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피겨 여제'가 없는 그랑프리 시리즈가 두 시즌동안 이어진다. 김연아(23)는 2013~201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시리즈 2차대회(스케이트 캐나다)와 5차대회(프랑스 에릭 봉파르)에 출전할 예정이었다.
김연아는 3년 전 밴쿠버에 이어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한다. 이러한 그에게 이번 그랑프리 대회는 좋은 시험 무대로 여겨졌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오른쪽 발등 부상을 당했다. 그는 오른발 중족골(발가락뼈의 안쪽에 있는 다섯 개의 뼈) 미세 손상 진단을 받고 그랑프리 대회 출전을 포기했다.
2012~2013 시즌에 이어 올해도 그랑프리 시리즈에는 김연아가 없다. 그는 현 올림픽 챔피언(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이자 세계챔피언(2013 세계선수권 금메달)이다. 최강자가 빠진 상황에서 그랑프리 시리즈의 재미는 반감이 됐다.
김연아는 해외 언론은 물론 피겨 전문가들로부터 유력한 소치동계올림픽 금메달 후보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의 스포츠 전문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김연아는 소치동계올림픽 여자 싱글 금메달에 가장 근접해 있다"고 지난 2월 보도했다.
6월 아이스쇼 출연 차 내한했던 '피겨의 전설' 커트 브라우닝(캐나다, 1989 1990 1991 1993 세계선수권 남자 싱글 금메달)은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김연아가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소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연아는 회복을 위해 6주 정도 기간의 진단을 받았다. 부상은 심각하지 않아 소치올림픽 준비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 시즌 시니어 그랑프리 시리즈 1차 대회 '스케이트 아메리카'는 18일(한국시간)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다. 이 대회를 시작으로 시리즈는 총 6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김연아가 빠진 여자 싱글의 경우 특별한 강자가 없는 '춘추전국시대'가 예상된다.
올림픽 재도전자들과 신진 세력의 경쟁
올림픽에 두 번째로 출전하는 이들이 눈에 띈다. '일본 피겨의 간판' 아사다 마오(23, 일본)는 여전히 빙판 위에 있다. 3년 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에서 아사다(208.50)는 김연아(228.56점)에 23.06점 차로 패했다. 그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결국 소치동계올림픽 도전 의사를 밝혔고 어느새 3년8개월이 지났다.
지난 5일에는 자국에서 열린 일본오픈 피겨대회 프리스케이팅에서 135.16점을 받았다. 프리스케이팅 개인 최고 점수였지만 인정되지 않았다. 자국에서 열린 대회는 공식 기록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사다는 늘 자국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왔다. 이 점수가 큰 의미가 없는 만큼 올 시즌 국제대회에서 선전할지는 미지수다. 아사다는 스케이트 아메리카에서 '미국 챔피언'인 애슐리 와그너(22)와 우승 경쟁을 펼친다. 이 대회를 마친 뒤 그는 자국에서 열리는 그랑프리 4차 'NHK 트로피'에 출전한다.
2012년 세계선수권 우승자인 캐롤리나 코스트너(26, 이탈리아)도 소치동계올림픽 메달에 재도전한다. 그는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최악의 부진을 보이며 16위에 그쳤다.
올림픽 무대에서 경험한 쓰디쓴 좌절이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그는 이후 꾸준한 성적을 올리며 '시상대 단골손님'이 됐다. 2011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이듬해 프랑스 니스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는 25세의 나이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대회 우승 이후 그는 은퇴와 올림픽 도전의 갈림길에서 고민했다. 결국 코스트너는 소치동계올림픽 도전 의사를 밝혔다. 2013 세계선수권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그는 올 시즌 3차대회(컵 오브 차이나)와 6차대회(러시아 로스텔레콤컵)에 출전한다.
김연아 빠진 한국 피겨는 '아무도 없었다'
올 시즌 그랑프리 시리즈 중 흥미진진한 대회는 1차대회인 '스케이트 아메리카'다. 아사다 마오는 그동안 '안방 공주'라는 오명을 심심찮게 들었다. 이번에는 적지인 미국으로 날아가 현 전미선수권 우승자인 애슐리 와그너와 대결한다.
대회가 열리는 미시건주 디트로이트는 와그너의 훈련 캠프가 있는 곳이다. 자신의 홈 무대에서 아사다와 우승 경쟁을 펼친다. 와그너는 지난 2011~2012 시즌에 열린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아사다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2012~2013 시즌에서 아사다는 그랑프리 파이널(아사다 1위 와그너 2위)과 세계선수권(아사다 3위 와그너 5위)에서 모두 와그너를 앞질렀다. 와그너는 2010년 전미선수권 6위에 그치며 밴쿠버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놓쳤다. 소치동계올림픽에 출전한다면 생애 첫 올림픽이 된다.
러시아 스케이터들도 주목할 만하다. '소치올림픽 기대주'들인 엘리자베타 툭타미셰바(17)와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8, 이상 러시아)가 이번 시즌에도 출전한다.
2013 주니어 세계선수권 우승자인 엘레나 라디오노바(14, 러시아)는 시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에 데뷔한다. 이들 외에 캐나다 챔피언인 케이틀린 오스먼드(18, 캐나다)와 '중국의 희망'인 리지준(17, 중국) 그리고 올 세계선수권 4위에 오른 무라카미 카나코(19, 일본)도 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반면 한국 피겨는 시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에 단 한 명도 출전시키지 못했다. 주니어 그랑프리의 경우 여자 싱글 7개 대회 남자 싱글 6개 대회 그리고 아이스댄싱 5개 대회에 선수들을 파견했다. 올 시즌 국내 유망주들은 세계의 무대에 도전했지만 '노 메달'에 그쳤다.
김연아 밖에 없는 시니어 무대의 경우는 더욱 처량하다. 발등 부상을 당한 김연아는 대회 출전을 취소했고 한국 스케이터의 경기는 볼 수 없게 됐다. 김연아가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뒤 4년이 가까워진다. 세월은 흘렀지만 여전히 답보 상태인 한국 피겨의 현실은 쓸쓸하다.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사진 = 김연아 캐롤리나 코스트너 애슐리 와그너 ⓒ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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