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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의 빠른 투수교체, 불펜 연쇄 부작용 초래했다

기사입력 2013.07.04 06:21 / 기사수정 2013.07.04 10:57

강산 기자


[엑스포츠뉴스=강산 기자] 투수교체는 결과론이다. 감독의 고유권한이기도 하다. 결과에 따른 칭찬이나 비난도 빈번하다. 결과가 좋으면 잘한 교체, 반대의 경우라면 잘못한 교체가 된다. 감독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도 바로 투수교체다.

특히 유망주 투수들의 투입에는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젊은 투수들은 한 번 난타당한 뒤 꽤 오랫동안 자신감을 찾지 못하기도 한다. 그래서 신인급 투수들은 큰 부담이 없는 상황에 등판하는 경우가 많다. 3일 잠실 한화-LG전이 좋은 예다. 이날 한화는 LG에 8-9로 패했다. 7-2의 넉넉한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속절없이 역전패했다. 5점 차를 지켜내지 못한 약한 마운드가 근본적인 이유다. '루키' 조지훈의 투입 시기에도 의문부호가 붙었다.

이날 한화는 대나 이브랜드가 선발로 나섰다. 1회 2실점으로 흔들린 이브랜드는 2회초 7점을 뽑아낸 타선 덕에 5점 차 리드를 등에 업고 마운드에 올랐다. 그의 최근 투구내용을 봤을 때 승리투수가 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버티기만 하면 됐다. 그는 2회와 4회 한 점씩을 내주며 8-4까지 추격당했다. 5회말 1사 1, 3루 위기서 교체될 당시 이브랜드의 투구수는 78개였다. 이브랜드는 송진우 한화 투수코치가 박종철 구심에게 공을 건네받기 무섭게 마운드에서 내려가 버렸다. 교체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이었다.

단순히 승리를 챙겨주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한화 계투진은 9개 구단 가운데 가장 약하다. 결국 이브랜드가 조금이라도 더 던지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였다. 다음 타자인 LG 정의윤이 우타자라는 점을 제외하면 이브랜드가 더 못 던질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한화는 1군에 데뷔한 지 2주도 채 되지 않은 조지훈을 올렸다.

조지훈은 이날 전까지 올 시즌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93으로 괜찮은 활약을 보였다. 지난달 23일 두산전서 1사 만루 위기에 등판해 실점 없이 상대 타선을 요리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는 팀이 지고 있었기에 큰 부담이 없었다. 이번에는 4점 차로 앞선 상황이었다. 동점 혹은 역전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결국 조지훈은 정의윤을 사구로 출루시키며 만루 위기를 자초했고, 이병규(9번)에게 우중간 싹쓸이 2루타를 맞았다. 순식간에 한 점 차가 됐다. 두둑한 배짱을 자랑하는 조지훈이지만 부담이 컸다. 후속타자 정성훈에게도 볼넷을 내준 조지훈은 아웃카운트 한 개도 잡지 못하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다행히 좌완 윤근영이 추가 실점을 막았다. 윤근영은 2이닝을 1탈삼진 퍼펙트로 막아내며 제 몫을 했다. 하지만 분위기는 이미 LG쪽으로 넘어간 상황이었다.

이브랜드를 조금 더 끌고 갔다면 투수 운용이 달라질 수도 있었다. 적어도 송창식이 7회부터 마운드에 오를 일은 없었다. 실질적인 마무리투수가 7회 등판해 아웃카운트 8개를 책임져야 했다. 그만큼 불펜 사정이 열악하다. 송창식은 아웃카운트 2개만 잡아내며 2피안타 2볼넷 2실점으로 무너졌다. 결과는 패전. 이브랜드의 빠른 교체가 연쇄 부작용을 낳은 셈이다. 이후 등판한 송창현이 8회를 무실점으로 막았지만 흐름은 이미 넘어간 뒤였다.

투수교체는 결과론이기에 옳고 그름을 따지기 어렵다. 하지만 너무 이른 교체가 불펜의 연쇄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마운드가 강한 팀이라면 별다른 문제 없이 버텨낼 수 있겠지만 한화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올 시즌 한화의 팀 평균자책점은 5.84에 달한다. 리그에서 5점대 팀 평균자책점은 9개 구단 중 한화가 유일하다.

이브랜드가 안정감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한 박자 빠른 교체를 단행할 만도 했다. 문제는 한화 불펜이 4⅔이닝 동안 4점 차를 여유 있게 막아내기엔 무게감이 떨어진다. 여기에 부담감이 더해지니 좋은 결과를 기대하긴 쉽지 않다. 이브랜드의 조기 교체에 이은 역전패, 한화의 불펜 사정을 고려하면 분명 아쉬움이 남았다. 이날 경기 전 "투수력이 안정돼야 뭐라도 해볼 텐데"라고 아쉬워한 김응룡 감독의 속은 더 타들어 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

[사진=한화 이글스 선수들 ⓒ 엑스포츠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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