정받았다.

이러한 면모들은 경쟁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홍명보호가 택할 수 있는 노선은 두가지다. 안정된 골키퍼에 순발력을 보태는 것과 순발력 있는 골키퍼에 안정감을 주입하는 것 등이 있다. 과연 그동안 대표팀 골문을 지켜왔던 정성룡이 홍심을 잡을 수 있을 지 앞으로의 골키퍼 경쟁은 큰 관심사로 대두될 전망이다.

김형민 기자 sport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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