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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하는 김은혜 “새로운 삶 시작하는 터닝포인트”

기사입력 2013.06.07 15:42

홍성욱 기자


[엑스포츠뉴스=홍성욱 기자] 우리은행의 프랜차이즈 스타 김은혜가 은퇴를 선택했다. 더 뛰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부상이 결국 선수생활의 발목을 잡았다.

김은혜는 숭의여고를 졸업한 뒤 2000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제 3순위로 한빛은행(현 우리은행)에 입단해 이적 없이 12시즌 동안 387경기에 출전했다. 3점슈터로 명성을 날린 김은혜는 통산 490개를 성공시키며 이 부문 역대 7위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소속팀이었던 우리은행의 영욕과 궤적을 함께했던 김은혜는 2003년 겨울리그를 시작으로 2005년 여름·겨울리그, 2006년 겨울리그 우승에 공헌했고, 4년 연속 꼴찌를 탈출하며 통합우승을 이룬 2012~13시즌에도 25경기에 출전하며 우승에 밑받침이 됐다.

지난 4월 용인에서 열린 W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일본 챔피언 JX-에네오스를 격파하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세웠던 김은혜는 2007년 겨울리그에서 3점슛상(47개)을 수상했고, 2009~10시즌에는 91.3%의 성공률을 기록하며 자유투상을 수상한 바 있다.

다음은 김은혜와 일문일답.

- 은퇴가 이른 감이 있다. 아쉬움이 남을 것 같다.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20년 가까이 농구만 해왔기에 아쉬움이 큰 것이 사실이다. 언젠가는 그만둬야 할 시기가 올 것이라 생각했지만 몸 상태 때문에 예정보다 빨라졌다. 서른을 바라볼 때부터 은퇴라는 단어를 생각하긴 했었는데 부상이 반복되면서 결정을 내리게 됐다.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터닝포인트라 생각한다. 

- 지금 몸 상태는 어떠한가.
아직도 불편함을 느낀다. 쉬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 아킬레스건 부상이 컸고, 양쪽 무릎 수술 영향도 있는 것 같다.

- W챔피언십 일본전이 고별전이 됐다. 그 경기를 앞두고 마음의 결정을 내린 상태였나.
그렇다. 마음을 정한 상태였다. 그래서였는지 더 편하게 뛸 수 있었다. 그동안 지켜봐준 팬들에게 좋은 모습으로 마무리할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 통산 3점 슛이 490개다. 10개를 더 채우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것 같다.
농구는 팀플레이라서 개인기록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이다. 3점 슛이 통산 490개라는 것과 전체 7위라는 사실도 이번에 알았다. 이런 저런 것들을 알고서 욕심을 냈더라면 그 자리를 내려놓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마지막 시즌을 우승으로 마무리 할 수 있어서 더 기쁘게 생각한다.

- 몸 상태가 좋아진다면 다시 코트로 돌아올 생각이 있는가.
물론 기회가 된다면 돌아오고 싶긴 하지만 떠난 자리는 아름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쉬움이 있어 오래토록 기억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웃음).

- 구단에서 다음 시즌 홈경기 때 성대한 은퇴식을 계획하고 있다. 어떤 마음인가.
우선 구단에 감사드린다.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고, 어떤 감정이 나타날지는 그 때가 돼야 알 것 같다.

- 최근 몇몇 선수들이 실업무대로 적을 옮기면서 김은혜 선수의 입단 얘기도 들렸다.
나도 소문을 듣고 알았다. 실업팀으로 옮겨서 뛸 수 있는 몸 상태였다면 은퇴하지 않았을 것이다.

- 농구를 언제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됐나.
어려서부터 활동적이었다. 학교 운동장이며 놀이터며 뛰어다니는 걸 좋아했다. 공 하나만 가지고도 정말 재미있게 놀던 초등학교 때 마지막승부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농구에 대한 매력에 푹 빠졌다.

- 지금까지의 농구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2005년에 정규리그에서 우승을 하고 챔프전에서 신한에게 3연패로 져서 통합우승의 기회를 놓쳤었다. 그 다음 시즌에 정말 이를 악물고 준비해서 통합우승을 이뤄냈던 장면이 머릿속에 깊이 새겨져 있다.

- 입단 동기들도 모두 사라졌다. 가깝게 지내는 선수는 누구인가.
동기들이 빨리 은퇴하다보니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은 선후배들이다. 우리은행에선 나이가 비슷한 (임)영희 언니와 (김)은경이 (양)지희와 친했고, 다른 팀에서는 어려서부터 좋아하고 따르던 변연하(KB스타즈), 김계령(삼성생명), 홍현희(은퇴) 등 언니들과 가깝게 지낸다.

-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그동안 농구만 하면서 해보지 못했던 일들이 많다.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놓은 것은 없지만 가능하면 다양한 분야에 도전해서 견문을 넓히고 싶다. 그 중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길을 찾겠다. 

- 그 길이 지도자라면.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앞으로의 길이 지도자라면 나무를 보면서 숲을 보고, 숲을 보면서 나무를 볼 수 있는 그런 지도자가 되고 싶다.

- 선수생활을 하면서 대학과 대학원까지 마쳤다.
경기대에서 스포츠 경영을 전공했고, 교육대학원까지 졸업했다. 대학에서 스포츠 전반에 걸친 이론을 배웠다면 대학원에서는 전문적인 지식을 공부할 수 있었다. 중등교사 자격증도 가지고 있어 미래를 준비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 공부를 시작한 계기는 무엇이었나. 공부를 이어갈 생각은.
운동을 하면서 내가 하는 분야에 대한 이론적인 확립이 필요할 것 같아서 학업을 병행했다. 쉽지는 않았지만 나를 더 발전시키는 계기가 됐다. 기회가 주어지고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면 다시 도전해 볼 생각이다.

- 프랜차이즈 스타였고, 미녀선수로 유명했다. 극성팬이 많을 것 같다.
내가 생각해도 대단하다고 느낄 만큼 나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외국에서 열리는 국가대표 경기를 보러 오시기도 했고, 리그 전 경기를 관전하신 팬도 있었다. 좋아하는 음식과 보약까지 챙겨주신 분들도 기억난다. 그 분들이 계셨기에 나는 정말 행복한 선수였다.

- 패셔너블하고, 음주가무에도 능할 것 같다.
튀는 옷은 좋아하지 않는다. 유행에 따라가기 보다는 나에게 어울리는 패션을 즐기는 편이다. 다들 예쁘게 봐 주시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리고 가무보다는 음주에 자신 있는 편이지만(웃음) 즐겨하진 않는다.

- 결혼계획이 있는지.
나이가 찼다고 급하게 결혼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좀 더 안정적이고 가정을 이룰 수 있는 준비가 되었을 때 하고 싶다. 만나는 사람은 없다.

- 김은혜에게 농구란 무엇인가.
재미로 시작해서 행복과 시련을 주고, 아쉬움과 미래에 대한 기대를 주는 내 인생의 발자취라고 생각한다.



홍성욱 기자 mark@xportsnews.com

[사진=김은혜 ⓒ 엑스포츠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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