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목동, 김유진 기자] 8회초 넥센의 수비, 외야수 이성열이 포수 마스크를 썼다.
승리를 향한 의지는 그만큼 간절했다.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을 모두 총동원하는 '총력전'이었다.
5일 목동구장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시즌 9차전, 지난 창원 NC전에서 2연패를 기록하며 4위까지 밀려난 넥센이었다. 어떻게든 팀의 분위기를 반전시킬 '1승'이 간절히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날 7회초까지 LG에 6-9로 뒤지고 있던 넥센은 7회말 절호의 추격 기회를 맞았다. 선두타자 이택근과 강정호의 연속안타에 이어 1사 뒤 서동욱의 볼넷으로 만들어진 1사 만루의 상황. 다음 타석은 9번 타자 포수 박동원이었다.
염경엽 감독은 대타 유한준 카드를 꺼내들었다. 유한준이 볼넷을 얻으면서 밀어내기로 한 점을 추가, 7-9로 LG를 바짝 쫓았다. 그리고 8회초 이성열이 포수 마스크를 썼다. 앞서 선발로 나선 허도환이 6회 대타 조중근으로 교체되면서 박동원이 그라운드에 나선 것이기에 더 이상의 포수 자원은 없는 상황이었다.
이성열은 투수 한현희와 침착하게 싸인을 주고 받으며 LG 타자들을 상대해나갔다. 이진영을 투수 땅볼로 처리한 뒤 손주인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윤요섭에게 병살타를 유도해내면서 무실점으로 이닝을 잘 막아냈다.
이어 팀이 8회말 박병호의 투런포로 동점을 만든 뒤 오윤의 2타점 적시타로 12-9, 역전에 성공하면서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그라운드에 올랐다. 9회에는 세 차례 볼을 빠뜨리면서 미숙한 모습도 보여줬지만, 1실점으로 LG 타선을 잘 막아내며 팀의 승리에 힘을 보탰다.
경기 후 이성열은 "포수로 나서면서 긴장을 많이 했는데 (한)현희와 (손)승락이 형이 나를 믿고 던져줘서 편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야구를 하다 보니 색다른 경험도 하고 좋다"면서 승리의 기쁨을 전하기도 했다.
이성열이 포수로 나섰던 경험은 프로 통산 52경기(선발 8번, 교체 44번)다. 가장 최근 경기에서 포수마스크를 쓴 기억은 두산 소속이던 지난 2011년 9월 27일 잠실 삼성전에서 교체로 나선 것이었다. 지난해 11월 넥센 가고시마 마무리 캠프 훈련에서 20일 정도 포수로 나선 경험이 있었다.
이성열의 깜짝 포수 변신이 승리로 마무리되면서, 넥센은 간절했던 1승을 얻음과 동시에 남은 LG와의 2연전을 기분좋게 준비할 수 있게 됐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사진 = 이성열 ⓒ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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