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1.14 15:37 / 기사수정 2008.01.14 15:37
[엑스포츠뉴스=박현철 기자] 결국 KT와의 인수 협상도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결국, 확인한 것은 한국야구위원회(KBO)의 협상력에 대한 의구심과 현대 유니콘스의 공중분해 가능성뿐이군요.
KT와의 협상 이전 하일성 KBO 사무총장이 밝혔던, "공짜로 주겠다는 데도 나서는 기업이 없었다."라는 말은 한국 프로야구의 위기가 현실로 닥쳐왔음을 제대로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비단 1개 구단의 공중분해만이 아닌, 한국 프로야구의 위기를 보여준 것입니다.
현실보다 더 큰 위기
어찌 보면 서글픈 일이지만, 한국의 프로 야구단은 모기업의 '마케팅 수단' 그 이상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Sales Promotion(이미지 재고로 구매 의욕 고취)의 일부에 해당하는 Sponsored Marketing으로 기업은 그룹의 이미지를 위해 프로 야구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매년 많은 돈이 들어가도 구단의 팬이 소비자로 연결되면서 호감이 구매로 이어지고 그룹 이미지에도 좋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장부 상의 적자'를 감수한 것입니다.
그러나 야구단 창단에 난색을 표한 기업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이제 야구단 운영은 '장부 상의 적자'가 아닌 '현실적 적자'의 대상이 된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점차 이러한 인식이 박히게 된다면 기존 구단의 해체 가능성 또한 무시할 수 없습니다.
8개 구단 체제의 존속에 대한 노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망하지는 않겠지.'라는 생각 또한 바뀌어야 합니다. 20세기 한정된 방송량 속에서 한정된 뉴스를 접하던 국민과 많은 양의 정보를 접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21세기의 국민은 다릅니다.
예전 그대로의 방식으로 사람들이 야구를 보고 느낄 것이라는 안일한 사고방식 또한 바뀌어야 합니다. 가만히 있는 사이에 '야구 소비자'들은 다른 곳으로 떠나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선수들의 실력을 키워 미국, 일본 같은 강국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는 것도 좋습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야구에 등을 돌린 사람들을 다시 야구장으로 불러모을 수 있을 만한 방법을 찾아 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어린이가 본받을 수 있는 야구를 보고 싶다
지난해 말 메이저리그는 프로야구 선수들의 약물 복용 실태에 관련한 '미첼 리스트'로 커다란 몸살을 앓았습니다. 만약,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약물 복용'에 의한 규제가 없다면 어떨까요? 많은 선수들은 공공연한 약물 복용 속에서 엄청난 기록을 세우고 팬들 앞에서 '비열한 웃음'을 지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는 '편법 없는 야구'를 통해 사람들에게 어필하기를 원합니다. 부모와 함께 야구장을 찾은 어린이가 훈련에 매진한 선수의 홈런 궤적을 보며 열광하고 그를 존경하며, 또 그 어린이가 자라나 자녀의 손을 잡고 야구장에 들어서는 풍경. 그들이 가장 추구하고자 하는 메이저리그는 바로 그러한 모습입니다.
지난 2005년 5월 5일, 주니치 드래곤스의 홈 구장인 나고야 돔에서는 폭력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야쿠르트 스왈로스의 왼손 투수 후지이 슈고(31. 현 니혼햄 파이터스)의 위협구에 놀란 주니치의 외국인 타자 타이론 우즈(38)가 마운드로 올라가 오른손 훅으로 후지이를 가격한 것입니다.
때마침 나고야 돔에는 어린이 날을 맞아 야구장을 찾은 어린이 팬이 많았습니다. 이로 인해 우즈는 10경기 출장 정지라는 무거운 징계를 당했습니다. 당시 야쿠르트 감독이던 와카마츠 츠토무는 "어린이들 앞에서 무자비한 폭력을 휘둘렀다. 당장 퇴출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격분했지요.
미, 일 야구계는 훗날 세상을 주도할 어린이들에게 해악이 될 만한 요소에는 엄중한 규제를 두고 있습니다. 한국 야구 또한 그에 대한 규정이 있지요. KBO 조항 147조에는 이러한 내용이 있습니다.
(1)프로야구 종사자 중에서 마약류 (향정신성 의약품, 대마 포함)와 관련된 사실이 드러날 경우 총재는 영구실격선수로 지명하거나 또는 이후 직무를 정지시킨다. 또한, 병역비리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날 경우에는 영구제명시킨다.
(2)감독, 코치, 선수, 심판위원 또는 구단의 임직원이 경기외적인 행위와 관련하여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등 프로야구의 품위를 손상시켰다고 판단된 경우, 총재는 영구 또는 기한부 실격처분, 직무정지, 출장정지, 야구활동중단, 제재 급, 경고처분 기타 적절한 제재를 과할 수 있다.
프로야구는 연령별로 제약을 두는 극장이 아닌 나이에 관계없이 입장권이 있다면 경기장을 찾을 수 있는 종목입니다. 174조 조항은 단순히 '프로야구의 이미지'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가족 구성원 모두가 거리낌없이 향유할 수 있는 프로야구를 만들기 위해 생겨난 조항입니다.
실력이 아까운 선수라도 프로야구의 이미지를 손상시키는 큰 잘못을 저지른 선수에게는 제재가 있어야 합니다.
이미 프로야구는 지난 2004년 9월 '병역 파동'으로 인해 이미지가 크게 손상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야구에 전념할 수 밖에 없는 선수들의 절박한 상황 등이 고려되기도 했으나 이후 프로야구는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한국 프로야구는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태동했습니다. 그리고 프로야구는 어느덧 만 26살의 청년으로 성장했습니다. 유년 시절 프로야구를 보면서 꿈을 키웠던 어린이들이 어느덧 장년층으로 성장한 시기이기도 하지요.
성장한 어린이들이 이제 그들의 아이들과 거리낌없이 손잡고 찾을 수 있는 야구장. 앞으로는 그와 같은 풍경을 보고 싶습니다.
<사진=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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