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가 트랙에 등장하자 비바람이 몰아쳤다. 우사인 볼트(27, 자메이카)는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 내려친 '번개'처럼 보였다.
출발을 알리는 총성이 울리자 볼트는 장기인 막판 스퍼트로 가장 먼저 골인 지점에 도착했다. 그가 100m를 질주한 시간은 9초77. 올 시즌 최고 기록이었지만 4년 전 자신에 세운 세계 기록인 9초58에 미치지 못한 수치다.
볼트는 12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제14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승에서 9초77로 결승선을 통과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강력한 경쟁자인 요한 블레이크(자메이카)와 타이슨 게이(미국)의 부재로 그의 우승 가능성은 더욱 높았다. 많은 이들의 관심은 2009년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세운 세계 기록인 9초58을 깰 수 있을 지였다.
볼트는 쾌조의 컨디션을 보이며 좋은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번개의 질주를 시샘한 것은 공교롭게도 굵은 비와 강한 바람이었다. 또한 그의 유일한 약점은 늦은 초반 스타트와 라이벌의 부재는 세계 기록을 세우는데 걸림돌이 됐다.
준결승에서 9초92를 찍은 볼트는 2위로 결승에 안착했다. 6번 레인을 배정받은 그는 경기가 시작되기 전 우산을 피는 익살스러운 제스처를 선보였다. 남자 100m 결승이 시작될 무렵 루즈니키 스타디움에는 장대같은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백분의 일초를 다투는 단거리에서 바람과 비는 경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최고의 기록을 세우기에 날씨는 좋지 않았지만 볼트는 이를 극복하고 1위로 골인했다. 9초77로 결승 지점에 도착한 볼트는 시즌 최고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자신이 세운 세계 기록인 9초58보다는 0.19초가 늦은 기록이었다.
다소 늦었던 초반 스타트도 아쉬웠다. 볼트는 그동안 늦은 스타트를 폭발적인 막판 스퍼트로 이를 만회하는 경기력을 펼쳤다. 이러한 경기 운영은 좋은 결과로 이어졌지만 이번 대회 결승전에서 그가 기록한 스타트 반응 시간은 0.163초였다. 결선에서 레이스를 펼친 선수들 중 두 번째로 늦은 기록이다.
2년 전 대구에서 열린 제13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우승자는 요한 블레이크다. 그는 볼트가 부정 출발로 실격을 당한 뒤 우승을 하는 행운을 얻었다. 블레이크는 지난해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볼트와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블레이크가 자극을 줬던 런던에서 볼트는 9초63의 기록으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다.
하지만 블레이크는 부상으로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또한 지난 5월 올 시즌 남자 100m 시즌 베스트인 9초75의 기록을 세웠던 타이슨 게이(미국)도 루즈니키 스타디움에 없었다. 게이는 금지약물 도핑에서 적발돼 이번 세계선수권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결국 날씨는 볼트를 도와주지 못했고 초반 스타트로 빠르지 못했다. 여기에 그를 자극할 라이벌들도 없는 상황에서 세계 최고 기록을 세우지 못했다.
그러나 볼트는 비바람이 몰아치는 환경 속에서도 9초77로 정상에 우뚝 섰다. 2년 전 대구에서 겪은 트라우마를 극복했고 세계선수권대회 통산 6번째 금메달을 수확했다. 그는 남은 남자 200m와 400m 계주에서도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볼트가 이번 대회 3관왕에 등극할 경우 '육상의 전설'인 칼 루이스(미국)가 보유하고 있는 세계선수권대회 역대 최다 금메달 8개 획득과 타이를 이루게 된다.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사진 = 우사인 볼트 ⓒ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