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강산 기자] 이제는 LA 다저스를 넘어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로 거듭나고 있는 류현진이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인 알버트 푸홀스도 그의 호투에 감탄사를 연발했다. 현지에서 류현진의 입지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류현진은 2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LA 에인절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 9이닝을 혼자 책임지며 2피안타 7탈삼진 무사사구 무실점 완벽투로 시즌 6승을 빅리그 데뷔 첫 완봉승으로 장식했다. 당연히 시즌 최고의 투구였다. 더 이상 좋을 수 없었다.
푸홀스가 누구인가. 지난 2001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지난해까지 무려 12년 연속 30홈런 이상을 터트린 빅리그 대표 장타자다. 한 시즌을 제외하곤 모두 100타점 이상을 기록했고, 2011년에는 타점 1개(99개)와 타율 1리(.299)가 모자라 12년 연속 3할 타율-30홈런-100타점에 실패했을 정도다. 그런 그가 빅리그에 갓 입성한 류현진을 높게 평가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푸홀스는 30일 경기에서 류현진을 상대로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중견수 뜬공-3루수 땅볼-2루수 직선타로 물러났다. 류현진이 빅리그 최정상급 타자로 평가받는 푸홀스와의 대결에서 완승을 거둔 것. 푸홀스는 경기 후 MLB.COM과의 인터뷰에서 "류현진이 굉장히 잘 던졌다(He threw the ball well). 실투도 거의 없었다. 우리는 류현진을 불편하게 만들지 못했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류현진의 동료 맷 켐프도 "그는 슈퍼스타"라며 엄지를 세웠다. '코리안 몬스터'가 '아메리칸 몬스터'로 진화했음을 보여주는 대목.
류현진은 올 시즌 11경기에서 71⅔이닝을 소화하며 6승 2패 평균자책점 2.89를 기록 중이다. 다승-이닝-탈삼진(67개) 부문에서 내셔널리그 신인 투수 가운데 1위다. 팀 내에서도 류현진이 가장 많은 승수를 올리고 있다. 팀 내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5승)도 넘었다. 단순히 운이 아닌 11경기에서 8차례나 6이닝 이상을 소화했고, 신인 투수 중 최다인 7차례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기에 충분히 가치 있는 기록이다.
시즌 시작 전만 해도 류현진은 크리스 카푸아노-테드 릴리-채드 빌링슬리-애런 하랑(시애틀) 등과 선발 2자리를 놓고 경쟁해야 했다. 당시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커쇼-잭 그레인키-조시 베켓을 1~3선발로 확정하고 경쟁을 통해 선발 2자리를 맡기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선발진의 줄부상으로 류현진이 임시 2선발을 맡게 됐고, 그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리그에 적응해 나갔다. 그레인키가 복귀하면서 한층 부담이 덜한 3선발 자리에서 자신의 공을 마음껏 던지고 있는 류현진이다.
직구 구위도 살아났다. 29일 경기에서는 빅리그 데뷔 후 최고 구속인 95마일을 찍었다. 그것도 체력이 떨어질 즈음인 8회에 말이다. 이어지는 9회에도 93~94마일의 빠른 공을 연이어 던지는 등 그동안 불거졌던 체력문제도 불식시켰다. 앞으로의 투구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약 3개월 전만 해도 5선발 경쟁을 벌이던 선수가 리그 대표 선발투수로 진화했다. 이제는 빅리그 대표 강타자도 류현진의 가치를 인정했다. '대전의 괴물'이 'LA의 몬스터'로 진화하기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
[사진=류현진 ⓒ Getty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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