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내년에 열리는 소치동계올림픽 여자싱글 금메달은 당연히 (김)연아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워낙 피겨에 대한 재능이 많고 여자 스케이터의 정석이기 때문이죠. 제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이 한편으로는 이상한 생각도 들어요. 저도 경쟁 대회에 출전하고 있으니까요.(웃음) 하지만 현실을 보면 소치동계올림픽 여자싱글은 2위 경쟁이 치열할 것 같습니다."
공통된 종목에서 함께 출전하는 경쟁자가 다른 선수의 우승 가능성을 확실하게 얘기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미국 피겨 챔피언인 애슐리 와그너(22, 미국)는 "소치동계올림픽 여자 싱글은 2위 경쟁이 치열할 것이다. 1위는 결정돼있다"라고 서슴없이 말했다. 소치동계올림픽에 대한 자신의 목표와 전망을 묻자 그는 "나는 메달권 진입이 목표다. 현실적으로 김연아의 우승이 유력하다"고 대답했다.
2년 연속 전미선수권을 제패한 와그너는 스스로를 "나는 경쟁대회에 중독돼 있다. 항상 지금보다 발전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강자'인 김연아의 기량을 인정하며 자신을 낮추는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와그너는 현재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특설아이스링크에서 열리는 '삼성 갤럭시★스마트에어컨 올댓스케이트 2013'에 출연 중이다. 지난 2010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리스에서 열린 '올댓스케이트 LA'에 참여한 그는 3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에서 열리는 아이스쇼 출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에서 열린 아이스쇼에 처음으로 출연한 그는 "관중들의 뜨거운 환호성 때문에 록스타가 된 기분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와그너는 "1회 공연(21일)을 마친 뒤 부모님께 전화를 해 가장 기쁜 순간이었다고 말씀드렸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지난 2010년까지 와그너는 국제대회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같은 국적의 경쟁자인 미라이 나가수(20)와 레이첼 플랫(20, 이상 미국)의 그늘에 가려진 그는 2012년에 열린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아사다 마오(23, 일본)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때부터 와그너는 '미국 여자싱글의 간판'으로 등극했다. 그리고 2012~2013 시즌에는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두 번 출전한 그랑프리 시리즈(스케이트 아메리카, 프랑스 에릭 봉파르)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파이널에서는 2위에 올랐다. 올 3월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메달 권 진입이 유력하게 점쳐졌지만 5위에 그쳤다.
"지난 시즌을 돌이켜 볼 때 좋은 경험을 했고 배운 점이 많았어요. 당시 공식대회 일정을 제외한 아이스쇼와 다른 일정들이 많았는데 이러한 스케줄을 보내고 나니 시즌 막판에는 많이 지쳤어요. 올 시즌에는 새로운 각오로 체력 조절을 잘해 그랑프리 시리즈는 물론 올림픽에 전념하려고 합니다. 지난 시즌에는 체력 관리에서 실패해서인지 세계선수권대회 때는 자신감도 없었고 멍청한 실수도 했죠.(웃음)"
와그너를 정상급 스케이터로 이끈 힘은 뛰어난 안무소화 능력과 표현력이다. 특히 2011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할 때 롱프로그램 '블랙스완'은 인상적인 프로그램이었다.
"저는 무대 위에서 아이스쇼 공연을 하고 경쟁대회에서 제 프로그램을 보여주는 것을 가장 좋아합니다. 블랙스완 같은 경우는 제가 공감이 가는 캐릭터였어요. 흑조는 악한 캐릭터가 아니에요. 성공을 위해 강한 열정을 가졌는데 이러한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저도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스케이팅을 하고 있기 때문이죠."
예술점수(PCS)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지만 기복이 심한 점프 성공률 때문에 고비를 넘지 못한 적이 많았다. 이 부분에 대해 와그너는 준비 중인 3+3 콤비네이션 점프로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시즌에는 너무 늦게 3+3 콤비네이션 점프를 준비해서 자신이 없었어요. 하지만 올 시즌에는 일찍부터 이 기술을 준비하게 됐습니다. 올림픽이 열리는 이번 시즌에는 3+3 점프가 필수요소라고 생각해요. 올림픽이 열리기 전에 치러지는 그랑프리 대회에서도 연습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급적 이 기술을 시도할 생각입니다."
와그너가 준비 중인 콤비네이션 점프는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와 더블 악셀+트리플 토루프 점프다. 컴포넌트 점수에서 나타나는 강세를 기술점수(TES)에서도 이어가겠다는 것이 그의 의지다.
미국 피겨계는 오랫동안 여자 싱글에서 '월드 챔피언'을 배출하지 못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와그너에게 거는 기대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국민적인 기대와 성원을 받는 김연아와는 차이점이 있었다.
"제가 관심과 기대를 받는 점에 대해 스스로 행운아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미국은 한국과 비교해 피겨 스케이팅에 대한 관심이 낮아요. 그렇기 때문에 주변에서 받는 부담감은 별로 없습니다. 오히려 제 스스로에게서 받는 부담이 더 많죠. 저는 실수를 하면 많이 자책을 하는 편입니다."
피겨 스케이팅을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경쟁대회에 중독돼있고 오랫동안 선수로 활동하고 싶다고 밝힌 와그너는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 대한 목표를 밝혔다.
"소치동계올림픽 여자싱글은 2등 경쟁이 치열할 것 같아요. 1위는 (김)연아의 것이겠죠.(웃음)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열심히 하고 3+3 콤비네이션 점프 성공률을 꾸준하게 높이면 메달권 진입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사진 = 애슐리 와그너 ⓒ 엑스포츠뉴스DB, Gettyimages/멀티비츠]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