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손연재(19, 연세대)에게 이번 세계선수권대회는 명암이 극명하게 드러난 무대였다.
손연재는 한국 리듬체조 선수로는 가장 좋은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종합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쟁쟁한 강자들이 모두 기를 쓰고 경기를 펼치는 최고의 무대에서 5위에 오른 점은 값진 결과다.
개인종합 결선에서는 예선보다 한층 뛰어난 경기력을 펼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하지만 손연재의 한계점도 이번 대회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그리고 벨라루스의 강자들이 보여준 경기력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러시아의 '투톱'인 야나 쿠드랍체바(16, 러시아)와 마르가리타 마문(19, 러시아)은 다른 차원의 기술과 표현력을 보여줬다.
우크라이나 선수들은 전통적으로 독창적인 표현력이 뛰어나다. 개인종합 2위에 오른 안나 리자트디노바(20)와 알리나 막시멘코(22, 이상 우크라이나)는 네 종목을 연기할 때 모두 다른 색깔의 표현력을 펼치며 홈 팬들의 갈채를 받았다.
여기에 그동안 손연재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를 받았던 덩 센유에(21, 중국)가 급성장했다. 덩 센유에는 동양 선수들이 지니는 약점을 장점으로 승화시켰다. 160cm가 조금 넘는 단신인 그는 날렵하고 가벼운 몸을 활용해 다이내믹한 연기를 펼쳤다. 특히 곤봉 연기에서는 세계적인 강자들과 비교해 떨어지지 않는 어려운 기술을 소화했다.
손연재도 나름 분전했지만 방심하면 지금의 위치에서 추락할 가능성이 있다. 리듬체조의 '절대 강자'인 예브게니아 카나예바(23, 러시아)가 매트를 떠난 뒤 어린 10대 선수들이 치고 올라오고 있다. 또한 지난해 특별하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선수들도 급성장해 상위권을 장악하고 있다.
누구도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이들이 없는 상황이다. 이번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낸 선수들은 모두 '안정'보다는 '도전'을 선택했다. 올 시즌 동안 꾸준하게 어려운 기술을 수행했고 결국 최고의 무대인 세계선수권에서 꽃을 피웠다.
손연재는 올 시즌 굵직한 국제대회 일정을 대부분 마쳤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를 마친 손연재의 다음 목표는 내년에 열리는 인천아시안게임이다. 그동안 손연재는 아시아에서 독보적인 선수로 군림했지만 지금은 안심할 형편이 아니다. 덩 센유에는 이번 대회 개인종합 결선 4위에 오르며 손연재를 0.042점 차로 앞질렀다.
간발의 차이이기는 했지만 손연재는 '아시아 퀸'의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손연재는 지난해 열린 런던올림픽에서 날렵하고 가벼운 몸놀림을 보이며 다이내믹한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런던에서 훨훨 날아다녔던 손연재의 모습이 그리웠다.
손연재는 런던올림픽에서 보여줬던 '물 찬 제비' 같은 모습을 다시 되찾아야 한다. 또한 발랄하고 여성적인 표현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받은 파워를 갖추는 점도 필요하다.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사진 = 손연재 ⓒ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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