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신명철 칼럼니스트] '핫젝갓알지.'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지? 인터넷 용어 같지는 않고. 연예계 소식에 밝은 이어야 알 수 있는 합성어다. 핫젝갓알지는 1990년대 소녀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인기 아이돌 H.O.T.의 문희준과 토니 안, 젝스키스의 은지원, god의 데니 안, NRG의 천명훈이 뭉쳐 만든 그룹이다. 스포츠로 말하자면 올스타 멤버다. 인기 스타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으니 올스타는 아이돌 팬에게나 스포츠 팬에게 모두 즐겁다.
우리나라 스포츠의 양대 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축구와 야구의 올스타 게임이 올해도 어김없이 열린다. 축구는 지난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프로 출범 30주년을 기념하고 1ㆍ2부 리그제 시행 첫해를 맞아 K리그 클래식(1부)과 K리그 챌린지(2부)가 맞붙는 방식으로 올스타전을 치렀다. 승패는 관계없고 팬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선수를 보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요즘 말로 ‘짱’이다. 이날 하프타임에는 K리그 30주년을 기념해 뽑은 박경훈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 김태영 울산 현대 코치, 서정원 수원 삼성 감독, 유상철 전 대전 시티즌 감독, 김주성 동아시아축구연맹 사무총장, 최순호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황선홍 포항 스틸러스 감독 등 ‘K리그 레전드 11’이 그라운드에 나와 팬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날까지는 전 올림픽 대표팀 감독으로 불린 홍명보 월드컵 대표팀 감독, 신의손 부산 아이파크 코치, 최강희 전 국가 대표팀 감독이 개인 사정으로 자리를 함께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
다음 달 19일에는 포항 구장에서 프로야구 올스타전이 열린다. 24일 한국야구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시즌 11년 만에 ‘가을 잔치’에 나설 꿈에 부풀어 있는 LG 트윈스가 올스타전 투표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LG 트윈스 선수들은 웨스턴리그(KIA 타이거즈·LG 트윈스·한화 이글스·넥센 히어로즈·NC 다이노스)의 11개 부문을 휩쓸고 있다. 구원 투수 부문의 봉중근이 전체 2위인 72만8천684표를 얻어 리그 1위를 달리고 있고 외야수 부문의 이병규(68만1천268표)·박용택(61만5천279표)·정의윤(58만9천353표) 등도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선발 투수 레다메스 리즈(57만4천419표), 포수 현재윤(63만5천40표), 1루수 김용의(52만3천572표), 2루수 손주인(58만6천467표), 3루수 정성훈(60만8천940표), 유격수 오지환(53만4천399표) 지명타자 이진영(54만7천198표)도 각자 자기 포지션에서 선두를 지키고 있다.
이런 흐름이 그대로 이어지면 1982년 프로 출범과 함께 시작한 올스타 팬 투표에서 지난해 처음으로 모든 부문 1위를 싹쓸이한 롯데 자이언츠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올스타전 선발 멤버를 독식할 수도 있다.
이스턴리그(삼성 라이온스·SK 와이번스·롯데 자이언츠·두산 베어스)와 웨스턴리그가 맞붙는 올해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는 그라운드에 있는 스타들 못지않게 눈길을 끌 이들이 있다. 감독 선동열과 코치 김응룡이다. 1963년생인 선동열이 감독이고, 1941년에 태어난 김응룡이 코치라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코칭 스태프다. 선수 시절 실업 야구 한일은행에서 전성기를 보낸 김응룡은 은퇴한 뒤 곧바로 한일은행 사령탑에 올랐고 김영조 김계현 허종만 등에 이어 국가 대표팀 사령탑에도 올랐다. 신세대 팬들도 잘 알고 있는 1977년 슈퍼월드컵(니카라과) 우승 당시 김응룡 감독의 나이는 36살이었다. 박현식 김응룡 박영길 등에 이어 한국 야구 강타자 계보를 잇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은 올해 37살이다.
선동열이 아버지뻘인 ‘사부’ 김응룡을 코치로 부리게 된 것은 지난해 성적 때문이다. 지난해 웨스턴리그 팀들은 5위 KIA 타이거즈부터 꼴찌 한화 이글스까지 공교롭게도 모두 하위권에 자리를 잡았다. 그래서 KIA 타이거즈 사령탑이 올스타전 감독이 되고 나머지 구단 감독들이 올스타전에서는 코치가 돼 1루나 3루 코처스 박스에 서야 한다. 정말 김응룡 감독이 베이스 코치로 나갈까. 그런 장면은 보기 힘들 듯하다. 선동열 감독이 “좋은 자리를 마련해서 편하게 보시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하니. 아무튼 올해 프로야구 올스타전은 흥미 만점일 듯하다.
시쳇말로 ‘축빠’ ‘야빠’가 아니고 두 종목을 모두 좋아하는 스포츠 팬에게 1980년대 초반 올스타전 일화를 소개한다.
1982년 7월 외국 리그에 진출한 올스타팀과 국가대표팀의 친선경기가 열렸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축구 팬이 얼마나 될까. 그해는 프로야구가 출범한 해여서 스포츠 팬들의 눈과 귀가 온통 프로야구 경기장에 쏠려 있었다. 뉴델리 아시아경기대회(11월 19일~12월 4일) 정도가 스포츠 팬들의 눈길을 끈 그해 열린 국제 대회이기도 했고. 게다가 친선경기가 벌어진 기간이 프로야구 올스타전과 겹쳤으니 열혈 축구 팬이 아니면 기억이 가물가물할 게 틀림없다.
외국 리그 올스타팀은 그해 7월 1일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동대문운동장 축구장에서 벌어진 1차전에서 전반 24분 이강민이 결승골을 터뜨려 국가대표팀을 1-0으로 눌렀다. 외국 리그 올스타팀은 김진국 박상인 박종원(이상 서독) 허정무(네덜란드) 박병철 김현복 김강남·성남 쌍둥이 형제 이강민 최종덕(이상 홍콩) 김황호(미국) 등으로 꾸려졌다. 여기에서 미국 리그는 MLS(Major League Soccer)가 아닌 NASL(North American Soccer League)이다. 서독 리그에서 뛰고 있던 차범근은 빠졌다.
이 무렵 3개 나라씩 4개 조로 나뉘어 2라운드가 벌어지고 있던 스페인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한 국가대표팀은 최순호 정해원 이태호 이강조 조광래 박경훈 장외룡 박성화 정성교 등이 주력이었다. 이날 구덕 구장에서는 프로 첫해 올스타 1차전이 부산에서는 처음으로 야간 경기로 열렸다. 롯데 자이언츠는 구덕운동장 야구장에 야간 조명시설이 돼 있지 않아 그해 전기 리그까지 홈경기를 낮 경기로 치렀다.
외국 리그 올스타팀-국가대표팀의 2차전은 7월 3일 야구장 바로 옆에 있는 구덕운동장 축구장에서 벌어져 국가대표팀이 전반 42분 이태호의 결승 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겼다. 같은 날 광주 구장에서는 프로 야구 올스타 2차전이 펼쳐졌다. 김용철(롯데 자이언츠)이 3점 홈런 등 5타수 4안타의 맹타를 휘두른 동군이 서군을 11-6으로 물리쳐 1차전 1-5 패배를 갚았다.
외국 리그 올스타-국가 대표팀의 3차전은 7월 7일 전주에서 열렸는데 상대가 청소년 대표팀으로 바뀌었다. 이 팀은 일부 멤버가 바뀌긴 했지만 이듬해 6월 멕시코에서 ‘4강 신화’를 이룬 바로 그 팀이다. 청소년대표팀은 전반 5분 박국창의 선제골에 이어 후반 30분과 44분 이기근의 연속 골로 외국 리그 올스타팀을 3-0으로 몰아붙여 1년여 뒤의 돌풍을 예고했다.
이 경기가 있기 사흘 전 동대문운동장 야구장에서는 프로야구 올스타 3차전이 벌어졌다. 6-1로 크게 앞선 7회말 무사 만루에서 동군 5번 타자 김용희(롯데 자이언츠)는 서군 유종겸(MBC 청룡)의 초구를 왼쪽 담장 밖으로 날려 버렸다. 김용희의 이 홈런은 개막전 이종도(MBC)의 마수걸이 만루 홈런과 그해 한국시리즈 6차전 김유동(OB 베어스)의 마무리 만루 홈런을 이어 주는 징검다리 만루 홈런이었다.
신명철 칼럼니스트 sports@xportsnews.com
[사진=K리그 올스타전과 프로야구 ⓒ 엑스포츠뉴스DB]
김덕중 기자 djkim@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